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자연 살리는 푸드 민주주의 비전

▲반다나 시바 ▲우석영 ▲책세상 ▲1만6000원

[민주신문=장윤숙 기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패러다임 전환, 권력 전환이다. 기업의 탐욕이 만들어낸 산업농은 우리에게 지속 가능성과 건강을 보장하지 않으며, 보장할 수도 없다. 반면 우리는 농생태학으로 전환할 수는 있다. 종자를 보존하고 토양에 생명을 되돌려주고 생물 다양성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고 소농과 여성들을 보호함으로써,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차릴 수 있다.”

우리의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2017년 여름의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다시 확인했듯, 공기와도 같은 우리의 삼시세끼가 안전하지 않다. 농수산물 안전성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대책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포함된 것도 이러한 밥상의 공포를 반영한 것일 테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먹는다는 것’의 문제는 유해물질 규제와 같은 안전 관리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음식과 이 세계를 대하는 패러다임의 문제이자, 일상생활에서 거시적인 권력관계까지를 포괄하는 식량 민주주의의 문제다.

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생태사상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반다나 시바의 신간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는 음식에 대한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에 기초해 음식과 농업을 둘러싼 지식과 사유와 실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하는 책이다.

‘먹방 시대’서 먹는 것과 먹는 일

세계화와 GMO에 반대하며 경제 정의, 식량 정의, 젠더 정의를 옹호해온 수십 년 동안의 지적과 실천적 역량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시바는 ‘착취의 법칙에 기초한 산업 패러다임’과 ‘반환의 법칙에 기초한 생태 패러다임’의 전쟁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식량 위기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즉 탐욕과 이윤을 동력으로 화학비료와 GMO 등에 의존하는 세계화된 산업 농업이 자연의 상호 연결성과 생물 다양성에 기초한 소농을 파괴함으로써 식량과 농업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의 푸드 시스템은 지속 가능성과 정의, 평화와 같은 중요한 모든 기준에서 볼 때 심각하게 고장 나 있다고 말한다.

시바는 이 책을 통해 폭력적인 산업 패러다임에서 토양과 동식물과 인간의 건강을 증진하는 생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산업화와 세계화된 푸드 시스템에서 생태 친화적이라고 주장한다. 또 인간 친화적인 푸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지구의 안녕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 전환은 하나의 선택지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 자체와 직결된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미디어를 중심으로 ‘맛있고 멋있는 음식을 어떻게 잘 먹을 것인가’에 집중돼 있는 이른바 ‘먹방’의 시대에, 맛과 영양과 이윤의 차원을 넘어 씨앗에서 식탁까지를 아우르는 사회, 정치, 생태, 문화적 맥락으로 시야를 확장하는 반다나 시바의 이론은 ‘먹는 인간’인 우리로 하여금 ‘먹는 것’과 ‘먹는 일’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넓고 깊은 생명의 그물을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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