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유튜브에 경쟁 제품 콕집어 비교 동영상 올리며 ‘선공’
전세계 TV시장서 OLED 영향력 커지자 점유율 확보 안간힘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게시한 'QLED 대 OLED 12시간 잔상 테스트' 동영상.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전쟁’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는 삼성이 먼저 선제공격을 통해 전면전을 예고했다.

발단은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다. 지난 8월 말 게시된 이 동영상은 삼성과 LG의 대표적인 TV를 두고 잔상 테스트를 진행한 내용이다. 물론 삼성 QLED TV의 승리로 끝을 맺는다.

문제는 자사 홍보 동영상에 LG전자의 OLED TV의 정확한 모델명까지 밝히면서 비방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최대한 경쟁 제품 언급을 피하는 업계 관행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동영상을 두고 TV시장에서 삼성전자가 LG전자를 필두로 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진영에 사실상 선전포고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은 QLED(퀀텀닷 디스플레이) 전선을 이끌고 있지만, OLED 진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특히 지난 9월 막 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7’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OLED 패널을 채택한 업체는 13개인 반면, QLED는 7개로 가까스로 절반을 넘어선 것. 특히 지난 2분기 1500달러(약 170만원)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패널을 탑재한 소니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전세계 TV 시장에서 OLED 진영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OLED 패널을 탑재한 TV 출하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도 삼성전자에게는 부담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지난 2분기 OLED TV 출하량이 37만7000대로 전년 동기(18만1000대) 보다 108.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2020년에는 5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등 OLED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올 상반기 TV 등 소비자 가전 부문을 담당하는 사업부문에서의 영업이익도 LG전자에 뒤쳐진 것으로 나타나는 등 TV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모양새다. 상반기 삼성전자 가전(CE)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7000억원으로 LG전자가 TV 사업(HE) 부문에서 거둬들인 7252억원에 252억원 뒤쳐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현재 기록적인 실적 행진에도 불구하고 CE 부문에서만큼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비방 마케팅을 이용해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정 제품을 비방하기 위해 만든 영상이 아닌 바이럴 마케팅 차원으로 제작된 영상”이라고 말해 이 같은 분석이 틀리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이는 곧 연말 성수기를 맞아 OLED TV 시장의 점유율을 가지고 오려는 삼성전자의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OLED TV의 단점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잔상 문제를 부각시켜 시장의 흐름을 바꾸겠다는 속셈이다.

LG전자는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자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LG전자 관계자는 “실험 결과는 자의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라며, “회사명과 제품명까지 언급하는 것은 상도에 어긋난 행위”라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한편 삼성과 LG의 이 같은 전면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두 업체는 냉장고 용량 문제를 두고 처음 맞붙었다. 당시 삼성은 자사의 냉장고의 용량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LG 제품에 물을 붓는 실험을 광고로 내보내 100억원 대의 소송으로 비화된 바 있다. 2015년에는 해외 전시 행사에서 LG 측이 삼성전자 세탁기 제품을 고의로 훼손했다며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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