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고사위기' 운운 은산분리 완화 주장
이학영 의원 등 "특혜의혹 해소 안 돼 명분 없다" 반대

케이뱅크 서비스 시연.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신용카드업 진출을 준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이 은산분리 완화를 두고 정치권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가 늦어지면 은행 혁신의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정치권은 케이뱅크 등 특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명분이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현재 중저신용자에게 중금리대출을 확대하겠다던 설립 취지와는 달리 고신용자 대상으로 한 영업형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카드업 진출을 공식화하고 있어 시중은행 2중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순실-차은택 의혹 여전한 케이뱅크

인터넷전문은행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두 곳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9월말 1000억 원의 증자를 완료한 데 이어 혁신의 확장을 위해 추후 1500억 원 이상의 추가 증자에 나서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 은행권 서비스에서 소외받고 있는 80%의 Long tail 고객을 위한 새로운 핀테크를 시도하는 등 보다 많은 고객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ICT 융합금융 영역에 과감히 도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4%의 딜레마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우회 비판하고 있다. 은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KT는 케이뱅크의 지분 8%를 가지고 있으나 은산분리 제약에 막혀 의결권은 4%만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대주주는 우리은행이고, 카카오뱅크 역시 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입장은 다르다. 케이뱅크 설립 과정에서 석연치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케이뱅크의 3개 주요주주는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이다. 이들 3개 주요주주가 사실상 이사회와 경영을 통제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케이뱅크, KT·우리은행·NH투자증권이 통제 지적

케이뱅크의 주주간 계약서의 내용이 그중 하나로 지적된다. 계약서를 보면 3개 주요주주가 사내이사인 대표이사, 상임감사위원, 최고운영책임자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한다. 또 KT와 우리은행은 사회이사 후보 1인씩을 추가로 추천하도록 돼있다. 전체 9명 이사 중 5명을 추천하게 되는 것으로, 이를 두고 은행의 경영을 통제할 수 있는 은행법상 동일인이라는 지적한다. 

아울러 손해배상 조항 중 위약벌로 10억원 또는 발생한 모든 손해 중 큰 금액을 배상하도록 한 것도 계약의 이행 의무를 강화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케이뱅크 주주현황. 자료=케이뱅크 홈페이지 캡처

특히 케이뱅크는 최순실-차은택이 만든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일감을 몰아준 KT에 특혜를 준 사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KT 이동수 IMC 본부장은 차은택의 측근으로, KT 광고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6개월 동안 플레이그라운드에 7건 68억 원의 광고를 몰아준 것이 재판 과정을 통해 드러났다. 

이와 함께 케이뱅크에 80억 원을 투자한 한국관광공사는 업무협약과 계약을 먼저 체결한 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하는 한편 이사회 의결을 거치는 등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형태도 설립취지와 크게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이뱅크는 당초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저리스크 중금리 대출을 핵심 수익모델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 수준이나 대출금리 수준은 시중은행보다 크게 유리하지 않은 실정이다. 2017년 8월 기준 대출금리 중 신용등급 3~4등급과 5~6등급은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또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87.5%로, 이는 시중은행 78.2%보다 9.3%p가 높아 차별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2017년 8월 중신용자(4~6등급) 대출 비중은 금액기준 11.9%로, 이는 시중은행 17.5%보다 5.6%p가 낮고 대출승인율 역시 19.6%로, 이는 75개 대부업체 14.9%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설립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출승인률을 낮춰 실제 대출이 실행되지 못한다면 당초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려겠다던 취지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소비자이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 또 SBI저축은행 '사이다', 하나저축은행 '하나멤버스론', 한성저축은행 '청년신용대축' 등 비롯해 P2P인 8퍼센트 등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돈의 맛을 알았다?…신용카드업 진출 공식화
   
카카오뱅크 역시 설립 취지와는 다른 영업형태로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 우량신용등급에게 대출을 해 주는 마이너스통장대출의 경우 1~3등급 고신용자가 대상이다. 이는 시중은행이 6~7등급까지 마이너스통장대출을 승인하는 것보다 제한적이다. 

2017년 8월 현재 카카오뱅크는 고객 430만명, 예금 잔액 3조8000억 원, 대출 잔액 3조1000억 원을 기록하며 시중은행의 변화를 자극했다. 앞서 출범한 케이뱅크는 고객 51만명, 예금 잔액 9300억 원, 대출 잔액 7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은 ICT 유전자의 메기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산분리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에 한정해 ICT기업의 경영권을 허용하되 재벌독점과 사금고화 등 주요 리스크를 방지할 방안이 들어간 특례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내 앱투앱 결제TF를 구성하는 한편 오는 2018년 펌뱅킹/가상계좌서비스를 출시하고 2018년 계좌이동제(Pay Info)를 개시할 계획이다. 또 1분기 전월세 대출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오는 2018년 신용카드사업을 위한 예비허가를 추진하고 본인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당이 은산분리 완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관련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뱅크 주주현황. 자료=카카오뱅크 발표자료

특혜 의혹 해소 안 돼 은산분리 완화 거론 부적절

현행 은행법을 보면 산업자본은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10%까지 보유가 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IT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인터넷은행을 이끌 수 있도록 은산분리 완화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국회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케이뱅크와 관련한 특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은산분리 완화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명분도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또 같은 당 제윤경 의원은 "기존 법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면 될 일이고, 혁신을 하려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의 원래 인가취지를 비춰본다면 중신용자에 대한 신용정보 축적과 신용평가모델 구축 등은 빠르게 개선돼야 할 것"이라며 "금융위원회는 인가 취지에 맞게 중금리 대출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 등은 은산분리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회 차원의 획기적인 사고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보증보험도 없이 대출을 실행했고, 직장인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 등 다양한 중저금리 상품을 출시해 운영 중"이라며 "다만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은행건전성을 유지해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고신용자 대상으로 영업을 하게 된 불가피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는 "지속가능한 경쟁력과 혁신성을 갖춘 플레이어 위주로 진입이 허용돼야 하지만 비금융주력자 IT기업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기존 4%(의결권 기준)에서 50%로 완화해 주는 은산 분리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며 "각 컨소시엄 내에서 주도적 의사결정 역할을 해야 할 KT와 카카오의 구체적인 사업 추진 계획도 개정안 통과 이후로 지연된 것"이라며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했다. 현재 카카오와 KT의 지분은 각 컨소시엄에서 10%, 8%인데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도 10% 내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KT와 카카오의 발언권이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은 2002년 롯데, SK 등 대기업과 벤처회사가 공동으로 설립을 추진했으나 은산분리 규제, 금융실명제상 제약, 대기업 중심의 추진방식에 대한 논란 등으로 무산됐다. 이어 2008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관련 은행법 개정안 국회에 제출됐으나 글로벌금융위기로 은행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2015년 정부는 IT를 활용해 금융부문의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도입을 위한 논의를 재개했고, 2017년 4월 K뱅크, 6월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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