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 네티즌 비난 왜


 

▲ LG상사가 공식 수입한 카메라 렌즈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급기야 강남 캐논프라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200만원대 70-200is렌즈 기포 현상으로 네티즌 발끈
LG상사 홈페이지에 공지 않아 아는 소비자만 교체

일본 디지털카메라를 수입·판매하는 한 대형업체가 고가의 카메라 렌즈에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 이를 숨긴 채 소비자에게 판매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LG상사가 국내 공식 수입·공급하는 200만원대 카메라 렌즈인 ‘캐논(Canon) 70-200 is usm’을 구입한 한 네티즌은 “육안으로 보아도 렌즈 모듈에 하얗게 묻은 먼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LG상사는 문제의 카메라 렌즈로 사진을 찍더라도 아무런 이상이 없기 때문에 렌즈를 교환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며 “제품 자체에 하자가 있는데도 불구, LG상사는 뚜렷한 공지없이 문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렌즈 모듈 안에 낀 이물은 ‘은하수 현상’으로 보통 렌즈에선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또 ‘카메라 렌즈에 이물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를 띈다는 것.

문제의 제품을 구입해 피해를 본 공식적인 소비자만 150여명. 이들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알게돼 현재 LG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극한까지 치닫게 된 이번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본다.

디지털카메라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인 SLR 클럽(www.slrclub.com) 회원인 최일현(33)씨는 최근 SLR 클럽의 캐논 ‘카메라포럼 게시판’에 ‘아빠백통, 엘지상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란 제목으로 캐논 70-200is 카메라 렌즈의 ‘은하수 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올 봄, 남대문에 위치한 한 카메라 판매점에서 엘지정품 렌즈를 구입한 최씨는 “몇 군데를 다녀본 결과 모든 상인들이 ‘정품보다 10만원 가량 싸고, 파우치에 후드까지 얻어줄 테니 일본내수 제품을 구입하라’고 했다”며 “그런 파격적인 조건에도 정품을 산 이유는 단 한가지, 원만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다를 건너가야 만날 수 있는 일본 캐논을 보고 구매한 것이 아니라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해준다’는 LG상사를 믿고 구매했다는 것.

바람잘 날 없는 LG상사

최씨는 LG상사의 ‘모르쇠’ 태도에 대해 “변두리 구멍가게가 아니라면 자신들이 판매한 제품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며 “소비자를 대변해 일본 캐논사와의 법적, 또는 기술적인 다툼을 해야하는 것은 소비자 개인이 아니라 LG상사다”고 꼬집어 비난했다.

그는 또 “제품에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 캐논의 뒤꽁무니에서 공지도 안하고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무슨 이유냐”면서 “이 같은 결함(은하수 현상)이 사진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일본 캐논사와 LG상사 측의 주장만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급기야 LG상사가 공식 수입한 카메라 렌즈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강남점 캐논프라자 앞에서 ‘불량품 팔아 돈버는 LG상사 신제품 출시가 웬 말이냐’ ‘불량제품 전량회수 신제품으로 교환하라’고 주장하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소비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LG상사가 되길 바란다는 최씨는 “국내소비자를 외면하고 캐논 뒤에 계속 숨으려 한다면 LG상사는 앞으로 광학기기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 안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세워준 기업의 명성과 가치는 소비자로 인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씨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SLR 클럽 네티즌들은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아이디 ‘가을_하늘’은 “캐논도 문제지만 중간에서 유통하는 엘지상사가 큰 문제”라며 “제대로 된 서비스도 안 하면서 왜 서비스요금을 붙여서 파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안아빠’는 “아마 LG그룹에서 이런 썩어빠진 부분(LG상사)을 개혁하던가 정리를 해야지 2등 기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재벌들 진짜 싫어하지만 LG는 재벌이라고도 할 수 없는 구멍가게”라고 힐난했다.

‘은하수 현상’이 전보다 눈에 띄게 짙어졌다는 한 소비자는 “장기간 사용하다 보면 눈에 띄게 영향을 줄 시기가 분명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캐논 70-200is 카메라 렌즈를 구입하려는데 ‘은하수 현상’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풍성’은 “렌즈를 구입한 시점에서부터 언제까지나 화질에 영향이 없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며 “지금 당장 화질에 영향이 없다는 LG상사 측의 주장만 가지고 뻔히 불량임을 알면서도 냉장고 2대 값이나 하는 고가의 렌즈를 구입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피이러팬’은 “20D 핀 문제나 70-200is의 은하수 문제 등을 보면 마치 LG상사에서 제품에 하자가 있는 물건들만 저가에 구입해 한국에 유통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며 “60만원 정도 하는 세탁기도 직접 와서 수리를 해주는데 200만원이나 넘는 카메라는 소비자가 직접 가져가 수리를 받아야 하는 것도 웃긴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는 사람만 “교환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은하수 현상’과 관련, LG상사 언론홍보 관계자는 “70-200is제품에 기포현상이 보이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문제의 렌즈로 사진을 찍더라도 제품 성능에는 0.001%도 하자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품을 출하할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본 제품을 사용하는 전 세계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러한 건으로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단언했다.

새 제품에서 기포현상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렌즈를 제조할 때 무균 상태서 하얀 가운을 입고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먼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이물질”이라고 답했다.

소비자 반발에 대해 관계자는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체해 달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며 “현재 무상보증 기간과 상관없이 문제의 제품을 100% 무상 교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상사 관계자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결함이 발생한 제품을 리콜해 부품을 교체해 주듯 제품의 문제 부분만을 떼내어 교체해 주겠다는 것.

홈페이지를 통해 ‘100% 무상 모듈 교체’ 사실을 알렸느냐는 질문에 그는 “100% 교체는 순전히 서비스차원에서 하는 것이지 홈페이지에 공지를 할 정도로 제품에 결함이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며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공지 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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