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내세워 가전ㆍ태양광ㆍ반도체 고율 관세 예고…수출 타격 불가피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삼성과 LG, SK그룹 등 재계가 미국의 거센 통상압력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지 기업들로부터 자국 관련 산업 피해를 봤다며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돼 조사를 받거나 피해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은 흐리고, LG와 한화는 안개속이다. SK는 맑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가전과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의 통상압력에 직면했다. 미 ITC가 지난달 초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치에 수출되는 삼성전자 대형 가정용 세탁기가 자국 내 관련 산업에 피해를 입혔다고 판정하고, 같은 달 말 현지 업체가 반도체 기기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제소에 따라 조사를 받기 시작한 것. 세탁기는 미 가전업체 월풀이, 반도체는 반도체 패키징 업체 테세라가 각각 ITC에 제기했다.

LG전자도 삼성전자와 같이 미국에 수출된 대형 가정용 세탁기로 함께 제소돼 ITC로부터 피해 판정을 받아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 세탁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과 수입량 제한 등의 우려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이프가드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일종의 보호무역과 궤를 같이하는 행정 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 세이프가드 발동이 현실화되면 10억 달러(약 1조978억원)에 이르는 미국 세탁기 매출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정부와 손을 잡고 세이프가드 발동 막기에 나선 상황이다. 양사는 만약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는 상황을 가정해 모든 옵션을 놓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은 오는 12월 ITC가 세이프가드 수준을 결정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 측은 ITC 피해 판정에 “삼성전자 세탁기에 대한 수입 금지는 선택권 제한, 가격 상승, 혁신 제품 공급 제한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았고, LG전자는 이달 초 송대현 H&A사업본부장(사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삼성전자는 또 반도체 기기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관련 기업의 제소에 따라 ITC 조사를 받고 있다. ITC는 10월 말부터 테세라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안건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 회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특허회사로, 삼성전자와 삼성그롭 계열사가 반도체 공정, 이미징 기술 등과 관련된 24개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CES2017에서 플렉스워시 세탁기(왼쪽)를 선보였다. 사진=삼성 뉴스룸

한화도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이 통상압력에 손실이 예상된다. 현재 ITC가 한국산 태양광모듈 등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확정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만 남았다. ITC가 내놓은 권고안은 4년간 관세 32∼35% 부과와 4년간 관세 15∼30% 부과 두 가지다. 최악의 경우 최대 35%의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앞서 ITC는 만장일치로 수입 태양광 전지에 관한 세이프가드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한화 계열사인 한화큐셀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전무가 이끌고 있으며, 태양광모듈을 생산해 해외에 수출하는 태양광 회사다. 수출 물량 비중은 미국이 35%로 가장 크고, 국내와 유럽 등은 10%안팎이다. 금융권에서는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수출길이 막혀 한화큐셀의 매출 피해는 최대 1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큐셀은 정부와 공조해 긍정적인 결과를 내겠다는 방향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최종 심사가 내년 1월에 열린다”며 “정부와 발을 맞춰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는 내년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경우 수출 지역 다각화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SK그룹은 미국의 통상압력을 피한 상황이다. 미 반도체 업체 넷리스트가 지난달 31일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모듈 제품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ITC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ITC는 지난 15일 “침해가 아니다”라는 잠정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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