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스전] 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⑧ - 대륙붕 유망성 재평가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 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미국서 공부한 ‘인공지진파 층서분석’…대륙붕 유망성 재평가

쉘과 한국석유공사가 시추했던 지역은 6-1광구의 동부 지역으로 지층의 구조 운동에 의해 배사구조와 단층들이 발달한 곳이다. 그동안 상업성을 갖춘 가스전 발견에 실패했던 주요 원인은 배사구조의 규모가 작고 저류암 역할을 하는 사암층이 얇아 충분한 양의 가스를 함유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석유공사는 국내대륙붕에서의 석유탐사 대신 해외 석유탐사를 추진하기로 방향을 바꿔 국내대륙붕 탐사는 사업 중단 위기에 놓였다. 한국석유공사로서는 지금까지 해 왔던 대륙붕 탐사를 바로 접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실패해 온 지역에 계속 시추를 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필자는 한국석유공사의 베트남 프로젝트 용역을 수행하는 동안 미국에서 전공한 ‘인공지진파 층서분석(seismic stratigraphic analysis)’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적용해 대륙붕의 유망성을 재평가하겠다고 공사에 제의했다.

이전에는 석유탐사에 있어 배사구조를 찾는 데 집중했다. 배사구조가 있다고 해도 지층 내에 사암이 없으면 석유의 부존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인공지진파 층서학(seismic stratigraphy)이라는 학문이 도입됐다. 이는 인공지진파 탐사자료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지층 내의 퇴적암 분포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어느 지층에 사암이 존재하는지 예상할 수 있게 됐다.

한국해양연구소에서 한국석유공사로 옮긴 후 국내대륙붕의 모든 자료를 마음껏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존 탐사 대상인 6-1광구 동부의 배사구조 지역만아니라 6-1광구 전체 지역을 분석해 퇴적층의 분포양상을 조사했다.

6-1광구 전체 인공지진파 탐사자료를 혼자서 해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과거에 취득한 인공지진파 탐사자료는 디지털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큰 도면상에 그려져 있는 수십 장의 인공지진파 탐사자료에 색연필로 일일이 지층을 표시해 가며 작업하고, 시추공에서 취득한 시추자료들을 분석하면서 유망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인공지진파 탐사로 층서트랩을 찾아라

그 결과, 실낱같은 돌파구가 나타났다. 과거 지층의 퇴적 당시 천해 지역에 해당했던 6-1광구 서부 지역에 두꺼운 사암층의 존재 가능성을 알게 됐다. 이 지역은 과거 시추한 돌고래 구조대에 비해 두꺼운 사암층의 발달 가능성은 높았으나, 구조운동을 비교적 적게 받아 배사구조가 형성돼 있지 않았다.

가스전이 부존돼 있을 유망구조를 찾으려면 층서트랩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것이 과제였다. 또 층서트랩을 찾기 위해서는 신규로 인공지진파 탐사를 수행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공사 경영진을 설득해 6-1광구에 신규 2D 인공지진파 탐사를 하기로 한 후 정부를 설득했다. 그러나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던 국내대륙붕 탐사를 재개하는 데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6-1광구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에 추가로 인공지진파 탐사가필요합니다.”

“그동안 시추할 만한 곳은 다 해봐서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6-1 광구에 더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요?”

“6-1 광구의 서부 지역에 층서트랩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추가 탐사에 대한 설득과정을 한두 마디 대사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누구도 산유국의 꿈에 반대하지 않았지만, 실제 돈이 들어가고 가시적인 성과도 따라야 하는 일이었다.

“산유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꺼져 가는 대륙붕 탐사의 불씨를 되살려 반드시 경제성 있는 가스전을 발견하겠습니다.”

우리의 간절한 설득에 정부도 어렵게 예산을 배정했다. 정부의 예산 지원에 6-1광구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2D 인공지진파 탐사자료를 취득했고, 엄격한 전산처리 감리 과정을 거쳐 양질의 인공지진파 탐사자료를 얻게 됐다. 전산처리가 완료된 최종 인공지진파 탐사자료를 가지고 약 2개월간 자료해석 작업 결과 마침내 6-1광구 서부지역에서 5개 유망구조를 발견했다.

