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롯데, 쏘카·그린카 등 기존 업체 지분 투자로 시장 주도
현대기아차, 딜카·위블로 차량 제조사 이점 살린 차별화 전략

국내 카셰어링 서비스 시장이 매년 2배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쏘카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지난 2011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카셰어링 서비스 시장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매년 2배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자 대기업들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SK와 롯데가 쏘카와 그린카에 각각 지분을 투자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카셰어링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어서 대기업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SK가 투자한 쏘카의 경우, 9월 들어 서비스 론칭 5년 만에 회원 수 3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카셰어링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2012년 회원 수 3000 명에서 무려 1만 배가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국내 운전면허증 소지자(3100명) 기준으로 따지면 10명 중 1명꼴인 셈이다.

쏘카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인 카투고와 집카의 회원 수는 각각 270만 명, 100만 명 수준”이라며, “단일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쏘카의 회원 수 300만 명 돌파는 유례없는 기록이다”라고 전했다.

쏘카는 업계 최대인 8000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BMW ‘520d’와 ‘X3’, 기아차 ‘스팅어’를 비롯해 전기차인 ‘테슬라S’ 등 총 33종이 넘는 차종을 보유하면서 다양성 확보했다. 또한 전국 3200 곳에 쏘카존을 운영하고 있는 등 카셰어링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쏘카의 이 같은 성장은 SK의 투자가 밑바탕이라는 분석이다. SK는 지난 2015년 590억 원을 투자하며 20%의 쏘카 지분을 확보하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어 SK 주요 계열사의 사옥 주차장에 쏘카를 배치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SK 최태원 회장 공유경제 관심 높아

특히 SK 최태원 회장이 쏘카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해 서울 SK 서린사옥에 마련된 쏘카존에서 차량을 이용하면서 쏘카 관계자에게 애플리케이션 예약과 승차 과정 등을 물어보며 관심을 보였다.

SK그룹 관계자는 “공유경제에 대해 최 회장의 관심사가 매우 높다”며, “통신과 에너지, 반도체로 이어지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 저하에 대비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쏘카는 이 같은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2015년 487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이듬해인 2016년에는 908억 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손실 또한 60억 원에서 213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이는 사업 확장으로만 1120억 원(2015년 547억 원)을 지출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SK와의 협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SK네트웍스와는 차량 정비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SK텔레콤과는 내년부터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을 이용한 커넥티드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또한 말레이시아에 합작 법인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쏘카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향후 마케팅뿐만 아니라 추가 출자 등 자금 지원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SK는 또한 미국 카셰어링 1위 업체인 ‘투로(TURO)’에도 지분투자 방식으로 글로벌 카셰어링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투로는 개인이 소유한 차량을 공유하는 P2P 방식으로, 회사가 소유한 차량을 빌려 쓰는 B2C 방식의 쏘카와는 다른 형태다. 현재 투로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내 5000여 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자동차 업계의 에어비앤비’로 불리고 있다.

SK는 이번 투로 투자를 통해 글로벌 공유경제 확산에 따른 사업 기회 발굴과 쏘카-투로-말레이시아 간 운영 노하우를 교류해 동반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롯데, 그린카 지분율 92%까지 늘려

롯데그룹은 직접 카셰어링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롯데렌탈을 인수하고 카셰어링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롯데렌탈은 그린카의 모회사다. 올해 초 그린카의 지분을 91.97%까지 늘렸다.

그린카의 경우 2011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카셰어링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재 회원 수 235만 명으로 업계 2위로 전국 2700여 개 그린존과 5900대 차량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소형차부터 승합차, SUV, 수입차에 이르기까지 총 55종의 차종을 보유해 이 부분 업계 최다 수준이다.

특히 BMW ‘i3’을 비롯해 현대차 ‘아이오닉EV’, 쉐보레 ‘볼트 EV/PHEV’등 다양한 친환경차를 도입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렌탈이 운영하는 롯데렌터카의 차량 관리와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롯데 계열사 혜택 등을 활용해 시장 우위를 확보하려는 방침이다. 롯데 계열사간 멤버십 서비스인 ‘엘.포인트(L.POINT) 통합 멤버십’을 도입해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또한 롯데백화점과 롯데하이마트, 롯데마트 등 전국 롯데그룹 유통망을 거점으로 그린존을 설치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랩스와의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어웨이(AWAY)’를 차량에 설치하고 네이버뮤직과 네이버지도는 물론 네이버 데이터를 활용한 음성인식 목적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유차량이지만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해 재이용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중심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기아차, 완성차 제조사 이점 살린다

자동차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 역시 카셰어링 시장에 뛰어들었다. 완성차 업체로서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계산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카셰어링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차는 ‘딜리버리카(딜카)’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존 카셰어링과 운용은 비슷하지만 딜카맨, 즉 배송기사가 직접 차량을 배송해주고 반납까지 해 소비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딜카 서비스를 통해 중소 렌터가 업체와의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가 선보인 딜카는 전국 80여개 중소 렌터카 업체와 제휴를 맺고 플랫폼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따라서 여러 렌트카 업체들이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카셰어링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딜카의 차량 공급은 지역 중소 렌터카 업체가 담당하고, 현대차는 모바일 앱을 운영해 업체를 배정하는 ‘콜 센터’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중소 렌터카 입장에서는 쉬고 있는 차량을 운용해 수익을 내고, 현대차는 이들 사업자의 차량 구매력을 높여 판매를 촉진시킨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24시간 이용과 서비스 표준화,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망이다.

기아차는 ‘주거형 카셰어링’ 서비스 ‘위블(WIBBLE)’을 선보이며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위블은 차량을 아파트 주차장에 배치해 소비자와의 접근성을 높인 카셰어링 서비스다. 또한 카셰어링 차량에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후측방 충돌 경고(BCW), 차선 이탈 경고(LDW) 등 첨단 안전 사양을 탑재해 차량 제조사만이 가능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아차는 또한 ‘수요탄력 요금체계’, ‘다다익선 요금체계’, ‘가성비갑 요금체계’ 등 다양한 요금체계 서비스를 적용해 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구축 및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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