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보편요금제 입법 예고…올해 안으로 국회 상정 목표
이통3사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 개입하려 해…기업 자율권 문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한 목소리로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민주신문 DB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한 목소리로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에 이어 정부와 또 다시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이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요금에 200분의 음성통화와 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보편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출시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KT나 LG유플러스도 가입자 이탈 방지를 위해 유사한 요금제를 선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통해 연 2조2000억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를 불러온다는 계획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보편요금제 도입을 입법 예고했다. 이달 중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연말까지 국회 상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이통 3사는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으로 인해 연간 3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고, 이보다 더 큰 수익 감소를 불러올 수 있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시 매출 급감은 물론 기존 요금제 체계도 일괄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려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지난 6일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민간의 통신 서비스 요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사업자 입장에서 수용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 개입해 인위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보다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신광석 KT 최고재무책임자(CFO) 또한 자사 컨퍼런스콜에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법률로 직접 규제하는 방식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제”라며 “기업 고유의 가격 자율권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입법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지만 보편요금제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 이통 3사는 정부의 입법예고 기간 중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나타날 수 있는 업계의 우려 사항을 담은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의견서에는 시장경쟁 위배와 투자여력 감소 등으로 소비자 편익이 하락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통 3사가 새정부 공약이었던 ‘기본료 1만1000원 폐지’를 사실상 무산시킨 전력이 있는 터라 보편요금제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이통 3사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들을 매번 반대하면서 전 사회적인 가계통신비 절감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동통신은 공공 서비스이면서 국민의 삶에 최고 필수품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저렴한 가격과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월 3만원대 요금제에서 정부의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보편요금제가 출시되면 요금과 데이터 제공량 등 요금제 체계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특히 보편요금제에 맞추기 위해선 요금제 구조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정부에 의해 요금제가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보편요금제와 같이 통신비 관련 중장기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채협의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회는 내년 2월까지 100여 일 동안 활동하게 되며 최종 방안은 내년 3월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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