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약 이용 실태

- 인터넷서 손쉽게 마약 구입, 성관계·쾌락·일탈 위해 마약 손대
- 일부 청소년 마약운반책 전락하거나, 마약중독에 ‘자살시도’도
 
 
청소년들이 ‘마약’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다. 마약이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판매되면서 청소년들의 접근이 용이해 진 것. 호기심 왕성한 청소년들은 이렇게 마약을 이용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어학연수나 유학 등으로 해외문화를 일찍 접한 일부 청소년들은 마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호기심에 해외문화의 영향까지 더해져 청소년들은 마약 이용에 거리낌이 없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마약 이용 실태를 추적해봤다. 
 
 

▲    마약으로 인해 망가진 10대들이 나온 영화 <트레인 스포팅>의 한 장면. 



 
일부 청소년들은 잘못된 호기심에 부탄가스나 본드 같은 유해화학물질을 남용하고 있다. 여기에 중독되면서 점차 강한 것을 찾는다. 그게 ‘마약’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대들은 마약을 구입하기 어려웠다. 일부 비행청소년들만 찾던 마약이 소위 말하는 ‘모범생’에게도 참기 힘든 유혹이 되고 있다. 거기에는 인터넷의 역할이 컸다.
 
 
마약 유혹에 방치된 10대들
 
인터넷 검색의 달인인 10대들은 ‘물뽕’, ‘술뽕’, ‘GHB’라는 은어를 통해 마약을 찾는다고 한다. 기자는 인터넷 창에 ‘물뽕’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다. 사이트나 웹문서를 샅샅이 찾아봤다. 실제 물뽕 판매 혹은 구매를 하고자 하는 이들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판매자 혹은 구매자는 글을 올린 뒤 한 두 시간 만에 글을 삭제한다. 그 짧은 시간 안에 판매나 구매가 성사된 것이다. 이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대검찰청 마약류 사범 연령별 통계에 의하면 10~20대 초반까지의 마약사범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9.4%→9.7%→11.4%→14.2%로 증가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 마약 이용 실태에 대해 “유학 경험과 잦은 외국 여행, 외국인의 국내거주 등으로 인해 마약에 대한 인식이 가벼워지고 있다. 탈선을 일삼던 일부 문제 청소년들만 접하던 것이 고위층 자녀까지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물뽕’이다. ‘물뽕’은 일명 ‘강간 약물’로 불린다. 이것을 술에 타서 여성에게 마시도록 하면 30분 이내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졸음이 쏟아져 쓰러지는 이들도 있다. 여성과의 하룻밤을 노리는 남성들이 나이트나 노래방 등에서 이용하고 있다. 이것은 본인 보다는 상대방에게 술에 타서 먹이기 때문에 ‘술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물뽕은 유학 경험이 있는 20대들이 방학 때 외국에서 약간씩 들여온 것이 사용의 시초였다. 그러다가 인터넷을 통해 10대들에게 퍼졌다. 개방된 성문화에 젖어있는 10대들이 물뽕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뽕을 찾는 계기가 남다른 만큼 물뽕 이용자들은 2차 범죄를 저지른다. 한 경찰 관계자는“10대가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위해 물뽕을 찾은 바 있다”며 “밤문화와 친숙한 탈선 청소년들은 여성에게 자연스럽게 먹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09년 10월에는 청소년들이 마약 판매책으로 나선 경우도 있다. 국내 외국인학교 및 대학 부설 외국어학당을 다니는 10대 학생들이 이를 구입했다. 투약하다가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   인터넷 게시판에 물뽕을 판매하고자 하는 이가 올린 글. 글쓴이가 올린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 민주신문
 


 
마약 중독, 자살에 이르는 병
 
마약을 구입해 투약 및 흡입을 한 이들은 2009년 5월부터 7월까지 서울 신촌, 이태원, 강남 지역의 골목이나 카페, DVD방 등에서 무리를 지어 마약을 투약하거나 흡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어린 학생들은 외국에서 이미 마약을 경험한 이들로 한국에서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마약을 투약했다”고 밝혔다.

죄의식 없이 마약을 사용하는 10대들이 생각 없이 저지르는 2차 범죄만큼 심각한 문제가 또 있다. 바로 ‘자살’이다. 마약에 중독된 10대가 마약이 없는 상태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0대 특유의 ‘충동’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한 마약 중독자의 사례만 보아도 마약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어릴 적 호기심에 부탄가스 흡입을 경험하게 된 K씨는 성인이 된 후에도 쾌락을 위한 약물복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급기야 20대에 사귀게 된 여자친구에게도 마약을 권했고, 이에 중독된 여자친구는 결국 모텔 침대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충격에 자살을 결심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그는 마약을 끊기 위해 마약퇴치운동본부에 전화를 했다.

마약으로 인해 K씨는 학업을 중단했다. 여자친구도 잃었다. 자살도 시도했다. 마약에 중독된 이들은 현실감이 떨어진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죽음을 쉽게 여기는 경향도 생긴다. 이 때문에 마약중독은 ‘자살에 이르는 불치의 병’이라 불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제력이 부족한 10대들은 특히 무엇에 중독되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며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TV나 각종 매체를 통해 마약이 자주 등장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10대들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마약. 마약 중독자가 아닌, ‘마약’이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최설주 기자 aucsj@naver.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