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수도권 세 곳 정도 연대” 제안, 각당 손익계산 분주

8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이후 처음 만난 홍준표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내년 6·13 지방선거가 채 일 년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연대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각 야당은 일단 자강론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민심의 가늠좌로 불리는 수도권 즉 서울 인천 경기 세 곳 정도만큼은 선거연대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 초기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치러지는 첫 지방선거는 여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게다가 보수정당의 분열, 호남에서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국민의당이 선거에서도 마이웨이 전략을 취할 경우 후보 난립으로 필패는 자명하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과 대선정국에서 자웅을 겨뤘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손을 맞잡는 시나리오도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선명야당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실패라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유한국당, 대선정국에서 제보조작 파문으로 당의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던 국민의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위적 정계개편은 선거 유불리를 타파하기 위한 정략적 행보로 읽혀질 가능성이 다분한 터라 현재 수면아래에 머물고 있지만 1등만이 기억되는 선거판에서 내년 지방선거는 각 당 지도부의 생존전략과도 맞물려 있는 상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8월 29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나와 "어떤 형태로든지 지금 문재인 정권을 제대로 견제해낼 수 있는 야권의 재편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우택 원내대표가 제안한 지방선거 야3당 연대방안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얘기하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재 추세라면 민주당의 싹쓸이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지방선거 연대는 야권 입장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카드"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정진석 의원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초당적 연구모임을 발족한데 대해 "야권의 힘을 모으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동력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가능성에 대해사도 "그것을 굳이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며 "인적쇄신 없는 혁신은 성립될 수도 없고, 혁신이라는 것도 결국 국민지지 회복이라는 결실을 맺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찬성했다.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5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청와대 항의 방문 결과를 설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준표-안철수 "文정부 독주 견제" 공감대

안철수 대표가 원내 40석의 국민의당을 이끌게 되자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견제’를 명분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이른바 신(新)야권연대다. 정치권 안팎에선 일단 각자도생이 불가피 한 지방선거 전 까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 입법과 관련 야권 공조가 활발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는 8월 29일 안 대표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안보 위기에 경제 위기가 겹쳐있는데 이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사법부까지 좌파코드로 전부 바꾸려고 하는데 그것은 참 그렇다"며 “안 대표가 힘을 합쳐 바로 잡는데 앞장서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안 대표는 "최선의 방향을 먼저 정하고 그 방향이 정부 여당에서 제시한 방향과 같다면 협조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철저히 국익과 민생관점에서 제대로 저희 뜻을 관철시키겠다"고 답했다. 두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원전정책이 너무 급진적으로 추진된다는 점과 북한 도발로 인한 동북아 정세에서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앞으로 안 대표 자주 모시겠다. 의견 조율해서 이 정부가 폭주기관차를 타고 하는 경쟁을 국민들이 보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재차 확인했고 안 대표도 "앞으로 여러 가지 사안을 함께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응답했다.

현 정국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 원내 '캐스팅보터'인 국민의당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대권을 놓고 다퉜던 대선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된 구도다. 바른정당은 원내 20석을 가까스로 유지하면서 교섭단체 지위에 턱걸이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 야당 지도부 모두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본인의 정치적 입지는 물론 당의 운명까지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다.

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모두 ‘혁신’과 ‘선명야당’을 기치로 내걸며 외연확대가 절실한 가운데 표면적인 정책연대와 더불어 지방선거를 겨냥한 각 당별 생존전략에도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일 오후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농성장 2층 상설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연 넓히기 접점 찾을 까

안철수 대표는 연일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강성 행보에 나서고 있다. 본인의 이미지 변화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3정당으로서 국민의당의 입지 확립을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대선 과정에서 잃었던 점수를 강한 야성으로 다시 회복시키자는 판단이다. 이를 통해 당 전체를 '야당다운 야당'으로 변모시키자는 게 안 대표의 방향점이다.

국민의당은 야권 정통 텃밭이었던 호남을 창당 기반으로 하면서 안 대표의 중도보수 스펙트럼을 동시에 갖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 탈당한 호남 중진 의원들이 당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주요 선거를 앞두고는 민주당과의 통합 공세에서 늘 자유롭지 않은 신세였다. 이 때문에 안 대표의 대여 강성 행보 이면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민주당과의 통합 공세가 불거지는 상황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아울러 아직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점차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역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문 대통령 및 민주당에서 이탈하는 지지세력을 끌어오기 위한 '문재인 대항마' 이미지를 재차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라는 인물이 앞서서 정부여당에 대한 강경 노선을 내세워야 대선에선 문 대통령을 찍었지만 이후 문재인 정부에 다시 비판적으로 돌아서는 지지층을 끌어올 수 있다는 셈법이다.

이는 특히 박지원 전 대표가 자주 거론했던 '호남이 없어선 안 되지만 호남만으로도 안 된다'는 슬로건과도 일견 일치한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른바 '호남의 반문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들 거라는 전제 하에 안 대표가 ‘문재인 대항마’로 자리매김을 해놔야 호남 역시 지방선거, 멀게는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국민의당에 힘을 실어주리라는 것이다.

안 대표는 아울러 국민의당을 중도통합 중심 정당으로 규정, 영남 및 수도권으로의 외연 확대도 꾀하는 모습이다. 실제 국민의당은 의석 중 23석이 호남에 집중돼 있어 영남과 수도권에서의 지지기반 확립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미 안 대표의 대여 강성 행보와 중도통합 중심 정당이라는 메시지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선 향후 보수야당과 국민의당의 선거연대에서부터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안 대표의 대여 강성 행보가 언제든지 보수야당과의 통합론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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