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입찰시 현장식당 선정계획서 첨부 방침…연간 6000여 건 발주 관리 쉽지 않을 듯

LH 본사 전경. 사진=민주신문 DB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현장에서 함바식당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현장공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최근 함바운영권 수주와 관련한 비리로 LH 소속 간부 등이 구속된 데 따른 청렴한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한 후속 조치다. 다만 건설현장이 연간 6000여 곳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함바운영권 수주 비리 '몸통' LH공사

부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3일 함바운영권을 수주할 수 있도록 그 알선을 청탁한 함바브로커 A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LH 충북본부 부장 B씨 등 공무원 7명과, 건설시공사 상무 C씨 등 24명을 뇌물수수 또는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LH 부장 B씨와 11개 건설시공사 임직원을 통해 함바운영권을 수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5억 4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다. 

LH 충북지역본부 부장 B씨는 함바브로커 A씨의 청탁으로 LH공사가 발주한 충남 천안 소재 LH현장을 수주한 건설시공사 임직원과 현장소장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함바운영권 수주를 알선했다. B씨는 이 대가로 2016년 12월까지 총 54회에 걸쳐 현금과 골프접대 등 380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다. 

함바 비리에 연루된 LH 직원은 충북지역본부 B씨(3급)를 비롯해 진주 본사 부장(2급), 경기지역본부 부장(3급), 대구경북본부 차장급 2명(3급), 김해사업단(2급), 경남주택사업단(2급) 총 7명으로, 이들의 연봉은 7000~8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LH공사는 지난 2011년 LH공사가 발주한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로 홍역을 치르는 등 건설현장 함바 비리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함바식당 수주 로비 개요도. 자료=부산지방경찰청

식사는 인근 식당에서…함바 비리 근원적 차단 

LH공사는 최근 발생한 함바운영권 수주와 관련한 비리를 계기로 LH건설현장에는 원칙적으로 현장식당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함바식당 관련 유착고리를 근절키 위한 것으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현장 인근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신도시 개발 등으로 식당을 설치해야 할 경우 직접 운영하거나 입찰 시까지 건설현장식당 선정을 완료토록 해 LH공사 감독관 등 개입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내부 임직원의 부패예방 인식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청렴교육을 시행키로 했다. 

이와 함께 현장식당 선정계획서도 철저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현장식당 선정계획서는 지난 2011년 함바 비리가 발생하자 당시 국토해양부가 건설현장 식당 설치 등과 관련한 지침을 개정한 것으로, 정부나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건설현장에 함바식당을 설치할 경우 시공사가 현장식당 선정계획서를 작성하고 감리업체의 검토를 받은 뒤 발주처(LH공사)에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함바 비리에 연루된 11개 시공사들은 현장식당 선정계획서와 관련한 규정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LH공사 역시 건설관리지침을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LH공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함바식당을 없애고 인근 식당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함바 비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현장식당 선정계획서와 관련한 지침을 이행하지 않은 곳은 해당 부서나 담당에게 경고 조치하고 감사청구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건설시공사들은 자회사 등을 통해 함바식당을 운영 중이다. 현대산업계발은 지난 2016년부터 자회사인 영창뮤직을 통해 함바집을 운영하고 있고, GS건설 '상락푸드'와 대우건설 '푸드림'도 건설현장에서 함바집을 운영하고 있다. 도 다. 

현행 건설현장 함바식당 부패 구조. 자료=국민권익위원회

연간 6000여 건 발주…함바 비리 근절 미지수

LH공사가 함바 비리 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를 거둘는지는 미지수다. 일단 한 해 발주하는 건설물량이 6000여 건에 이르고, 함바운영권 수주에 따른 혜택이 크다는 점에서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와 통계청,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16년 건설물량은 공공부문 2만 1360건, 민간부문 8284건 총 2만 9644건으로 집계됐다. 공공부문은 국방부나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등 중앙정부기관을 비롯해 국영공기업인 LH공사,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가 발주하는 물량으로 구성돼 있다. 

공공부문 중 LH공사가 발주한 건설물량은 공공부문 2만 1360건 중 30~40% 수준으로 연간 6000~8000건에 이른다. 발주금액만 14조 2200억~18조 9000억 원에 이른다. LH공사는 대부분 발주금액이 1000억 원 이상을 넘는다. 2016년 기준 발주금액 5000억 원 이상인 건설현장은 14건에 불과하지만 1000억 원 이상은 354건에 이른다. 이중 250건(70%)이 LH공사가 발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1000억 원 이상인 건설현장은 공사기간이 2~3년으로, 이 기간 함바식당이 운영된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함바식당의 한끼 식대는 통상 4000원 안팎으로, 하루 3끼 식사와 함께 오전과 오후 새참이 제공된다. 이 경우 노동자 한 명당 최소 하루 2~3끼 식사를 하게 되는 셈이다. 통상 노동자가 500명 가량인 1000가구 이상 대형 아파트단지 건설현장의 함바식당 운영 순수익은 연간 3~4억 원으로 공사기간이 2~3년인 점을 감안하면 1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함바식당 운영권 수주를 위해 건설현장마다 1억 원~1억 5000만 원의 뒷돈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노조 등은 LH공사가 함바식당을 운영하는 대신 인근 식당을 이용키로 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 관계자는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식당을 이용하는 소비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아야할 주체로 노동자들을 위한 현장 식당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건설회사와 관련기관은 공정한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 자체의 자정노력을 통해 노동자들이 위생적이고 영양가 있는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퇴직자 운영, 출장전문 요식업체 운영, 기업 자회사 운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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