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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슈밥의 4차 산업혁명‘ 읽기로 독자 여러분을 계속 만나 뵙고 있다. 지난 회에서 “기술이 빚어낸 자동화는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 수요를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직종과 사업, 산업이 창출해 자본을 형성한다.”는 클라우스 슈밥의 말을 인용하며 변화하는 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노동과 상생하기도 하고 반목하기도 하는 기업은 어떤 변화에 직면하게 될까?

파괴적 혁신과 발전의 가속화 현상

일반적으로 기업을 연상할 때, 다양한 능력을 가진 목적성 있는 인간집단으로 바라본다. 그런 시각에선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권능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클라우스 슈밥은 기업을 하나의 개체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시각‘으로 노동에 대해 말한 것과 동일한 강도로 기업이라는 대상에게 말을 하고 있다.

슈밥이 발견해 알리고 있는 것은 기업의 수명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 편입 기업의 평균수명이 60년에서 18년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새롭게 등장한 신생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수익을 올리는 가속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를 ’파괴적 혁신의 속도와 발전의 가속화 현상‘이라 말한다.

속도의 문제는 굴지의 거대기업을 빠른 속도로 몰락시킬 수 있고, 급격하게 부상시킬 수도 있다. 즉, 기업들은 지속적인 혁신을 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시 시선을 인간집단으로서의 기업으로 전환시켜 보자.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이는 기업 내 리더십 그룹의 과제로만 머물지 않는다. 조직의 문화가 혁신을 향해가는 역동성을 가진 문화여야 한다는 소리다.

상생을 위한 협력이 요구된다

이를 또 다른 말로 바꿔보자. 4차 산업혁명은 기존 기업에게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신생 기업에게는 성장가능성을 요구한다.

오랜 영업을 통해 시장을 확보하고 있고 현금이 움직이는 안정된 상황 속에 있지만 더 이상의 성장동력이 없는 기존 기업은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옮겨가기에는 높은 리스크를 가질 때도 있다. 기업의 이미지나 조직문화가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 적절치 않을 경우 환골탈태를 시도하려다 살도 잃고 뼈도 잃는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 경영학의 구루들이 노키아의 변신을 사례로 말하지만, 그런 노키아도 애플에 밀려 수렁에 빠지기도 했으니 만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때 높은 성장가속도를 가진 신생기업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을 목표로 플랫폼을 이룰 수 있는 공생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큰 리스크 없이 새로운 비즈니스로 옮겨탈 수 있다. 단순한 거래관계를 통해 매출을 일으켜 줌으로서 상생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분교한, 직접투자, 인수합병 등 자금과 조직력을 이용해서 이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는 수단도 갖고 있다.

자본보다 높은 수준의 노동으로 옮겨가야

한편 신생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도 여기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을 뿐, 매출도 수익도 없는 상태라면 어째야 하는가? 이들에겐 미래가치에 대한 자본투자가 대안이 된다. 따라서 높은 성장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닷컴열풍이 불던 때처럼 투자유치와 상장이라는 꿈만 꿀 것이 아니라 M&A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기존기업에 합병을 이루는 방법도 고려대상이 된다.

쉬운 예로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보자. 운수업은 신생기업이 진입하기 매우 힘든 업종이다. 그러나 운수업 기반의 O2O 비즈니스는 신생기업이 더 빠른 속도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기존 운수업체와 신생벤처가 함께한다면 지속가능성과 성장가능성을 담보한 상생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상생은 원청-하청, 갑-을 관계가 아닌 플랫폼 비즈니스로 대체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고 소멸될 것이다.

공유경제는 이미 무대 위에 등장해 있다

이런 논리는 노동에 대해 슈밥이 말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노동이 자본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자본력과 비즈니스 안정성을 갖춘 기업이라 하더라도 안도하고 있을 수 없는 이유는 언젠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본으로 노동을 대체할 수 없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그 해결방법은 자본을 압도하는 높은 수준의 노동을 확보하는 데 있다.

자칫 부동산 불패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같이 불어오고 있는 ’공유경제‘라는 것은 부동산화 되어있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다. 소위 부동산은 지대, 즉 임대소득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데 3차 산업혁명을 통해 가속화된 정보화는 온라인 상의 정보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형성해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공유경제‘의 이미지를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시켰다. 지금 당장은 부동산을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나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더욱 커지고 공공의 영역이 이에 부응한다면 부동산 수익률의 의미가 줄어들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제품에서 서비스로, 제품에서 콘텐츠로

이는 산업의 중심이 제품 생산에서 서비스 창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콘텐츠를 구매하면 제품이 따라오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곡선을 들먹이던 고전적 경제학에 머물면 공급이 곧 수요가 되던 시절의 향수를 버리지 못한다. 공급과잉의 시대가 되며 숨어있는 수요를 찾거나 없던 수요를 만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반복되고 있다. ’마케팅‘이란 개념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이미 산업의 중심이 생산에서 생산 이후의 것들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 4.0‘이라는 저서를 통해 이를 명확히 정리해주고 있다. 기존에는 마케팅믹스를 4P(Product_제품-Price_가격-Place_유통-Promotion_판촉)으로 설명했으나 ’마케팅 4.0‘에서는 이를 4C(Co-Creation_공동창조-Currency_통화-Communual Activation_공동체 활성화-Conversation_고객과의 대화)로 설명하고 있다. 어느 틈에 제품이 자리잡고 있던 곳이 사라지고 이를 대체하는 복잡다단한 것들이 나타났는데, 이를 종합하면 콘텐츠라 표현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기 이전에 이미 모든 기업들은 이 같은 변화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느냐 못하느냐가 지속가능하냐 아니냐, 성장가능하냐 아니냐의 기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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