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 차로 '둔갑’ 허술한 대출 절차 노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중고차 할부금융의 맹점을 이용 거액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헐값에 사들인 폐차 직전의 수입차를 포토샵 작업을 통해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시킨 뒤 캐피탈사에서 허위대출을 받는 신종범죄 수법이다.
1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총책 최모(28)씨를 구속하고, 모집책 노모(23)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에게서 돈을 받고 명의를 빌려준 혐의(사기)로 엄모(29)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총책 최씨 등은 2016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사고로 크게 부서진 폐차 직전의 수입차를 헐값에 사들인 뒤 포토샵 작업을 통해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시켰다. 이들은 엄씨 등에게 판매하는 것처럼 허위로 대출계약서를 꾸며 A캐피탈사 등 5곳으로부터 18차례에 걸쳐 4억7000여만원을 챙겼다.
총책 최씨는 경기 수원시에서 중고차시장에 속해 있는 영업사원으로 사고 차량만 전문적으로 매입해 판매하는 ‘잔존물 취급업체’에서 파손된 차량 18대를 1대당 100만~1000만원에 샀다.
이후 캐피탈사가 차량 구입에 따른 대출금이 3000만원 이상인 경우, 현장 확인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리고 포토샵 작업으로 사진에서만 차량을 새 차처럼 바꿨다. 3000만원 이하 대출을 받을 때는 포토샵으로 사진을 조작하지도 않은 채 서류만 제출했다.
공범자 엄씨 등은 1건당 150만~200만원을 받고 최씨 등에게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캐피탈사로부터 받은 돈으로 엄씨 등의 차량할부금을 일부 대납해줬다.
그러나 최씨가 대납해주지 않고 연체되자 캐피탈사는 엄씨 등에게 대출금 상환을 독촉하면서 폐차 수준의 차량으로 대출을 받아간 것을 알게 됐고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지난 6월 수사에 착수, 사기혐의로 최씨 일당을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건전한 중고차 거래가 이뤄지도록 자동차 대출사기 사범을 지속해서 단속해 나갈 방침”이라며 “이러한 ‘자동차 할부금융 구조화 사기’를 예방하도록 캐피탈사에 대출절차를 개선·보완할 것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