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호(號) 출범' 막후

대외활동 상 직급 마련 차원 승진 인사, 나이 든 아버지의 "통큰 선심(?)" 뒷말 
"89세" 고령 신격호, 지분 정리작업 시작·사회복지사업 확대 "신변 이상설"도

 

<신동빈 롯데그룹 신임 회장이 재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얼마 전 승진 인사를 두고서다. 롯데 측은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사정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신격호 회장이 아흔을 바라보는 고령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현재까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현해탄 경영을 벌일 정도로 건재하지만, 이같은 현장경영이 오래 지속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선 대외활동 상 직급 마련 차원에서의 승진 인사라는 평가도 있다. 아직 아들의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는 부족하지만 "명분"을 감안한 아버지의 "통큰 배려(?)" 아니냐는 설명이다. 신동빈 신임 회장 승진 배경을 둘러싸고 롯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구설의 진위를 살폈다. >
 
 
 
 

▲ ▲지난 10일 신동빈 부회장의 "회장" 승진 배경을 놓고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신격호 회장의 신변이상설" "부자간 갈등설" 등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 민주신문


 
재계 인사들은 이번 롯데의 인사를 두고, 신동빈 신임 회장의 그동안 경영성과를 평가할 때 후계자로서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4년 10월 정책본부 창설과 동시에 본부장을 맡은 이후 25건의 M&A를 주도하며 경영수완을 발휘했는가 하면, 특히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61조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
 
신격호 "총괄회장" 역할 주목
 
하지만 일부에선 조금 다른 해석이 나온다.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실적은 높게 평가받을 만 하지만,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속내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여전히 경영 전반에 관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의 이번 인사 발표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회장 자리를 신동빈 신임 회장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총괄회장" 자리로 옮겼다. "총괄회장"은 이번에 신설된 직책이다. 이번 승진 인사를 앞두고 고위임원들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명예회장직"을 권유했지만, 불쾌감을 드러내며 단칼에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한마디로 신동빈 회장의 승진 이후에도 신격호 회장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는다는 의미다.
롯데 측도 "신격호 회장은 신동빈 신임 회장 선임 후에도 물러나지 않고 지금처럼 주요 보고를 받을 것"이라면서 "그룹의 현안은 신동빈 신임 회장이 진두지휘하겠지만, 최종결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하게 된다"고 밝혔다. 결국 신동빈 신임 회장은 이번 승진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졌지만, 마지막 사인은 아버지의 몫이라는 점에서 역할은 부회장 당시와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일선을 떠나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재계 일각에선 이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우선 신동빈 신임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신동빈 신임 회장이 최근 몇년간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M&A(인수합병) 추진으로 외형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모든 사업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신동빈 신임 회장은 해외시장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지만, 여러차례 빈손으로 돌아온 바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가 그렇다. 인도는 롯데판 "브릭스"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롯데는 현지법인을 설립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모색했지만 인도의 규제 장벽에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3월 인도 현지법인인 "롯데쇼핑 인디아" 사무소 인력을 전원 철수시키고 사무소까지 폐쇄해 사실상 진출 계획이 잠정 중단됐다. 이후 롯데는 "롯데판 브릭스"에 인도를 제외하고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신 브릭스" 체제로 전략을 수정했다.
 
신격호 회장과의 갈등설
 
2007년 국내 백화점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은 현지 시장조사와 적응에 실패해 개점 초기 "파리만 날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롯데를 믿고 입점했던 브랜드 중 실패사례도 많았다. 추운 나라에서 뜨끈한 돌침대가 잘 팔릴 거란 기대에 국내업체가 입점했지만 단 한 개도 팔지 못했던 예가 대표적이다. 러시아에선 죽은 사람만 돌 위에 올라간다는 풍속을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널" 정도로 신중한 스타일인 신격호 총괄회장으로선 "섣부른 의사결정"으로 인한 실패사례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하다. 물론 "글로벌 롯데"를 위해선 신동빈 신임 회장의 공격적이고 강한 추진력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일단 밀어붙이고 보는 스타일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불안감을 가중시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모하게 사업을 벌여놓고 실패와 수습을 거듭하는 식의 경영 스타일은, 신동빈 신임 회장이 14년간이나 부회장직에 머물러야만 했던 이유라는 얘기도 나온다.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갈등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롯데 내부에서는 너무도 다른 경영스타일 때문에 부자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번 신동빈 신임 회장의 승진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의 독자적인 결정이 아니라, 정책본부(본부장 신동빈) 간부진의 건의에 따라 이뤄진 점도 "갈등설"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간부들의 건의를 받고 고심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합격점을 주긴 이르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아들을 20년 넘게 경영수업만 시킬 순 없었을 터.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 입장에선 아들인 신동빈 신임 회장의 경영능력이 썩 미덥지 못하지만, 대외명분(실적 및 그룹 성장)을 고려해 회장직으로 승진시키고, 자신이 총괄회장직을 맡으면서 경영전반에 관여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SK의 최태원(51) 회장, 두산의 박용만(56) 회장, 코오롱의 이웅렬(55) 회장 등 신동빈(56) 신임 회장보다 연하이거나 동갑인 2세 오너들이 이미 회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점도 신격호 총괄회장의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룹 규모가 커진 만큼 그에 걸맞는 직책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고, 대외활동 상 직급이 필요 마련 차원에서라도 승진인사가 불가피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동빈 신임 회장의 승진을 두고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89세의 나이에도 현장에 직접 나가 둘러보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현해탄 경영"을 펼칠 정도로 화끈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지만, 나이 아흔의 고령임을 감안할 때 예년과 같은 "셔틀경영"이 점차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 2009년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면서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설립, 사회복지사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점도 이같은 의혹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아버지의 "통큰 배려?"
 
롯데 측은 이같은 재계 일각의 시선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반박한다. 이번 인사는 "실적"에 따른 것으로, 신동빈 신임 회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이고, 이를 경영승계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롯데 측 관계자는 "그룹 규모가 커져 글로벌 롯데의 경영을 총괄하는 직책이 필요해 총괄회장의 직책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신동빈 신임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거나, 갈등, 신변이상 때문이라는 얘기는 호사가들의 지어낸 시나리오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이 예전과 다름없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현안을 직접 챙긴다는 것은 그만큼 건재하다는 증거로, 신변 이상에 따른 권력이양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신동빈 신임 회장 입장에선 이같은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형(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과의 기형적 지분구조에 따른 불안감이 여전한데다, 고령인 아버지의 "선심"이라는 곱지않은 뒷말은 "신동빈 왕국"을 건설하는데 적지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쪽짜리 왕관"이라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를 어떻게 불식시키느냐는 결국 신 회장이 풀어야 할 중대한 숙제인 셈이다.
정소현 기자 coda0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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