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치킨·김밥천국·설빙·횡성한우...' 中 유출 피해액 172억 7000만원...특허청 직원 재직시 권리취득까지 '빈축'

한국 상표의 중국 선점.도용 사례. 자료=이찬열 국회의원실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중국 상표브로커들이 국내 유명 브랜드를 무단으로 도용하거나 상표를 선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직무발명보상제도 도입 등 지식재산권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지적재산권 보호를 지원하는 특허청은 산하기관의 부당이득 챙기기에 급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중국 내 한국 브랜드 무단 도용 기승…설빙·굽네치킨·네이처리퍼블릭 등 1638건 

국내 유명 빙수 프랜차이즈 업체인 설빙은 2014년 중국 진출을 위해 현지 상표를 출원하려 했으나, 중국 업체는 설빙과 동일한 한글 명칭에 글자체까지 거의 비슷한 상표를 이미 출원한 상태였다. 이외에도 굽네치킨, 김밥천국 및 화장품 네이처리퍼블릭 등 한국 상표가 중국에서 선점, 도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당 이찬열 국회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올해 8월까지 한국 브랜드 무단 도용으로 인한 피해액은 172억 7000만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또 중국 상표 무단 선점 모니터링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93개의 개인 또는 법인이 1638건을 선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종별 상표권 도용 건수는 프랜차이즈가 426건(26%)으로 제일 많았고, 식품이   342건(20.9%)으로 그 뒤를 이었다. 중국 선점·도용상표 업종별 건수를 보면 2015년의 경우 화장품 96건, 식품 173건, 의류 35건, 프랜차이즈 323건 총 826건이었다. 2016년에는 화장품 47건, 식품 79건, 의류 109건, 프랜차이즈 51건 총 406건이었고, 2017년은 화장품 60건, 식품 90건, 의류 30건, 프랜차이즈 52건 총 406건으로 집계됐다.  

특허청은 현재 중국 상표브로커에 의한 무단선점 대응을 지원하고 있으나 2015년부터 연계 지원해 4건의 무단선점 상표에 대한 권리를 회수하는 데 그쳐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직무발명보상제도 도입 저조…실질적 인센티브 방안 필요

중국 등 해외에서 상표브로커들이 득세하는 데는 국내 기업들이 상표와 실용신안, 디자인 등 특허업무에 대한 무관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특허청 조사결과 전체 3461개 기업 중 1858개 53.7%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도입률은 더 낮았다. 2016년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상황을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91.7%, 중견기업 86.1%, 중소기업 48.8%로 조사됐다.

직무발명제도 도입률 역시 2013년 46.2%에서 2014년 51.5%, 2015년 55.6%, 2016년 53.7%로 더딘 실정이다. 직무발명보상제도는 종업원이 직무발명에 대해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사용자에게 승계하고, 사용자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하기 위한 계약이나 근무 규정이다. 기업은 내부규정 또는 근로 계약 등 방식으로 보상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R&D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특허 전문 인력과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점을 꼽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지식재산 전담인력 보유율은 20.9%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인력 대부분은 지식재산권 출원·등록 등 업무를 수행할 뿐 지식재산 전략 수립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태부족한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추진하는 R&D가 자칫 관련업계의 동향이나 세계적인 추세와 동떨어진 나홀로 연구가 되거나 시장과 괴리된 성과물을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의도치 않게 타인의 특허 권리를 침해해 분쟁에 휘말릴 경우 막대한 비용과 제품 판매 중단 등 존폐 기로에 서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특허청은 이를 위해 IP-R&D제도 운영 중이지만 수혜기업은 연간 200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실제 2009년부터 2017년 상반기 특허청의 지원 대상 중소기업은 1400여개로, 이는 2015년 기준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 중인 4만5000여개 중소기업의 3.1%에 불과하다. 

남의 기술 도용하는 특허청 직원들…재·퇴직 1년 후 특허 출원 67건 

특허청과 그 소관기관 직원들이 재직 중이거나 퇴직 후 1년도 안 돼 특허권 선점을 위해 67건의 특허를 출원해  편법 사례가 많아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국회의원이 특허청 및 그 소관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2012~2017년 8월 특허청 및 소관기관 직원의 특허출원 및 보유현황' 자료에 따르면 특허청의 경우 1년 이내 특허의 우선권을 요구하는 출원은 57건에 달했다. 또 특허정보진흥센터·한국특허전략개발원 소속 직원은 재직 중 16건을 출원했고, 이중 10건은 재직 중에 권리취득까지 마쳤다. 이는 특허업무를 다루는 공무원이 타인의 특허를 모사할 가능성이 높아 재직 중 취득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재직 중 권리선점을 위한 출원이나 퇴직직원의 경우엔 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무자격자의 출원 대리 행위가 계속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어 특허청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재산권의 국내 출원은 현행 변리사법에 따라 출원 대리인을 변리사로 지정돼 무자격자의 출원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해외 출원은 출원 대리인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해외 출원 대리 업무에서 소비자 피해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실제 수백만 원의 저렴한 착수금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사무소를 폐쇄하는 유령 특허사무소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자격자인 비변리사가 수행할 경우 의뢰인의 소중한 발명이 사장되거나 적절한 권리로 보호받기 어렵다. 

이와 함께 온라인 모조품도 급증하고 있다. 2017년 8월말 기준 온라인 위조상품 압수 물품은 10만 2802점으로, 이는 2014년 3182점에 비해 32배 이상 늘었다. 압수된 온라인 모조품 정품가액은 2014년 8억 7000만 원에서 2015년 31억 8000만원, 2016년 53억 4000만 원, 2017년 8월말 기준 91억 3000만 원으로 3년만에 11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모조품 단속을 맡은 상표권 특별사법경찰은 대전 15명, 서울 8명, 부산 5명 총 2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전국적으로 분포된 온라인 판매업자 단속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지난 4년간 충원된 인력은 2명뿐이었다. 

어기구 의원 "기업 대응 가이드라인 적극 제시, 홍보해야"

중국 내 한국 상표가 무단으로 도용되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찬열 의원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상표를 선점당하면 현지 진출을 위해선 자기 상표를 돈 주고 사야 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이는 격'"이라며 "브로커들의 악의적인 상표 선점을 막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상표 전략 등을 적극 컨설팅하고, 나날이 전략화되는 그들의 수법을 체계적으로 유형화해 기업에 대응 가이드라인을 적극 제시, 홍보해야한다"고 말했다. 

어기구 의원은 "특허는 누가 먼저 출원하는지가 관건인데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특허청 및 그 소관기관 직원이 편법을 사용하면 오해의 소지가 높다"며 "특허심사의 신뢰와 공정을 위해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일정기간 출원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윤모 특허청장은 지난 21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식재산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인 중소·벤처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도와야 한다"며 "영국과 미국 등 산업혁명을 주도한 국가는 모두 특허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특허와 지식재산이 승자의 요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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