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우리 안으로, 중소·벤처는 우리 밖에서...김상조-김동연 경제수장 눈에 띠는 '2일 행보'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베어드홀에서 2일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서 '김종인 식 암탉론'이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문 정부 경제정책의 특징은 대기업을 일정한 틀 속에 머물도록 해 빈 공간을 확보한 뒤 중소·벤처기업이 이 공간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암탉론과 일치한다. 

문 정부 경제민주화가 상법 등 관련법 개정을 통해 제도를 정비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 전 대표의 구상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 등 5대 그룹 전문 경영인들과 정책 간담회를 갖는 한편 김동연 부총리 주재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해 ‘의도’가 엿보인다. 

눈길 끄는 경제수장들의 '2일 하루'…김상조 대기업 간담회, 김동연 중소·벤처기업 대책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일 오전 10시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5대 그룹 전문 경영인들과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삼성 이상훈 사장, 현대자동차 정진행 사장, SK 박정호 사장, LG 하현회 사장, 롯데 황각규 사장, 대한상의 이동근 부회장이 참석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들 그룹의 선도적인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더욱 분발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신설 조직인 기업집단국의 역할과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공정위 윤리 준칙 준수 협조, 기업 지배 구조 모범 규준 실천, 하도급거래 공정화, 노사정 관계에서의 적극적인 역할 등을 당부했다. 

김동연 부총리 역시 이날 서울 숭실대학교에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민간 중심의 혁신창업으로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우수인력이 창업에 적극 뛰어들고, 벤처투자를 통해 성장하는 혁신창업 국가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중견기업의 우수인력이 적극적으로 혁신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특화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모기업 선투자와 정부 후속지원이 연계된 방식이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안 100억 원을 반영했다. 또 향후 3년간 10조 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신규 조성해 국내 모험자본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2일' 하루 두 명의 경제 수장이 직접 나서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정책을 발표한 셈이다.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추진방향.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정부 경제정책 곳곳서 김종인 식 경제민주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사람중심 경제'를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의 최종 목표가 '각 개인의 삶의 질'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로 양극화가 심화해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방향은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경제 세 축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사람중심 경제는 경제와 사회 모든 영역에서 불공정과 특권의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이는 '경제검찰'의 수장으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맡겨진 책임이기도 하다. 동시에 중소기업 추가채용 제도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과 벤처창업으로 새로운 성장기반을 만드는 혁신 성장 등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책임지게 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추진 방식으로 상법 개정 등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한 사례다. 이는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을 단장으로 한 경제민주화 T/F가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보고한 34개 경제민주화 입법과제와 맞닿아 있다. 

이 때 선정된 입법 과제는 6개 분야, 34개 세부과제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소득 양극화 개선, 사업장내 민주주의 확립, 공평과세 실현, 소비자·투자자 보호,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보호 등을 담고 있다. 대기업에는 의무를, 중소벤처기업에는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는 김종인 式 경제민주화를 설명하는 '암탉론'을 떠올리게 한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경제민주화 핵심은 '암탉론'으로 요약된다. 커다란 암탉을 앞마당에 풀어놓으면 남김없이 다 쪼아 먹고 다닌다. 그렇다고 목을 비틀면 알을 낳지 못한다. 이에 따라 커다란 암탉을 적당한 크기의 우리에 가둬 그 안에서만 살도록 해 울타리 밖 다른 동물들의 먹이까지 모두 먹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커다란 암탉은 대기업으로, 우리는 정부가 시장경제에 참여하는 방식의 규제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행보가 '암탉론'을 연상케 해 눈길을 끌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 경영인들에게 기업 지배 구조 모범 규준(Corporate Governance Code)를 스스로 갖추고 실행하고 하도급 거래 공정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해줄 것 등을 당부했다. 반면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향후 3년간 10조 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내ㆍ분사창업을 활성화하는 등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 등은 각 부처별 일정에 따른 행사일 뿐이라며 특별한 '의도'를 갖고 마련되지는 않았다며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계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대기업 전문 경영인들과 정책간담회가 마련된 것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강연회 도중 다시 한번 만나자고 한 것이 계기가 돼 마련된 것일 뿐"이라며 "일부러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같은 날 개최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 홍보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국콜마, 형지를 비롯해 50여 개 기업이 한국경영자총협회 신규 회원사로 합류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