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남 ▲다산북스 ▲1만5000원

[민주신문=장윤숙 기자] 한국에서 여성의 현실을 소설로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82년생 김지영’이란 작품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이 임신한 몸으로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출근하는데 아무도 자리를 비켜 주지 않는다. 눈치로 인해 마지못해 일어난 대학생 여성이 들으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결국 소설 속의 주인공은 출산과 함께 직장을 관두고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기는 너무나 힘든 현실이다. 그러기에 몸부림을 치다가 결국에는 일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많다. 그럼에도 이 힘든 과정을 모두 뚫고 여성 CEO까지 이룬 인물이 있다. 바로 이 책을 쓴 신미남이다.

이 책에서는 여성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고, 리더와 CEO의 위치까지 오른 저자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여성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여성의 입장에서 편견과 차별을 어떻게 극복하고 성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몸부림친 한 인간으로서의 노력과 충고가 더 많이 등장한다. 그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설 ‘연금술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누군가 꿈을 이루기에 앞서, 만물의 정기는 언제나 그 사람이 그동안의 여정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시험해보고 싶어 하지. 만물의 정기가 그런 시험을 하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네. 그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 말고도, 만물의 정기를 향해 가면서 배운 가르침 또한 정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 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것도 바로 이 순간이지.”

저자는 또한 앞으로 4차 혁명 시대에는 육체적인 능력이나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사람 대신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시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창의력과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은 남성보다 여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일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다는 의미다.

이에 저자는 여성들이 엄마로서의 역할과 함께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역할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일하는 여성을 무조건 두둔하고 여성의 장점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함께 단점도 이야기한다.

유리 인형 증후군, 콩쥐 증후군, 동반자 증후군, 변명 증후군, 공주 증후군처럼 직장에서 여성들끼리 타인의 이야기를 하거나, 여성이 일하면서 남성들에게 양보를 받으려 하고, 공주처럼 대접만 받으려는 태도들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런 여성들의 태도로 인해 오히려 여성들에 대한 편견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연매출 300만 원 밖에 되지 않는 돈으로 외부에 의뢰해 900만 원짜리 회계감사를 받았다거나, 지하 원룸에서 살면서 두 아이를 돌보는 보모에게는 충분한 대우를 해 줬다는 글을 읽으면서, 남녀 구분을 떠나 스케일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 리더로서 바로 눈앞보다 앞날을 내다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부분은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최근 기자의 가까운 친척이 아이를 낳고 다니던 은행을 관뒀다. 2년의 출산 휴가 이후 복직을 해서 일하다가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직장을 포기하게 됐다. 그만큼 여성으로서 아이를 돌보면서 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 반면 경제적인 상황은 계속해서 맞벌이를 요구하고 있는 흐름이다. 과연 이런 상황 속에서 여성이 육아와 일을 동시에 잘 할 수 있을까?

물론 사회적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성 스스로도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앞길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여성에게 분명한 비전을 심어주는 책이지만, 남성들에게도 다시 한 번 도전의식들을 심어 주는 좋은 책이다. 남녀를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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