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범 ▲피어나 ▲1만6000원

[민주신문=장윤숙 기자] ‘언어는 인권이다’는 우리말과 한글이 한민족의 정체성을 넘어 국민 생활과 민주주의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이므로 국어 환경이 망가진다면 우리의 생활도 불행해진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인 한글문화연대 이건범(52) 대표는 언어 혹은 국어 문제라고 하면 늘 표준어와 맞춤법, 고운 말 위주로 생각하던 통념에서 벗어나 언어의 다양한 얼굴을 생명, 존엄, 권리, 효율, 평등, 공생의 관점에서 사실적으로 비춘다. 즉 사람들의 삶과 연결 지어 살피는 것이다.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국민의 권리, 즉 인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언어를 바라본다.

언어를 인권으로 보는 저자의 생각은 언어와 정치, 언어와 민주주의의 관계로 이어진다. 국민의 삶을 규정하는 정치에 국민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치판과 공론장의 언어가 쉽고 예의 있는 말이어야 한다는 것.

특히 민주공화국의 동등한 시민으로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대우하는 ‘시민적 예의’를 갖춘 말이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시민의 정치 참여를 북돋워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이고 시민의 덕성을 키운다며 쉽고 바르고 품격 있는 국어는 민주주의 발전에도 지렛대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에 저자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어를 지켜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언어, 그리고 국어. 그저 ‘우리말이니까, 우리 것이니까’라는 빈약한 당위성을 넘어 민주적이고 행복한 공동체를 위해 바로 지금 가장 필요한 태도와 원칙

저자는 우리 국민의 국어 사랑이 식어버린 데에는 역사적 사정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 국어가 핍박을 받았던 일제강점기부터 독재정권을 거쳐 외환위기를 겪으며 강자의 언어, 즉 외국어와 거친 말을 너도나도 남용하는 풍조에 이르기까지 우리말을 둘러싸고 이어온 치열한 역사적 격변의 과정을 쉽고 재미있으면서 날카롭고도 통찰력 있게 정리한다.

또한 우리가 다시 국어를 사랑하는 길이 과거의 ‘국어사랑 나라사랑’을 반복하는 데 있다고 보지 않는다. 국어와 한글이 우리 것이기에, 민족의 전통 유산이자 자산이기에 사랑해야 한다는 과거의 인식 틀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국어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쪽으로 나아간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공공언어, 국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주는 공론장 언어를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이것은 실천하는 시민들의 자각에서 출발한다고 담담하게 말을 맺는다.

“공공 영역은 모든 시민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이곳으로 통하는 문과 길이 바로 공공언어다. 법과 제도와 정책을 쉽게 알려주는 언어, 나의 의견과 남의 의견에서 문턱이 없는 언어, 내가 공론 형성에 참여하려 할 때 이미 표방된 남의 의견에 주눅이 들지 않아도 되는 언어, 돈이 없거나 학력이 떨어진다는 따위의 비겁한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언어, 편견을 고집하지 않는 언어. 이런 공공 언어야말로 한 사람의 나약한 시민을 국가의 진정한 주인 자리에 앉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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