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강연을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인천공항에 귀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 출국 전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행보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한바 있다. 사진=뉴시스

이명박 정부로 향하는 사정당국의 걸음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선 문건에서 드러난 것들과 관련자들의 증언들은 모두 이명박 집권 당시 청와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비밀스럽고 명예를 존중해야 하는 국가정보원은 정치적 댓글을 달았고, 정치적 입장이 다른 정치인과 예술인들의 명단을 작성해서 그들의 사회적 활동을 제약했습니다. 물론 일반인들 조차 사찰했다는 증거도 나와 있습니다. 기업들을 압박해서 보수단체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시위에 나가도록 한 문건과 증언도 나왔습니다. 검찰 조사에 의하면 기업과 보수 단체를 1:1로 연결해주고 그 단체가 시위를 할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을 했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에게만 상납한 것으로 알려졌던 소위 ‘특수 활동비’는 그전 이명박 정권에서도 청와대에 제공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구 여권 관계자들은 통치 자금이라고 항변 하지만 우리의 국정 시스템에서 공식적인 통치자금은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관리되고 있습니다. 언제나 현금으로만 지급하고 아무도 없는 곳까지 일부러 가서 전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일각에서는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정치 흥신소였다는 비판에 대해서 마땅히 변명하기도 민망해버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국가정보원을 패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올 법 한 일인데 남북한의 대치 상황 때문인지 아니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종북’이라는 딱지가 두려운 것인지 아직은 관망만 하는 사람들만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은 청와대에만 특수 활동비를 지급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시 조윤선 씨에게도 매달 500만 원씩을 지급하였다고 하고 친박 중의 친박 의원인 최경환 의원에게도 국가정보원의 돈이 전달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과연 그 많은 친박 인사 중 최경환 의원뿐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대목입니다.

생각을 해보면 당시 박근혜 정부는 소위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해서 지지율 4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는 당신 여당인 새누리당은 소위 꿈의 의석이라고 이야기하는 200석을 예상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 국가정보원이 다른 친박 의원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국가정보원에서 다른 친박 의원들에게도 줬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국가 정보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름 4~5명 정도가 기자들 사이에서 <받은 글>이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몇 가지의 버전으로 돌아다니는 이름에는 공통적으로 친박 의원의 이름도, 현 여권의 국회의원의 이름도 있습니다. 단언하지는 않겠지만 부정한 돈을 수수했다는 점에서 누구든 예외 없이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이루어진 해외자원투자는 투자에 대해서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도 납득하거나 이해하기는 어려운 결정을 했습니다. 어떤 사업장은 투자 직후 부도가 나기도 하고 어느 곳은 투자 직후 반토막이 나버리기도 합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투자는 장기적 안목으로 해야 한다는 논리였으나 지금까지의 성적표를 본다면 어느 누구도 쉬이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치적 반대자들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부정한 축재의 목적이 아니었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소위 말하는 스모킹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황과 진행 상황을 본다면 꼭 소설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깊은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왜 조세회피 지역에 법인을 설립하고 그런 조세회피 지역의 여러 법인들 간의 금융 거래 또한 의심을 받기에는 충분합니다.

검찰의 수사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기자들에게 ‘우리도 참여정부 시절의 내용을 많이 알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알고 있는 참여정부 시절의 부정이나 부패를 즉시 공개하고 검찰에 고발해주시길 바랍니다. 부정부패를 눈 감아 주고 정치적 거래를 하는 일을 우리는 적패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정치적 거래의 피해자는 오롯이 국민입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죄가 있는 사람, 부정부패를 한 사람, 북악 스카이웨이에서 현금으로 받았던 사람, 모두 단죄를 받아야 합니다.

해방 직후 우리는 소위 ‘친일 청산’이라는 것을 보복이라는 논리로 유야무야 넘겨갔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상기해봐야 할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협정하는 과정에서 을사조약을 인정해주고 일본의 범죄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용인해준 결과가 무엇이었습니까? 그것만 일까요? 12.12 사태와 반 헌법적 유린을 한 전두환 씨에 대한 섣부른 관용과 용서는 어찌 되었습니까? 이제는 그를 추종하는 세력으로부터 아직도 ‘광주사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부에서 전임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해서 추상같은 처벌을 기대하겠습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상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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