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숨기고 삭제” 공정위 조사방해 3억4,000만원 과태료
2003년엔 허위자료 제출, 2005년엔 서류철 찢어 ‘상습범’

 
<CJ제일제당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사상 최대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무려 3억4,000만원. 부과 사유는 ‘조사방해’다. 직원들은 “관련 문서를 집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부사장은 “목록을 주겠다”고 안심시킨 뒤 직원들에게 “파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일부 직원은 핵심자료가 담긴 컴퓨터 외장 하드를 빼돌려 화단에 숨기기도 했다. 이들이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하는 과정은 마치 첩보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CJ가 공권력을 우습게 아는 것 아니냐는 곱지않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CJ제일제당이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사상 최대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지난 1월 CJ제일제당을 상대로 밀가루 가격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자료 은닉 등 중대한 조사방해가 발생한 데 대해 3억4,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첩보영화 뺨치던 CJ 조사 방해
 
CJ가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과정은 마치 첩보 영화 같았다.
지난 1월 10일 공정위 직원들은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를 잡고 CJ를 전격 방문했다. 조사관이 1층 현관에서 13층 사무실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여분. 조사관의 도착 소식을 전달받은 사무실 직원들은 재빨리 핵심자료가 담긴 컴퓨터 외장하드를 빼돌려 1층 화단에 숨겨놓았다.

조사 공무원이 “빼돌린 자료가 어디 있느냐”고 묻자 직원들은 “집에 두고 왔다” “자료가 존재하지 않고 사용한 적도 없다”고 발뺌했다가 뒤늦게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것은 내용이 이미 삭제된 170여가지 파일명 목록이었다.

이러한 조사 방해에는 해당 그룹의 임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CJ 고위 임원 A부사장은 조사팀에게 “파일 목록을 주겠다”며 안심시킨 뒤 곧바로 직원들에게 “파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A부사장의 지시를 받은 B모 과장은 몰래 1층에 내려가 숨겨 놓은 외장 하드를 찾아왔고, 또 다른 과장에게 전달해 ‘밀가루 가격 조정안’과 ‘월간 미팅 자료’ 등 170개 파일을 삭제하게 했다.

공정위는 이처럼 담합 현장 조사를 방해한 CJ제일제당에 대해 1억6,000만원, A부사장 등 임직원 5명에게 1억8,000만원 등 모두 3억4,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가 조사 방해로 부과한 과태료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사를 방해한 법인에 최고 2억원, 임직원엔 최고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임직원과 회사가 똘똘 뭉쳐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어이없는 조사 방해”라면서 “기업들이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는 사례는 비일비재 하지만 이번 CJ의 경우처럼 여러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사례는 처음이다. 이런 조사방해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사상 최대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CJ의 이같은 조사 방해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CJ는 지난 2003년 8월 공정위가 제약 관련 상품 현장 조사를 나갔을 때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가 직원 2명이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받은 적이 있고, 2005년 7월에도 공정위가 밀가루 담합 조사를 나갔을 때 직원 2명이 서류철을 찢어 버리는 등 조사를 방해해 과태료 2,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 측 관계자는 “특히 CJ가 상습적으로 조사 방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법과 공권력을 우습게 아는 것인지, CJ의 조사방해 수준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유독 심하다. 일각에선 대기업들의 담합 과징금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보다 강한 제재수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한편 공정위는 CJ 측의 조사 방해로 핵심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조사를 계속해서 담합이 확인되면 과징금을 가중해서 매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소현 기자 coda0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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