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C 성장 속 조종사 부족 우려…숙련 조종사 퇴직 공군력 타격도 우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서 지난 4월 마련된 아시아나항공 A350 1호기 도입식 모습.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국내 항공 조종사들의 중국행이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5년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내 항공사를 이직한 조종사 330명 가운데 289명(87.6%)이 중국 항공사로 취직했다. 국내 항공사의 조종사 중 상당수가 공군출신으로, 숙련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대략 10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사 조종사의 중국행으로 공군 전력의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 항공사로 떠나는 조종사들…아시아나항공·진에어·에어서울 100%

올해 6월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을 이직한 조종사는 25명으로, 이들 모두 중국 항공사에 취업했다. 진에어 역시 이직자 9명 모두 중국 항공사로 떠났고, 에어서울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항공사로 가장 많이 떠난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으로, 34명 이직자 중 32명으로 94.1%를 차지했다. 에어부산은 11명 중 10명(90.9%)이, 제주항공도 8명 중 6명(75.0%)이, 티웨이항공은 2명 중 1명(50%)이 각각 중국행을 택했다. 

2016년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한항공 이직자 50명 가운데 48명(96.0%)이 중국 항공사로 옮겼고, 아시아나항공은 20명 가운데 19명(95.0%)이, 진에어는 14명 가운데 13명(92.9%)이, 에어부산은 7명 모두가, 이스타 항공은 5명 가운데 2명(40.0%)이 각각 중국 항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국내 항공사 조종사가 중국 항공사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5년부터 본격화됐다. 대한항공 이직자 46명 모두 중국 항공사로 떠났고, 제주항공(10명).티웨이항공(2명)도 같은 선택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6명 가운데 11명(68.8%)이, 진에어는 10명 가운데 9명(90.0%)이,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은 각각 4명 가운데 3명(75.0%)이 중국 항공사 대표와 고용계약을 맺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국내 항공사를 이직한 조종사 330명중 289명이 중국 항공사로 일자리를 옮겨 평균 중국이직률이 87.6%를 차지했다. 최근 중국 항공 산업의 폭발적 성장과 숙련 조종사수 부족현상으로 인해 한국의 숙련된 조종사들을 고액연봉을 제시해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 조종사의 중국 항공사 이직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군에서 배운 기술로 중국 항공사에서 직장생활

국내 항공사 조종사들 중 상당수가 공군에서 지원전역한 숙련 조종사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서울 동작갑)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영관급 조종사의 연도별·계급별 전역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2016년 5월 말까지 전역한 영관급(소령~대령) 조종사는 617명으로, 이 중 71.6%에 해당하는 442명은 지원전역한 조종사로 나타났다. 지원전역은 정년전역이나 명예전역에 해당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발적인 의지로 그만둔 경우에 해당된다.
 
특히 지난 2015년 지원전역한 영관급 조종사는 90명으로 2011년(46명)에 비해 2배로 증가했다. 또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지원전역한 영관급 조종사도 71명으로, 이미 지난해의 78.8%에 해당하는 수치가 공군을 떠났다. 

이처럼 공군 조종사의 경우 최근 5년간 연평균 163명이 전역하면서 연평균 양성인원 150명을 역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군 조종 장교의 충원율은 96.7%로 정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숙련된 공군 조종사 한 명을 육성하는 데 100억원 대의 예산이 투입돼 공군 전력이 유출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공군은 지원전역한 공군 조종사들이 어느 민간항공사에 취업했는지 현황을 관리하고 있으나 지원전역자들의 구체적인 전역 동기는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군본부가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수원 무)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해군이 양성한 해상초계기(P-3C) 조종사 82명 중 79명이 전역했다. 이는 전체 양성 요원의 96%가 전역한 것으로, 올해 1월에 부조종사의 조작 실수로 해상초계기에 장착된 50억 원 상당의 무기 6점이 바다로 떨어지는 황당한 사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김진표 의원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양성한 전문 조종인력이 의무복무를 마치고 곧바로 전역하는 것은 엄중한 안보상황에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하고 "조종사 조기전역의 주된 원인은 민항사에 비해 열악한 처우, 진급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고, 특히 해상초계기의 경우 민항기와 유사성이 커서 조기전역의 유인이 보다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적이 좋아' 6개 저비용항공사 설립 준비 중 

저비용항공사가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새롭게 설립이 추진되는 등 조종사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역시 여행산업 성장으로 조종사 수요가 늘 것으로 보여 조종사 이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6개사로, 국제선 여객 수송분담률이 30%선을 넘어서면서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자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K에어, 플라이양양, 남부에어, 에어대구, 에어포항, 프라임항공 6곳이 법인 설립을 마쳤거나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CC업계의 경우 이미 숙련 조종사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LCC가 설립될 경우 인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항공 안전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국내 항공사에 비해 중국 항공사가 1.5배 가량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있어 조종사 이직은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항공사 부기장의 평균 연봉은 1억 원, 기장은 1억 5000만 원으로 전해졌다. 또 2016년말 기준 중국 항공사에 근무 중인 한국 출신 조종사는 1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항공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조종사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며 "조종사들은 비행시간이 자신의 경력인 만큼 국적보다는 더 많은 비행시간이 제공되는 곳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연봉이 이직의 중요한 요인으로 파악돼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중국 항공사로 이직하려는 조종사들을 붙잡을 방안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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