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FN executive 부사장

“왜 헤드에요? 헤드헌팅 일을 하고 있다고 나를 소개하면 자주 받는 물음이다. 의외의 질문에 잠시 멈칫하다가 ‘헤드는 곧 인재이지요’라는 공식 같은 대답을 한다. 질문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동의하기어렵다는 표정을 짓는다. 왜 그럴까?
사실 헤드헌팅의 어원적 유래는 평소 일반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좀 길지만 자료원문을 그대로 옮긴다.

원래 [헤드헌터(HeadHunter)]란 원시 부족들이 상대 부족들의 머리를 잘라오는 머리사냥(HeadHunting)]에서 나온 말이다. 국내에서는 중역(임원)이나 전문인력 등을 기업체에 소개해 주는 사람이나 업체를 나타내는 말로 널리 쓰인다. 외국에서나 국내업계에서는 헤드헌터라는 말은 속어로 여긴다. 헤드헌팅회사는 '서치 펌'이나 '익제큐티브(임원)서치 펌'이라고 하며, 헤드헌팅 하는 사람(헤드헌터)은 '서치 컨설턴트' '익제큐티브 서치 컨설턴트' '익제큐티브 서치 프로페셔널'이라는 용어로 불린다.

업계에서 의도하는 ‘인재를 찾는다’는 의미와는 동떨어져 있다. 직역을 하면 그 의미는 더욱 더 끔찍하다. ‘목을 따오다니’. 인재 사냥꾼이 아니라 인간 사냥꾼인 셈이다. 용어를 바꾸라는 충고가 현실로 다가온다.

결론적으로 ‘헤드’ 대신 ‘브랜드’로 대체함이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즉 ‘헤드 헌터’는 ‘브랜드 헌터’로 ‘헤드헌팅회사’는 ‘브랜드헌팅회사’로 말이다. 물론 여기서 브랜드는 이른바 개인 브랜드, 혹은 퍼스널 브랜드를 말한다. 왜 브랜드인가?

첫째, 우리 개인 각자도 하나의 브랜드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주간회의를 갖는다. 회의의 하이라이트는 추천한 후보자의 진행 상황이다. 심플하다. 합격이거나 탈락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합격과 탈락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답은 어렵지 않다. 그 사람의 상품성이다. 즉 브랜드력이다.

주말에 종종 아내와 장을 보러 가는 데 그 때마다 묘한 느낌을 받는다. 매대 위에 진열되어 있는 각종 제품의 브랜드가 사람처럼 보인다. 나의 직업병이기도 하지만 “나도 매대 위에서 선택을 기다리는 하나의 상품에 지나지 않다”는 어느 취업준비 대학생의 절규가 아직도 귓전을 울리기 때문이다.

둘째, 브랜드의 의미와 인재의 기준은 동일하다.
브랜드는 다음의 3가지 핵심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 응축성이다. 즉 컨셉트다. 특징이나 장점을 엑기스화한 것이다. 둘, 차별성이다. 컨셉트가 경쟁자와 구분되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다르거나 더 좋거나 둘 중에 하나다. 셋, 공감성이다. 차별화된 특장점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어필한다.

사람의 경우도 상품과 다르지 않다. 개인 브랜딩은 자신만의 차별성 있고 공감을 주는 컨셉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브랜딩의 줄기를 기준으로 하여 스펙, 스토리, 키워드 같은 경력의 꽃을 피워서 큰 나무가 되는 것이다. 이는 곧 기업에서 탐을 내는 인재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정체성>에서 광고회사 커리어우먼인샹탈은 느닷없이 이런 말을한다. "다른 남자들이 더 이상 나를 쳐다 보지 않아" 네 살 연하의 동거 남 애인인 쟝 마르크는 자아불확실성에 빠진 이 여자 애인을 달래는 방법으로 익명의 남성을 가장한 편지쓰기를 택한다. 나라면 이렇게 답을 하겠다. “당신은 아직 브랜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야”라고 말이다.

지금부터 인재의 기준은 ‘헤드’가 아니라 ‘브랜드’라고 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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