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슈퍼마켓(SSM) 200여 점포 운영하는 ‘CS유통’ 인수
유통법 이후 신규 출점 어렵자 M&A 통해 골목상권 진출

 
<신동빈 식(式) 상생전략이 도마 위에 올랐다. 롯데그룹 슈퍼마켓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슈퍼’가 중견 SSM 사업체인 ‘CS유통’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 롯데 측은 이번 CS 유통 인수가 좋은 상생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은 전혀 다르다. 롯데가 보다 지능화되고 전문화된 방법으로 골목상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롯데슈퍼가 중견 SSM 사업체인 ‘CS유통’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 3일 CS유통 인수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수 방식은 CS유통 지분 85% 이상을 롯데슈퍼가 사들이는 형태다. 인수금액은 향후 실사를 통해 최종 확정 짓게 된다. 공정위에서 기업결합승인이 결정되면 CS유통 인수가 최종 확정된다.
 
롯데 “좋은 상생모델 될 것”
 
업계에서는 롯데슈퍼의 CS유통과의 이번 결합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와 CS유통이 결합할 경우, 유통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은 기업형 슈퍼(SSM)를 가지고 있는 롯데슈퍼가 CS유통과 결합하게 되면 점포수가 290개에서 503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이는 2위업체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248개)와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되면서 독보적인 1위를 굳히게 된다.

롯데 측은 이번 CS 유통 인수가 좋은 상생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CS유통을 별도 법인으로 존속시켜 운영체제 변화없이 기존 방식대로 굿모닝마트는 직영점으로, 하모니마트는 볼런터리(임의 가맹점 형태) 체인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소비자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어 좋은 상생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그리 곱지 못하다. 롯데가 보다 전문적인 방법으로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가 인수하게 된 CS유통은 1997년 설립된 중견 유통업체로, 올해 5월 말 현재 직영점(굿모닝마트) 34개와 볼런터리 체인점(하모니마트) 179개를 운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롯데는 CS유통 인수를 통해 기업형 슈퍼(SSM)를 213개 얻은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유통법이 통과된 후 대기업의 SSM 진출이 사실상 까다로워지면서 롯데가 전략을 바꾸고 나선 것”이라면서 “신규 점포 개설이 힘들어지니까 기존 점포를 인수합병(M&A)해 상권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인수합병 하게 되면 대기업의 SSM 설립을 제한한 법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롯데가 CS유통을 인수하면서 운영체제를 변화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점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주인은 바뀌었지만 간판과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SSM에 민감해진 지역 중소 상인들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면서 “지역 상인의 반발을 고려해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롯데 측은 이번 CS유통 인수가 ‘좋은 상생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모양만 바꾼 골목상권 장악 의도”라고 지적했다.
 
‘동반성장’ 거꾸로 가는 롯데 
 
실제 지난해 11월 유통법이 제정된 이후 대형마트나 SSM 점포가 신규 입점하는 사례는 크게 줄었다. 법 통과 후 롯데슈퍼(27개)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16개), GS슈퍼마켓(19개), 이마트 에브리데이(2개) 등 4대 SSM은 70여개의 신규 점포를 열었다. 2010년 한 해 동안 이들 4개 업체가 230개의 새 매장을 오픈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정이 이쯤되자 신규 점포 개설이 힘들어진 유통 대기업들이 몸집을 키울 대안으로 기존 점포에 대한 인수 합병(M&A)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기업형 슈퍼(SSM)를 가지고 있는 롯데슈퍼는 이달 초 CS유통을 사들였고, 이마트도 지난달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기존 업체를 인수합병 하게 되면 시장 주변에 유통 대기업 점포의 설립을 제한한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슈퍼 등 기존 상점에 간판만 바꾸기 때문에 지역 상인의 반발도 덜한 편이다. 이는 SSM에 거부감이 심한 지역 중소 상인들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시각이 많다. 결국 유통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역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 입점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공정위의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공정위 심사 결과, 경쟁을 제한하게 될 경우 승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앞서 호텔 롯데는 지난 2009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사업을 신고했지만 공정위 심사에서 금지돼 불발에 그쳤다.

관건은 ‘시장획정’. 시장에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의 범위를 어디까지 획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각 점포가 실제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지리적 요건’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규 (SSM)점포 개설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몸집을 키울 대안으로 기존 점포에 대한 인수 합병(M&A)에 공을 들이고 있는 롯데.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동반성장 기조에 대기업의 유통업체 인수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가운데 공정위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정소현 기자  coda0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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