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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지 않는 창업’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망하지 않는 창업’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흥망성쇄가 있다. 이것은 자연계의 법칙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모든 비즈니스는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의 과정을 통해 탄생하고 사라진다.
‘망하지 않는 창업’의 비결을 묻는 이유는 사람들이 불로장생을 꿈꾸고 영원한 젊음을 동경하는 것과 같다. 망하지 않는 창업을 위해 불패의 아이템을 찾으려하거나 경영과 마케팅의 비결을 연구하겠다는 것은 불로초를 찾아 심산유곡을 헤메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기도 하다.  

목 좋은 가게가 망하는 이유가 있다

지하철 역세권 1층 대로변. 게다가 지하철 역을 연결하는 버스 정거장까지 있는 자리.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자리다. 입지와 상권, 두 가지를 따져보아도 최적의 자리다. 하지만, 이런 자리라고 해서 창업에 적합한 장소라고 말할 수는 없다.
상권과 입지가 이렇게 좋은 경우, 우선 권리금, 보증금, 임대료가 비싼 것은 상식이다. 그러다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층 대로변에 창업이 가능한 대표적인 업종으로 부동산, 미용실, 핸드폰 가게를 예로 들곤 했다. 이유는 임대료를 낼 만한 충분한 마진구조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진이 높다고 여겨지던 부동산, 미용실, 핸드폰 가게들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임대료가 상당히 비싸졌기 때문이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상하기 때문에 어렵다. 임대료가 인상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권이 죽어버린 곳은 예전만큼의 마진을 내지 못해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서다. 한 마디로 상대적인 임대료 인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더 이상 프리미엄 상권이라 부를 수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목 좋은 곳의 임대료는 여간해선 인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임대료는 왜 내려가지 않는 것일까? 창업을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그에 비하면 빈 점포를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장사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건물주 입장에서만 본다면  점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기본이 말해주듯,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때 가격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1층 대로변 점포가 왜 내게 왔을까? 뒤집어 생각해보라

이같이 1층 대로변 점포에도 허와 실이 있다. 처음 창업해보는 사람이 1층 대로변 점포를 잡았을 경우, 이것을 행운이라 보아야 할까? 대개 1층 대로변 점포를 얻게 되는 과정에서 중개업자, 건물주, 먼저 사업하던 점포사업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우 낙관적이라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내게 행운과 축복이 임한 것처럼 여겨진다.
건물주는 “이 건물에 들어온 사람들은 다 돈 벌어서 나갔다”는 말, 먼저 사업하던 점포사업자는 “장사가 잘 되는 곳인데 개인사정으로 급히 장사를 접게 되었다”는 말, 중개업자는 “시세보다 권리금도 1천만원 저렴하고, 월세도 20만원 싸다”는 말로 행운과 축복의 달콤한 여운이 계속되게 만든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종교적 축복을 찾으려들거나 징크스를 들먹여 합리화시키며 원인과 향후 경과를 분석하려들지 않는다.

작은 이익을 위한 작은 악의가 만드는 행복

초보 창업자에게 1층 대로변 매장이 주어진다? 여기에는 각각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작은 악의가 겹쳐있는 경우도 있다.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한 건이라도 계약이 성사되어야 자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점포사업자는 어차피 접으려는 장사, 하루라도 빨리 가게가 나가야 임대료, 관리비 부가비용이 나가지 않는데다, 약간이라도 권리금을 챙겨야 새출발을 할 수 있다. 건물주는 또 어떨까? 잠깐이라도 건물에 공실이 나는 것은 앞으로의 임대사업에 악영향을 끼친다. 건물 내 다른 점포나 사무실의 수익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다.
역세권 1층 대로변 매장에서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성공을 위한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지 않으면 빠른 속도로 망한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고객에게 노출이 되어 있는 만큼, 매장 오픈과 동시에 진검승부가 시작된다. 초기의 작은 허점, 방심으로도 고객에게 시원찮은 매장으로 낙인 찍히며 발길이 뜸해진다. 작은 실수가 큰 실패로 연결되며 그럴 경우, 투자한 자본금과 노력은 회수할 수 없다. 고객에게 창업을 처음해본거다, 초짜다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결국 남은 임대차 계약기간 동안 비싼 임대료, 관리비, 유지비용을 감당해야 하므로 하루하루의 삶이 불행할 것이다.
바꿔 말해 이렇게 좋은 상권과 입지는 초보창업자에게는 매우 버거운 곳이다. 작은 실패를 해서 살짝 미끄러진 것이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처음부터 큰 실패를 겪는다면 다시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초보창업자라면 더욱 그렇다. 실패를 해본 경험도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해야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준비 안 된 창업임을 깨닫기 어렵다

대체 어느 정도의 창업준비가 필요할까? 서툰 고객응대나 미숙련된 서비스를 졸업한 정도라면 된 것인가? 실은 마케팅의 관점이 들어있느냐 안 들어있느냐에서 창업준비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 마케팅이라는 표현을 하니 학습하거나 연구개발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장사꾼들은 마케팅을 경험으로 학습하고 본능적인 감각으로 실천한다.
예를 들어 역세권이나 버스정거장 앞에 카페를 창업했는데 아침 9시에 개점하는 가게라면, 이 가게의 창업자는 멀어도 한참 부족한 것이다. 출근길 간절한 커피 한 잔을 원하는 예비고객을 외면하면서 얼마나 진정성있게 고객을 대할 수 있을까?
또한 자신의 점포가 위치한 상권 내에 경쟁점포가 몇 개나 있는지, 어떤 메뉴를 취급하고 있으며, 메뉴의 가격은 어느 정도의 수준이고, 운영하는 방식과 서비스 품질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있느냐 아니냐도 좋은 척도가 된다. 아는 것 만큼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경쟁점포들과도 대립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가 발전하며 본사들이 점포도 알아봐주고 인테리어도 해주고 음료제조 방법 교육도 다 시켜주지만 여기에 안주해선 안 된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좋은 시기에다 각종 자영업 업종들의 경쟁이 치열한 때는 방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지 않으면 망하지도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흥망성쇄는 자연법칙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치열하게 창업에 뛰어들었고 늘 정직한 진검승부를 하고 있다면, 물러날 때 또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 때 어떤 출구전략을 세울 수 있느냐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 역량도 생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창업고수들이 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물러날 때를 알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때문에 이들은 망하지 않는다. 적절한 시점에서 비즈니스를 매각하거나 영업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이후 고객분석과 시장조사를 통해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매장으로 비즈니스를 혁신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망하지 않는 창업의 비결을 알고 싶다고 묻는다면, 단호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창업을 하지 않으면 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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