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세습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6일 칠순을 맞은 김 위원장은 대대적인 행사와 선전을 앞세워 ‘김정일 띄우기’에 나섰다. 실제 이번 연회는 김정은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당 중앙군사위가 동참해 이목을 끌었고, 이를 위한 물품을 구하기 위해 김정은이 직접 사전조사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그동안 생일 연회에 불참해오던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연회장에 나타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날 북한의 매체에선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수행단을 발표하며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 리영호에 앞서 김정은의 이름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그의 공로를 높이 샀다. 그동안 나이가 많은 리영호를 김정은보다 먼저 언급했던 관례가 바뀐 셈. 이에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서 위상을 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오는 3월 내지 4월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다. ‘강성대국’ 원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후계자 지위를 굳건히 하기 위한 김정은의 ‘승격’이 예고되고 있다. 바야흐로 ‘김정은 시대’가 막이 올랐다.


국방위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로 ‘권력의 무게’ 이동 추이

김경희ㆍ장성택ㆍ리영호ㆍ최룡해 ‘4인방’ 외 리영수ㆍ문경덕 주목


현재 북한 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권력기구는 당 중앙군사위원회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데뷔하며 받은 직함이 바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기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당 대표자회에서 종전에 없던 자리까지 신설해가며 김정은을 앉혔다. 향후 김정은이 이 조직을 기반으로 군에 대한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져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북한 내 권력기구가 김 위원장이 최고 지위에 있는 국방위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로 옮겨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고모부 장성택의 측근으로 포위


실제 ‘김정은의 사람’으로 불리는 김경희, 장성택, 리영호, 최룡해가 중앙군사위원회에 속해 있다. 특히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측근으로 불리는 리영호는 김정은과 함께 중앙군사위원회 공동 부위원장에 임명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와 함께 리영호는 김 위원장을 제외한 최고위직인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올랐다. 야전에서 실무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앞으로 김정은의 군사지도력을 지지하고 보완해 나가는 후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세습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다. 김정일의 여동생으로 김일성 종합대학과 모스크바 유학을 거쳐 당 경공업부장을 지냈다.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김경희의 말이 곧 자신의 말”이라고 공언했을 정도로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지난해 9월 당 대표자회를 전후해 김정은과 함께 인민군 군 대장 칭호를 받았고, 그 다음날 제3차 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과 당 최고 지도기관인 정치국 위원으로 승격됐다. 이 같은 김경희의 승격은 김 위원장이 어린 김정은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표자회를 통해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르면서 후계자로 공식 등장했는데, 그때 나이가 이미 김정은보다 11살이 많은 39세였다. 더불어 권력승계 절차를 차근차근 밟으며 공식 후계자가 되기 전까지 측근 세력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김정은의 경우 현재 내세울 것이라곤 ‘혈통’밖에 없는데다 나이도 올해 29세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이 김경희를 내세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정은 체제를 떠받칠 또 다른 한 축은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이다. 강원도의 평범한 집안 출신이지만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김경희를 만난 이후부터 승승장구해 당 청년사업부장과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풍부한 국정경험을 쌓았다. 역시 지난해 당 대표자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과 중앙군사위원 자리를 차지해 당과 군 전반에 걸쳐 김정은의 입지를 다지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측근인 리영호가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알려졌고, 또 다른 측근인 최룡해는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겸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기용됐다.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에서 정치국의 결정된 사항을 추진하는 실무부서인 비서국으로 초고속 승진한 셈이다. 이를 두고 북한 내에선 최룡해의 출신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고 김일성 주석의 동지였던 ‘빨치산 1세대’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자 사로청(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ㆍ현 김일성사회주의 청년동맹) 출신이라는 것. 게다가 김 위원장도 70년대 중반부터 자기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한 배후조직으로 사로청을 키운 전력이 있어 앞으로 최룡해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로청’ 배후조직으로 급성장


최룡해와 같은 사로청 출신 리영수 근로단체부장과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도 주목할 만한 인사로 꼽힌다. 이들은 장성택 사단의 ‘사로청 3인방’으로 불리며 향후 김정은 시대의 포문을 여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는 500만명 규모의 청년동맹(사로청의 후신) 외에 조선직업총동맹(160만명), 조선농업근로자동맹(130만명), 조선민주여성동맹(20만명) 등의 근로단체들이 있는데, 이들 단체를 조직적으로 관리하면서 김정은 후계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반발 기류를 차단하는 일을 바로 리영수가 맡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문경덕은 북한의 내치가 ‘혁명 수도’ 평양으로 집중되고 있는 만큼 김정은의 정치, 경제적 치적 쌓기에서 최선봉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 리영수와 문경덕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