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정기감사 대상 문화재 161건 중 보수한 건수는 23건, 나머지는 현재까지 현상방치

“보수, 수리가 시급하다”고 평가받은 국보 제47호 ‘하동 쌍계사 진감선사탑비’. 비에 길게 금이 가거나 홈이 파여 있다. (왼쪽) 기단 보강재는 부식되고 시멘트 처리한 부분에선 2차 오염이 관찰된다.(오른쪽)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14개의 국보와 보물이 균열이나 파손 등 고(高)위험 등급 판정을 받고도 3년째 방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재청 국정 감사에서 수차례 ‘보존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됐지만 문화재청과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문화재 대신 주변 시설 정비에 예산을 썼다.

지난 1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이 공개한 문화재청 자료에서는 2015년 문화재청 자체 정기감사 결과 ‘보존관리방안 마련 필요’ 대상으로 국보와 보물 14건을 지정했다. 

‘보존관리방안 마련 필요’는 판정 등급 중 ‘즉시 해체’ 다음으로 심각한 고위험 등급을 말한다. 구조나 보존상태가 부실해 보강 또는 보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2015년 정기감사 대상 문화재 161건 중 보수한 건수는 23건(14.3%)이었고 나머지는 현재까지 방치된 상태다.

특히 보강, 보수가 시급한 문화재는 그대로 두고 주변에만 신경 쓴 건수는 22건(13.7%)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국보와 보물이 14건이었다.

보강, 보수가 시급한 대표적인 문화재로는 국보 47호인 하동 쌍계사 진감선사탑비다. 1964년 보수할 때 보강재로 쓰인 스테인리스가 부식되고 시멘트에서 발생한 2차 오염이 심각해 2014, 2015년 감사에서 모두 ‘즉시 해체’ 다음의 하위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그대로다. 

올해도 탑비를 보수하지 않고 주변 건조물인 도원암 극락보전만 개축했다. 그 외에도 보물 383호인 창덕궁 돈화문도 천장, 추녀마루, 기둥에 균열이 생기는 등이 훼손과 방치가 심각하지만 방치되고 있다.

현재 문화재청과 해당 문화재가 있는 지자체는 책임소재에 대해서 회피하고 있다. 문화재 보수비용은 문화재청과 해당 지자체가 7 대 3 비율로 내도록 ‘보조금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자체가 문화재 보수용 예산을 신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지자체는 문화재 보수, 수리는 ‘해도 티가 안 나는 사업’이라서 신청에 역시 소극적이다. 그 결과 문화재 보수 대신 주차장 화장실 개선 등 주변 정비사업에 쓰인 돈만 최근 3년간 533억 원에 이른다.

감사원은 2014년 문화재청 감사에서 △보수가 시급한 문화재 대신 주변 정비사업 위주로 예산을 배분하고 △정기조사 결과를 적극 활용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대로 예산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고위험 등급을 받은 문화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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