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석 4만8000원, 24~25일 예술의전당 공연...기업 후원 힘입어 가격 파괴 바람

서울국제음악제 개막 연주를 맡은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 티켓 가격은 제일 비싼 R석이 4만8000원으로 채 5만원이 되지 않는다.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최정상급 클래식 공연을 기대하는 클래식팬들은 아낌없이 티켓값을 지불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티켓값이 천정부지로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일반인들이 부담하기에는 비용이 높아 클래식 공연 문턱은 높았다.

북유럽을 대표하는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핀란드의 경이’라 불리는 1급 오케스트라로 역대로 오스모 벤스케, 유카페카 사라스테, 오코 카무 등 유명 지휘자가 상임지휘자를 맡아 왔다. 세계 10대 뮤직홀로 손꼽히는 시벨리우스 홀에 상주하며 수많은 음반을 녹음했다. 

아울러 음반들은 여러 번에 걸쳐 그라모폰 어워드와 플래티넘 레코드, 칸 클래식 상, 미뎀 클래식상, 디아파종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핀란드 라티 심포니가 오는 24~25일 이틀간 서울국제음악제 개막 연주를 맡아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가장 비싼 R석이 4만8000원. 정상급의 클래식 연주회 티켓 가격이 평균 30만~40만원 인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돈 없어도 볼 수 있는 수준급 연주회도 있다. 11월 3일 열리는 프랑스 신예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듀몽의 연주회는 무료다. 소프라노 임세경,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베이스 손혜수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렐 쟁쟁한 성악가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오페라 ‘아이다’의 가격도 이례적이다. 26~28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올리는 이 공연의 티켓 가격은 1만~15만원이다.

클래식 음악계의 ‘가격파괴’는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공헌과 관객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진 시도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관객들에게 가성비 높은 공연을 제공하지만 티켓 판매만으로는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대기업의 후원에 기대는 공연계의 고질적인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클래식계에서 티켓 가격이 저렴한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단체로부터 지원금을 받거나 기업이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직접 공연을 기획하는 경우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기념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11월 3~5일 개최하는 ‘프라이드 오브 코리아’는 1만원으로 조수미, 나윤선, 양방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들이 대거 출연하는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최정상급 클래식 공연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화그룹은 5회째 이어오고 있는 ‘한화클래식’을 통해 9월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의 대가 윌리엄 크리스티의 공연 티켓을 2만~5만원에 판매했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낮게 책정한 것이다.

반면 서울국제음악제나 경남오페라단은 이 두 가지에서 벗어난 사례다. 클래식 음악의 잠재적 관객을 늘려 공연시장을 키우고 관객 만족도를 높여 선순환을 이뤄보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9회째를 맞는 서울국제음악제에서 가장 비싼 좌석의 가격을 4만8000원으로 책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국제음악제 관계자는 “클래식 음악의 장벽이 높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 만큼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접하게 되면 애호가 분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경남오페라단 역시 “지역에서도 높은 수준의 공연을 기대하는 관객들이 있는 만큼, 티켓 가격을 올려 수입을 늘리기보다는 더 많은 관객들이 오페라 극장을 찾게 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티켓 가격은 관객들에게 알짜배기 공연으로 인식하지만, 공연을 기획하는 쪽에서는 재정적 부담을 의미한다.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은 오케스트라 초청료, 항공권, 숙박비 등을 포함해 5억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2500여석의 객석을 모두 유료 관객으로 채워도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오페라 ‘아이다’ 제작비는 6억~8억원 정도로 다른 오페라에 비해서도 더 비싼 편이다. 화려한 무대 장치를 줄이고 홍보비용을 최소화해도 부족한 제작비를 메우기는 힘들다. 결국 기업 후원에 기대지 않고서는 공연자체가 힘든 것이다. 

클래식 분야에 대한 기업 후원이 줄어든 점도 ‘가격 파괴’와 무관치 않다. 한국메세나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금액은 2014년 1771억여원, 2015년 1805억여원, 2016년 2025억여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166억6000만원을 차지하는 클래식 분야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후원을 요청하기보다는 기업과 알짜 공연을 즐기려는 관객들의 입장에서 다채로운 접근과 의견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준높은 클래식 음악은 국가나 기업의 지원이 없으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실적이고 다양한 공연기획으로 음악 시장과 관객층을 만족시키는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의 대가 윌리엄 크리스티의 공연 티켓은 2만~5만원에 판매됐다. 한화그룹은 5회째 이어오고 있는 '한화클래식'의 티켓 가격을 사회공헌 차원에서 낮게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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