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현 공직복무관리관실)이 또다시 구설에 휘말렸다. 지난해 민간인 불법사찰과 권력 사유화 논란을 빚은데 이어 이번엔 현정부 실세로 꼽히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처조카 사위인 김모씨의 성매매 혐의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당초 지난해 11월 중순 보도를 통해 알려진바 있으나 당시엔 특별한 진실규명 없이 지나갔다. 그러다 지난 3월7일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은폐 의혹에 대한 총리실의 공식해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다시 한 번 이목을 끌게 됐다. 현재 우 의원은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인지, 아니면 결백하기 때문에 최종 조사 내용에서 (김씨가) 누락된 것인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소상히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에 총리실은 정황 파악에 나섰고, 국민권익위는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부인하면서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논란이 일고 있는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경찰조사로 종결된 사건을 돌연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나서 재수사

해임된 동료 “이상득 처조카 사위도 2차 함께 갔는데 징계 제외”


사건의 시작은 200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익위원회 부패심리과에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이하 과기평) 임직원들의 비리가 제보된 것. 공금 횡령을 통해 2006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룸살롱에서 향응을 즐기고, 호텔에서 여종업원들과 성매매를 했다는 게 제보의 핵심이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그해 8월19일 제보된 내용을 교과부와 경찰청에 각각 송부하면서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과기평 임직원들의 비리 ‘들통’


경찰청의 수사 결과, 제보는 사실과 다름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선임본부장이었던 A씨(현 선임연구위원)는 공금 횡령 방조 및 향응 수수, 성매매 2회 등이 적발됐다. 정책기획본부장이었던 B씨(현 선임연구위원) 역시 향응과 성매매를 4회 받은 사실이 들통 났고, 부연구위원이었던 C씨는 거래업체로부터 1,700만원의 현금을 수수한데 이어 과기부 간부 등 상사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혐의가 인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상득 의원의 처조카 사위인 김모 전 평가조정본부장도 포함됐다는 게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청과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실제 1차 조사를 마친 경찰청은 2009년 5월8일 김씨를 포함한 총 4명을 횡령 및 성매매 혐의로 국민권익위에 통보했다. 교과부도 조사 결과를 권익위에 통보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하지만 사건은 2009년 12월 공직윤리지원관실로 이첩되면서 갑자기 재조사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사건 결과는 2개월 만에 뒤집어졌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담은 ‘과기평 비위 임직원 조사 자료’를 2010년 2월18일 교과부에 보냈고, 교과부는 2월22일에 이 자료를 다시 해당 기관인 과기평으로 발송했는데, 여기엔 김씨의 이름이 빠졌다.

이에 교과부는 김씨를 제외한 3명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4월12일 A씨와 B씨는 각각 정직 6개월과 3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C씨는 해임됐다. 이 사건으로 해임이라는 최고 중징계를 받은 C씨는 김씨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자신과 같이 룸살롱에 간 것만 6번 정도 되고, 그 가운데 3번은 ‘2차’를 갔다는 것. 경찰에서 조사받을 당시 ‘왜 김씨는 조사를 안 하느냐’고 담당 경찰관에게 물었더니 ‘그 사람은 됐으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한마디로 잘라버렸다는 게 C씨의 설명이다.

이 같은 연유에는 김씨의 ‘배후’가 거론됐다. 김씨 스스로도 이 의원의 처조카 사위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것. 때문에 과학기술계의 웬만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와 함께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과 친분을 자랑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참여정부 때 취임했던 과기평의 한 고위 인사가 현정부 들어서면서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김씨에게 부탁을 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 실제 이 문제로 김씨는 C씨가 보는 앞에서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었던 박 차관과 전화 통화를 한 적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C씨는 “과기평의 한 간부와 대화했는데, 김씨는 청와대에서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진술서에도 김씨의 흔적이 남아있다. 2009년 12월30일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A씨가 자필로 작성한 진술서를 보면 2007년부터 2008년 중순까지 김씨와 B씨, 손모 실장 등과 룸살롱에 두 차례 간 사실이 있으며, 술값은 각자 지불했다고 적혀있다. 아가씨와 2차를 간 부분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했으나 이 같은 내용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지난해 2월 교과부를 통해 과기평으로 전달한 ‘과기평 비위 직원 조사 자료’에는 통째로 누락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김씨를 불러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씨의 비위 사실을 고의로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김씨는 성매매 은폐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더불어 알려진 것과 달리 박 차관과는 연락하는 사이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2006년 국회에서 과기평 원장을 공격하자 한나라당 보좌관과 접촉하기 위해 박 차관에게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하면서 만난 게 전부라는 것. 과기평 고위인사가 자리 보전을 위해 부탁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이 의원 등 집안 내부적으로 부탁하는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김씨는 과기평 선임연구위원으로 근무 중이다.


권익위 부인 ‘진실공방’ 예고


사건이 재점화되면서 국무총리실은 또다시 곤경에 처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복무관리관실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 쇄신의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는 야권의 지적이 이어졌다. 나아가 야권에서 은폐 의혹에 대한 총리실의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총리실은 정황 파악에 나섰고, 국민권익위는 당초 알려진 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과기평 임직원들이 룸살롱 여성들과 성매매를 한 의혹이나 제보를 받은 바가 없고, 경찰청의 수사 결과를 통보받을 당시 4명의 비위자 가운데 김씨 성의 사람이 없었다는 것. 즉, 사건에 이 의원 처조카 사위인 김씨가 포함돼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다만 과기평 임직원들의 공금횡령 의혹과 일부 직원들이 룸살롱 등에서 사용한 유흥비를 인쇄업자에게 허위로 인쇄비를 지급하고, 그 유흥비를 대납토록 한 의혹이 있다는 요지로 교과부에 신고 내용을 이첩한 뒤 경찰청에 기관 송부한 사실은 있다고 국민권익위는 밝혔다. 진실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김씨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