5개의 유망구조의 이름을 ‘고래’라고 새롭게 지었다. 이전에 사용했던 ‘돌고래’ 이름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규모 자원량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유망구조의 이름을 ‘고래’라고 지었다. 이로써 1993년 6-1광구의 5개 유망구조, 고래-1부터 2, 3, 4, 5가 탄생했다.

고래지역 탐사에서는 기존 돌고래 지역탐사에 적용했던 탐사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탐사를 재개했다. 여러 공(孔)을 시추했던 기존의 6-1 광구 동부 돌고래 지역 탐사에서는 구조트랩인 배사구조가 탐사 대상이었다. 또한 저류암으로는 심해에 퇴적된 터비다이트가 대상이었으나, 터비다이트 사암층이 얇고 사암의 질이 좋지 않았다. 이에 반해 6-1광구 서부 고래 지역에 새로 적용된 탐사개념은 층서트랩을 대상으로 하고, 저류암으로는 퇴적 당시 얕은 바다에서 퇴적된 사암층을 예상했다.

한국과 미얀마에서 적용한 새로운 탐사개념

이후 약 10여 년 후에 이뤄진 미얀마 탐사에서도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상황이 발생했다. 미얀마에서도 기존의 탐사개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했다. 탐사 대상을 구조트랩에서 층서트랩으로 바꿨고, 인공지진파 층서분석기법을 적용해 퇴적 양상을 조사하고 사암이 존재할 지역을 추정해 결국 쉐 가스전 발견에 성공했던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층서트랩에서 가스층을 발견했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탐사대상인 저류암에서 차이점이 있다. 국내대륙붕 6-1광구는 기존 탐사 대상이던 심해 퇴적물에 사암층이 빈약하게 발달돼 새로운 탐사 대상을 천해 퇴적물로 바꾼데 반해, 미얀마 A-1광구는 천해퇴적물에 사암층이 거의 발달하지 않아 심해에 해저선상지 형태로 퇴적된 터비다이트 사암층을 새로운 탐사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6-1광구에서 발견한 5개의 유망구조 가운데 고래-1 유망구조가 가장 유망성이 높았다. 무엇보다 가스층을 지시하는 bright spot이 보였던 것이다. 새롭게 인공지진파 탐사자료를 얻기 전 기존 자료로 해석할 때는 이 bright spot을 가스층의 하단에 나타나는 flat spot이라고 생각했다. 하짐나 새로 취득한 인공지진파 탐사자료로 정밀 해석한 결과, 강한 진폭을 보여주는 것이 flat spot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침식을 받아 움푹하게 패인 부분이 구조운동으로 휘어져 완만한 경사를 보여 마치 수평 형태의 flat spot인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인공지진파 탐사자료상에 나타난 뚜렷한 bright spot은 가스층의 하단이 아니고 상단을 지시하는 것으로 해석됐고, 그 하부에 가스층 하단을 지시해 주는 희미한 flat spot이 보였다. 침식을 받은 사암층 상부의 침식계곡(incised valley)에는 셰일층이 두껍게 발달돼 덮개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래-1 유망구조에 대한 자원량 평가와 경제성 분석을 거친 결과, 상업성 있는 가스전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1994년 여름 고래-1 탐사정 시추를 진행했다. 돌고래 구조 지역에서 시추에 실패한 이후 4년 만에 국내대륙붕 시추를 재개했던 것이다.

시추 결과는 성공이었다. 당초 예상한 대로 목표 지층인 ‘가’ 사암층에서 20m에 이르는 가스층이 발견됐다. 그동안 돌고래 시추공에서는 목표 지층 내에서 실질적인 사암층의 두께가 수 미터에 그쳤으나, 고래-1 시추공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사암층이 나타났다.

하지만 ‘가’ 지층 하부를 시추하는 과정에서 높은 압력이 나타나는 지층을 만났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많은 양의 이수가 투입됐으며, 그 결과 과압력 상태에서 이수가 ‘가’ 사암층에 깊숙이 진입해 가스가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굴착이 끝난 후 물리검층을 실시하고 나서 ‘가’ 가스층에 대한 산출 시험을 실시했는데, 시험을 시작하고 나서 오랫동안 가스가 산출되지 않아 포기 직전까지 갔다. 이후 상당 기간 여러 번 시도 끝에 마침내 가스 산출에 성공하게 됐다. 국내대륙붕 6-1광구 층서트랩에서 상업적 생산가능성이 있는 가스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필자 양수영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