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전문가로서 필자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어떤 것이든 사안을 단순히 들여다보지 말라는 거다. 찬찬히 살펴가며 따져보면 단순한 사고의 이면에 내포된 많은 위험성을 볼 수 있다. 지방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하여 마트의 버터가 동이 난 해프닝이 좋은 사례다. 열량 높은 음식의 대명사인 지방이 어떻게 체중 감량에 공헌할 수 있을까 하는 손톱만큼의 의문만 있었다면 지방 덩어리를 사러 마트로 달려가는 일은 없었을 거다. 
인기몰이에 여념 없는 미디어에서 타당한 근거조차 빈약한 이론을 제시했을 뿐인데, 대중은 좌면우고할 겨를도 없이 한쪽으로 쏠린다. 기존의 보편적 상식과 이론은 설 자리를 잃고, 대중은 밝은 대낮에 눈가리개를 한 채 길을 헤매는 꼴이 된다. 필자의 말이 맞는다면 광적으로 살 빼기에 집착한 결과는 곧 참담한 현실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반박의 근거를 대기 전에 다이어트의 어원을 잠깐 살펴보자. 그리스어 “디아이타”의 현대적 변형이 “다이어트”지만 디아이타의 원래 뜻 그 어디에도 살을 뺀다는 의미가 없다. 건강하게 균형 잡힌 영양 또는 그러한 것을 지향하는 삶을 의미할 뿐이다. 지방으로 살을 뺄 수 있다면 그동안 의학이나 영양 관련 분야에서 쌓아 온 모두 업적들, 특히 대부분 뇌, 심혈관계 관련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중성지방 유해론은 사상누각이 된다. 과연 탄수화물의 섭취를 제한하고 지방의 양을 늘려 과체중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필자가 살핀 바에 의하면 지방으로 살을 뺀다는 이론은 영양 및 대사에 그 출발점을 두고 내분비 의학이란 여정을 거쳐, 동화작용(anabolism)이냐, 이화(catabolism) 작용이냐의 문제로 마무리되는 듯 보인다. 

파고들수록 복잡한 문제지만 집중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지구 상 모든 유기 생명체는 음식, 거창하게 말하자면 유기물질을 에너지 형태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생, 화학적 능력을 지녀야 한다. 세포의 이러한 과정을 고찰하는 것이 생체에너지론이다. 동화란 화학적 반응으로 일어난 대사 작용의 결과로 분자가 합성되는 것이며, 이화는 반대로 분자가 분해됨을 의미한다. 남아도는 에너지가 근육이나, 지방 형성에 쓰인다면 동화작용이요, 분해된 지방이 에너지로 쓰여 소멸한다면 그것은 이화작용이다. 체내에 지방이 과잉 축적된 비만의 상태가 되었다면 이화작용보다 동화작용이 월등했던 탓이다. 3대 영양소라 칭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두 동화와 이화에 동원될 수 있는 에너지들이다. 

이 중 탄수화물은 단연코 에너지 공급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다. 저장능력이 뛰어난 탄수화물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 중 일부를 에너지로 사용하고, 일부는 근육과 간에 다당류의 형태로 저장한다. 문제는 저장 후에도 남아도는 에너지인데 이때 우리 몸은 인슐린의 도움을 받아 잉여 에너지를 지방으로 전환하게 된다. 그러나 단백질은 인체를 구성하는 구조 영양소의 역할은 크지만,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달리 저장 영양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으므로 에너지원으로서의 비중은 많이 떨어진다. 결국 주축은 단백질을 제외한 2대 영양소인 탄수화물과 지방인데 이 둘은 대부분 혼합물로 산화되는 특성이 있다. 

우리 몸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탄수화물과 지방의 혼용 대사는 극단적으로 특정 에너지원을 줄여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체지방 전환율이 높은 탄수화물 식이를 제한하자는 논리가 지방 식이로 감량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선 안된다. 지방 역시 에너지 저장 측면에서 탄수화물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체중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영양소(음식)의 섭취 수준이 포함되는 식이 패턴, 운동의 종류, 강도, 지속 시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총체적 문제이지, 특정 요인을 한시적으로 배제하거나, 늘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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