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수 계약까지 난항...매각금지 소송, 한미일 연합 합의, 기술 유출 우려 등 변수

사진=민주신문 DB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그의 성공에 대한 자화자찬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도시바 이사회가 반도체 사업 지분매각 대상자로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한 한ㆍ미ㆍ일 연합을 승인했지만 최종 인수 계약까지는 가시밭길이다.

최근 외신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도시바 메모리 부문 지분 전부를 SK하이닉스 등 한ㆍ미ㆍ일 연합에 매각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매각 대금은 2조엔(한화 20조원)이며 최종 계약일은 정하지 않고 수 일 내에(within a few days)로 한정했다. 도시바 매각 협상대상자는 SK하이닉스 주축의 국제컨소시엄인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다.

이 컨소시엄이 도시바 측과 최종 계약을 맺으면 경영권 없는 도시바 메모리 지분 49.99%를 갖게 되며, 이 가운데 SK하이닉스는 3조원 가량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도시바 메모리 전체의 15% 지분을 보유한다. 베인캐피털에는 SK하이닉스와 일본 산업혁신기구 INCJ, 미국 애플ㆍ델 등이 참여하고 있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 건은 최 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심혈을 기울일 정도로 공들인 사업이었다. 그의 뚝심은 뒷심을 발휘해 웨스턴디지털(WD) 주축의 신(新) 미ㆍ일의 매각 협상테이블을 엎었다. 최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인수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최 회장이 도시바 메모리 지분을 인수하는 데 넘어야 산들이 남아 있다. 첩첩산중이다.

우선 기존 매각 협상자였던 WD의 반발이 거세다. WD는 도시바 매각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한데 이어 또다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추가소송을 냈다. 도시바가 최근 단독으로 반도체 시설투자계획을 내놓은 것이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추가 소송은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 공장에 대한 도시바의 단독 투자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이다. 법원이 소송을 받아들이면 매각은 중단된다. 이는 WD가 송사(訟事)를 통해 도시바 메모리 부문이 SK하이닉스 한ㆍ미ㆍ일 연합에 인수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컨소시엄 참가기업이 늘어 한ㆍ미ㆍ일 연합의 지분 등 합의가 쉽지 않아 도시바 최종 인수 계약이 장기간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ㆍ미ㆍ일 컨소시엄은 올해 6월 1차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될 때 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일본 INCJ와 일본개발은행 등 참여 기업이 적었지만 다시 주도권을 잡은 현재는 이전보다 2곳이 늘었다. 한배를 탔지만 배사공이 많아 산으로 갈 공산이 크다.

또 반도체 메모리 기술 유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려와 채권단의 입장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ㆍ미ㆍ일 연합과 최종 계약 전 WD가 결정적 한 수를 제안하며 매각의 판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도시바는 1차 매각협상 때 한ㆍ미ㆍ일 연합 측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협의를 해오다 판을 뒤집은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승기를 잡았지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올해 6월 1차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도시바 이사회가 승인한 내용은 아직 주요 사항에 대한 협의와 최종 계약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꿈 가운데 하나인 글로벌 반도체 산업 육성은 한 고비를 넘겼지만, 또 다른 산을 넘어야 실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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