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피해사례 급증 폭언·폭행 다반사...법적 처벌, 대국민 사과 촉구

건양대학교 교문. 사진=구글 무료 이미지 캡쳐

[민주신문=길승대 기자] 이른 바 ‘갑질’ 논란이 프렌차이즈를 넘어 군대에서 발생하더니 이번엔 상아탑까지 번졌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일부 총장들의 갑질 관행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며 대국민 사과와 법적 처벌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먼저 갑질 논란을 빚은 건양대 김희수 총장이 지난달 28일 교수와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그동안의 폭력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학내 물의를 일으킨 점과 관련해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김 총장의 아들 김용하 부총장도 학교측의 동반 사퇴 요구에 이틀 뒤 사퇴를 선언했다.

갑질 논란을 빚은 후 사퇴한 건양대 김희수 총장. 

이번 논란은 최근 건양대병원 노조가 직원 7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무 실태조사에서 30여 명이 김 총장과 김 부총장 등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답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건양대 교직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들려왔고, 학교측은 교내 불만을 바로 잡기 위해 지난달 초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이후 혁신위가 교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김 총장 부자에게 폭언과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이 나오자 학교측은 김 총장과 김 부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건양대병원 노조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30여 명의 직원이 김 총장과 김 부총장에게 수첩으로 맞거나 귀를 꼬집히는 등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고 답했다. 특히 안경이 벗겨져 날아갈 정도로 얼굴을 맞았다는 증언도 있어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대학생들은 총장직 사퇴만으로 문제가 해결 되는 것은 아니라며 법적 처벌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갑질 논란을 일으킨 후 지난 7월 사퇴한 금강대 한광수 총장. 

대학교 총장이 갑질 논란을 일으켜 사퇴한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도 금강대 한광수 총장이 막말과 직원 사찰 논란에 휩싸인 뒤 자진 사퇴했다. 당시 금강대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한 총장은 “뿌리를 캘 겁니다. 어떤 개XX들이 그러는지 증거도 찾아낼 겁니다”, “개판치는 직원들은 그냥 가만히 있어라. 내가 다 때려 부셔버리겠다”, “내가 때려 잡아 죽이고 싶다. 근데 죽일 X이 너무 많아서 내가 순서대로 때려 잡겠다”, “뿌리부터 갉아먹는 개XX들이 있다”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한 총장의 직원 사찰 지시와 관련해서 금강대 노조는 직원들 간 상호 감시를 부추기며 사적인 일들까지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몇 몇 직원에겐 총장이나 학교에 불만이 있는 직원을 밀고하라고 회유 했으며, 전체직원회의에서는 자신을 욕한 직원과 관련 내용을 모두 적어 제출할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금강대 한 총장의 폭언 사태에 이어 건양대 김 총장의 폭언·폭행이 언론에 보도되자 대학생들은 대학 내 갑질 관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강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대학생위원회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17년간 건양대에서 벌어진 김 총장의 갑질과 김용하 부총장의 세습 갑질이 언론에 보도된 후 이를 뒷받침하는 학생, 교직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밝히며 “그런데 공관병에 대한 갑질로 물의를 빚은 박찬주 대장이 전역사유서를 제출해 책임을 회피하려 했듯이, 이들도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사퇴로 모든 것을 덮으려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위원회는 또 “김 부총장의 세습 갑질도 문제”라며 “건양대학교 병원의 행정원장직을 사퇴하지 않는, 꿈수사퇴를 통해 이른바 ‘대물림 갑질’의 정점을 찍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의 세습과 권력세습의 갑질은 청년과 대학생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계급사회의 부활을 알리는 적폐중의 적폐”라며 김 총장 부자의 사과와 처벌을 거듭 성토했다.

이와 관련해 건양대 관계자는 “현재 어려운 상황에 있는 건양대가 조속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교직원·학생·동문이 모두 노력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장래와 명예를 위해서라도 대학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발전적으로 협조 해달라”고 밝혔다. 건양대의 후임 총장 선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는 8일 학교법인 건양학원 이사회를 열어 후임 총장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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