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75% 기업은행 등 채권자에 배분…미래사이언스서 사명 변경, '또 물걸레 청소기' 인기몰이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대표. 사진=한경희생활과학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미래사이언스로 사명을 변경했던 한경희생활과학이 회사 이름을 '한경희생활과학'으로 재변경하고 재기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기업회생 인가와 함께 신규 출시한 물걸레청소기가 인기를 얻으며 자신감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수익모델이 제한적이고, 획기적인 신제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주식 75% 채권자 몫…한경희 부부 공동경영 사실상 마감

2016년 12월 미래사이언스로 사명을 변경한 한경희생활과학이 지난 6월 회사이름을 '한경희생활과학'으로 변경했다. 사명 변경을 두고 뒷말이 많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자본잠식상태에서 적자마저 수백억 원에 이르는 등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2016년 12월 워크아웃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사명을 '미래사이언스'로 변경했다. 이어 2016년 6월 별도 법인인 '한경희생활'을 설립하자 '한경희'가 없는 미래사이언스를 버리고 '한경희생활'을 주력기업으로 키우려는 의도라는 뒷말이 나왔다. 한경희생활과 미래사이언스의 판매 제품 간 특별한 차이가 없었다는 점도 뒷말을 낳은 원인이 됐다. 

워크아웃 추진 당시 한경희생활과학의 채무는 250억 원으로, 주채권은행인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강서오피넥스 구로점 등 167명에 달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 등 채권자들은 한경희생활과학 기업실사 후 워크아웃을 부결시켰다.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가 없는 데다 기업가치 대비 채무가 지나치게 많아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이에 따라 지난 5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지난 9일 서울회생법원은 한경희생활과학의 회생계획안을 가결하고 회생계획을 인가했다. 일반 대출금과 상거래 채권의 경우 원금과 이자의 75%를 IBK기업은행 등 채권자에게 주식으로 배분하고, 25%는 오는 2026년까지 10년간 현금으로 변제하게 됐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이에 따라 채권단이 과점주주로 올라섰고, 한경희 대표와 그녀의 남편인 고남석 회장의 공동경영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주먹구구식 경영 탈피로 정상화 기대  

한경희생활과학의 대주주가 바뀌면서 주먹구구식 경영방식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팀청소기가 인기를 끌면서 크게 성장했던 한경희생활과학은 화장품, 음식물 처리기, 전기 프라이팬, 정수기 등 신규 제품에서 고배를 마시며 어려움이 시작됐다. 여기에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로 자금난을 겪은 데다 2014년 탄산수 제조기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송사에 휘말리며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결국 2014년 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이듬해 300억원대 순손실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특히 2010년 완전자본잠식상태였던 엔스코기술과 합병하고 2016년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못했다. 엔스코기술은 한경희 대표의 남편인 고남석 회장이 주주로 참여한 회사로 나타나는 등 1000억 원대 매출실적을 기록한 기업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연출했다. 

최근 한경희생활과학은 물걸레청소기 아쿠아젯 판매가 늘면서 조기 정상화를 기대하는 눈치다. 아쿠아젯은 자동 물 분사 기능으로 청소도중 걸레에 물을 적실 필요가 없도록 했다. 이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스팀청소기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특히 걸그룹 출신 연예인이 출연하는 인기 TV프로그램을 통해 노출되면서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월간 4000~5000대 가량이 팔려나가고 있다. 

인기 TV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등장한 물거레청소기 아쿠아젯. 사진=JTBC 방송 캡처

물걸레청소기 인기몰이…한경희생활과학 '또 청소기'

한경희생활과학은 최근 체험단 1기 발대식을 갖고 소비자 의견이 반영된 신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10명으로 구성된 체험단은 4개월 동안 개인미션과 팀미션 등을 통해 인기상품들을 직접 사용해보고 사용후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수익모델을 다각화해 재기의 발판을 삼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기존 운영하던 대형 할인매장 등 오프라인 유통망을 올 연말까지 정상화하고, 오는 2018년내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 리테일 등 신규 유통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수익이 좋은 스팀청소기 등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한경희생활과학을 핵심기업으로 키워나가는 한편 한경희생활과 제품군 간 조율로 상생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한경희생활과학 관계자는 "아쿠아젯 등 신규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며 "기존에 생산했던 제품을 정리하고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신규 모델 출시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해 획기적인 제품으로 생활가전명가의 위상을 되찾도록 할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한경희생활과학은 한경희 대표가 1999년 설립한 생활가전업체로, 스팀청소기가 큰 인기를 끌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09년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주목해야 하는 여성 기업인 50인으로 선정하는 등 성공한 1세대 여성 CEO로 이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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