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선사 발주 1.6조원대 컨테이너선 9척 중국 손에
시뮬레이션 검증 가격 경쟁력 확보, ICT 접목으로 차별화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현대중공업이 극심한 수주난(難)에 함박웃음을 꽃피웠다.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0척을 따내며 일감을 확보한 것이다. 수주잔량 감소세를 역전시키기에 부족하지만, 일감절벽의 기사회생 발판 마련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에 빼앗긴 컨테이너선 건조 일감 수주 패배는 뼈아프다. 1조원 중반대의 수주금액보다 한국의 독보적인 컨테이너선 분야에 중국 진출을 허용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맞서 현대중공업은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기술혁신과 ICT기술 접목이라는 반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선중공업계는 지금 중저가 선박에 이어 고부가가치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컨테이너선 시장에 중국의 추격을 허용해 위기감이 팽배하다. 컨테이너선은 척당 1000억 안팎으로 시추선에 비해 평균 수주금액이 낮지만, 고부부가가치선의 기본 뼈대다. 유조선과 LNG선도 기본 틀은 컨테이너선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중순 프랑스 컨테이너 선사 CMA CGM이 발주한 2만20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9척을 2곳의 중국 기업에게 내줬다. 최종 수주 조선사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척당 가격이 희비(喜悲)를 갈랐다. CMA CGM은 최종 결정 순간에 가격경쟁력을 봤다. 발주 규모는 약 1조6400억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5일 서울 계동 현대빌딩에서 폴라리스쉬핑사와 초대형 광석운반선 10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일감절벽이라는 당면한 문제 앞에 컨테이너선 수주전 실패는 충격을 줬고, 반격의 밑거름이 됐다.

우선 최근 그리스 선주사가 발주한 초대형 광석운반선 10척 전량을 따냈다. 수주 금액은 9000억대로, 최근 5년간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광석운반선은 고부가가치선으로 분류하지 않지만 일반선 시장에서 중국에 뒤지지 않는 가격경쟁력을 보여줬다.

컨테이너선 수주 반격 카드로는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한 품질 향상과 시운전 단축의 혁신을 꺼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7월 울산 본사에서 시뮬레이션 검증시설(이하 힐스)을 개소하고 본격적인 운용에 착수했다. 중국의 싼 인건비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 혁신으로 맞선 것.

힐스는 선박ㆍ해양플랜트를 비롯해 자동차, 항공기, 우주선 등에 탑재되는 복잡한 시스템을 가상의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 오류나 오작동 등을 미리 진단하고 검증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ICT(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통합스마트선박솔루션(Integrated Smart Ship Solution)을 개발해 경제적ㆍ안정적 선박 운항 및 관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관련업계 최초로 조선ㆍ해운 분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며 차별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항해사의 숙련도와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항해 방법을 표준화하고 운항 정보의 실시간 수집ㆍ분석을 통해 운항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현대중공업 수주잔량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75척. 지난해부터 지속된 극심한 수주절벽이 일감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기술 혁신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와 ICT기술 접목이 수주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업계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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