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최근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신용보증재단과 버스업체 대원고속이 조직을 동원해 당시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 후원회 계좌로 억대의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뭉칫돈을 소액으로 나눠서 임직원이나 회원들 명의로 후원금을 전달하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을 받았다는 것. 물론 검찰은 수사 대상이 김 지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돈을 건넨 이들의 배경과 그 방법에 문제를 삼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방향은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다소 다른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는데 논란이 일 소지가 충분하다. 경기신보의 윗선과 김 지사의 후원회에서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것. 후원금도 당초 알려진 액수보다 불어났다. 무엇보다 서울 동부지검과 수원지검의 동시다발적인 수사로 평소 김 지사가 중요하게 생각해오던 ‘청렴성’이 수사 결과 발표도 나기 전에 상처를 입게 됐다. 김 지사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경기신보ㆍ대원고속 ‘쪼개기 후원금’ 논란에 “전혀 몰랐다” 결백 강조

야권 유출설ㆍ청와대 연루설ㆍ여권 견제설 ‘김문수 죽이기’ 음모론 파다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건네진 ‘쪼개기 후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사실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제보를 받은 경기도선거관리위윈회는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인 뒤 KD운송그룹 산하 버스업체인 대원고속과 경기신용보증재단을 각각 지난해 10월10일과 12월17일 고발,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사건을 의뢰받은 수원지검은 공안부에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고, 본사가 서울에 있는 대원고속 고발 건은 지난해 11월 서울 동부지검으로 보냈다.


수사 과정에서 후원금 증가


본격적인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동부지검 형사6부에서였다.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KD운송그룹 본사와 구의동 대원고속 노동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10일부터는 KD운송그룹 허상준 사장을 비롯해 노조 관계자들을 차례대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검찰은 대원고속 말고도 또 다른 계열사인 경기고속 노조원들까지 쪼개기 후원금 보내기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검찰은 대원고속 노조 간부들이 지난해 6ㆍ2 지방선거를 앞둔 5월께 서울 광진구 소재 사무실에서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입금자의 이름만 바꾸는 수법으로 이틀에 걸쳐 노조원 1,050명 명의로 10만원씩 김 지사 후원회 계좌에 총 1억5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대리 입금한 사실을 파악했으나 수사를 벌인지 이틀 만에 3억원이라는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현재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KD운송그룹 산하 버스 회사 10여 곳의 후원금을 정밀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원고속뿐 아니라 경기고속의 노조 조합원들도 후원금 쪼개기에 나선 정황으로 볼 때, KD운송그룹 경영진의 계획과 지시에 따라 노조가 조직적으로 동원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이미 경기여객, 대원버스, 대원운수의 노조위원장 3명도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위원장들은 김 지사가 경기도 환승 문제를 해결해준데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후원한 것일 뿐 “대가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원고속 김재화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소속된 한국노총 차원에서 한나라당과 정책 연대를 하고 있어 후원금을 낸 것”이라면서 “후원 방식이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사는 그리 간단하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김 지사와 KD운송그룹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KD운송그룹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높다. KD운송그룹은 16개의 운수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국내 최대 버스 운송업체로,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평안운수를 비롯해 경기상운 등 시내버스회사 6곳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D운송그룹은 경기도 지역에서만 200여개의 버스 노선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지난 3년 동안 대원고속에 적자노선 운행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한 재정지원금 153억여원과 환승할인 손실보전금 207억여원 등 모두 360억여원을 경기도가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승할인 손실보전금은 매월 전철ㆍ버스의 환승 손실금에서 통합요금제 시행 뒤 승객 증가에 따른 수입 증가분을 빼고 나머지 손실분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여러 정황상 특혜의 의혹이 일수 있는 상황인 셈. 이에 경기도 측은 정상적인 예산 집행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과 인천에서도 똑같은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 김 지사는 “버스업체에 대한 지원은 카드로 전산처리 되므로 어디에 보조금을 지원하는지 투명하다”고 적극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KD운송그룹이 의혹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원고속 본사와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한지 이틀 만에 검찰은 경기신보까지 압수수색에 나섰고, 이로써 김 지사가 받은 쪼개기 후원금의 합계는 총 3억6,000만원으로 그 액수가 늘게 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김 지사의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앞서 김 지사 측은 “지방선거 때 운영된 도지사 후보 후원회는 선거운동 기간인 20여일 잠깐 운영되기 때문에 누가 후원금을 내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후원금 역시 통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김 지사는 전후 맥락을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지사도 보도를 접한 뒤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경기신보 박해진 이사장 ‘발목’


현재 수원지검에 따르면 경기신보는 ▲재단 지점장ㆍ부서장 50만원 ▲차장ㆍ경영지도위원 30만원 ▲과장 20만원 ▲계장 이하 10만원 등 직급별로 후원금 기부액을 정해 총 6,000여만원을 김 지사 후원회에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동참한 직원만 208여명으로 전체 직원의 94%에 달한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검찰은 직원들에게 후원을 강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기신보 박해진 이사장을 비롯해 기획본부장, 기획부장 등 3명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어 지난 11일 경기신보에서 압수한 서류와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동시에 하드디스크가 내장된 컴퓨터를 사용했던 관련 직원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원고속 고발 건과 마찬가지로 김 지사는 경기신보와 관련한 수사에서도 검찰 조사는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비슷한 사례에서도 김 지사는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대원고속과 함께 수사의뢰를 당한 모 전자회사의 경우 대표가 직원 5~6명의 명의로 2,500만원을 나눠 김 지사 후원회에 후원금을 낸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기신보 박 이사장과의 연루설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05년 1월 취임한 박 이사장은 최근 4회 연임에 성공하면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김 지사의 측근 인사가운데 한 명이 경기신보 고위간부에 재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같은 의혹을 더하고 있다.

더욱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의 자신감도 넘친다. 수원지검 공안부는 “지난 1월부터 내사를 벌여왔으며 압수수색은 쪼개기 후원금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밝히기 위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만큼 소명자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파문이 일자 한나라당 안팎에선 ‘음모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문수 죽이기’를 위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 수사 의뢰와 사건 고발 시점에 비해 뒤늦게 논란이 불거진데 대해 청목회 사건과 묶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바라는 야권에서 김 지사의 사건을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야권 유출설’로 확대됐다. 이에 검찰은 “사건 관련자가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면서 오히려 “청목회 사건이 터지면서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그동안 압수수색 등 본격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김 지사를 길들이기 위한 ‘청와대 연루설’과 ‘여권 견제설’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친이계에선 청와대에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친이측 유력 대선 후보가 부당하게 휘둘리는 상황을 막아주지 못하는 것에 항의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청목회 사건은 ‘입법 로비’ 성격이라도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면서 “법적 문제가 없는 문제를 갖고 주류 후보를 흠집 내서 뭘 얻으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불법 후원금 받을 이유 없다”


한편, 김 지사는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연일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검찰 수사는 당연하지만 언론에 사진과 실명이 나오는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는 것. 김 지사는 “나는 피의자도, 피고발자도, 수사대상도 아닌데 언론을 보면 범죄자처럼 보도한다”면서 “고문도 받아보고 감옥도 가봤지만 이렇게 억울한 경우는 없었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따라서 “검찰이 하루빨리 수사를 해서 사실을 명백히 가려줬으면 좋겠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경기도 김용삼 대변인도 “김문수 후원회는 선거 후 남은 후원금을 정당에 반환하도록 한 정치자금법에 따라 2010년과 2006년에 각각 19억1,000만원과 18억원을 반납했다. 모금액이 모자라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법 후원금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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