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서는 ‘골디락스’라 불리는 미국경제 호황과 금융위기 이후 10년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각국은 저마다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발이 주창한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게 되었음을 설명했다.

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일까?

그러나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시킨 ‘4차 산업혁명’ 논리는 낙관적인 흐름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것은 바로 노동문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예측과정 속에서 빈부격차가 커지고 노동시장의 붕괴도 이루어질 것을 경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문 기술직 수요는 늘어나지만 상대적으로 단순직의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견되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선진국과 신흥국 15개국에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대신 7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스위스글로벌금융그룹(UBS)이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할 수 있는 국가들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과 비교해 관련 산업의 성장세가 빠르게 나타난 반면, 관련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하락이 높고 제조업에 대한 높은 집중도를 보이면서 기업생태계 역동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근심을 떨칠 수 없다.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 대한민국 첨단 산업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방향에 쏠려있기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점과 전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산업혁명의 결과: 자동화와 연결성

4차 산업혁명이 왜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것일까? 저성장 극복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서두른다면서 왜 일자리가 줄어드는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산업혁명들이 보여온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스위스글로벌금융그룹(UBS)이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공개한 4차 산업혁명 관련 백서의 제목을 살펴보자. “자동화와 연결성의 극단: 4차 산업혁명의 국제적, 지역적, 투자적 함의”라는 긴 제목이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다. 바로 ‘자동화와 연결성“이 산업혁명의 결과물들이며 1차-2차-3차 산업혁명에 이어진 4차 산업혁명은 그 극단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역사 속의 산업혁명들을 들여다 보자.
18세기 말에 일어난 1차 산업혁명은 세계사 시간을 통해 자세히 배워 알고 있다. 하지만,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의 상징이 되어 있을 뿐이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있는 분들은 증기기관 발명을 통해 신대륙에서 들여온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원료를 가공해 재화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아는 분들은 자본가의 등장과 자유주의,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정도다.

1차 산업혁명: 자동화와 연결성의 혁명적 증가

그러나 이런 기억 속의 단서들을 재구성해보면 ’자동화와 연결성의 증가‘가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1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산업은 증기기관이 아니라 면직공업이었다. 이전에는 손으로 물레를 돌려 실을 뽑고 베틀을 움직여 천을 짰지만, 방적기와 역직기가 발명되며 공장에서 자동화된 공정으로 실과 천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기계에 동력을 제공한 것이 바로 증기기관이었다. 이에 따라 기계를 작동시키는 증기기관과 기계생산이 현저히 증가하면서 철공업, 석탄업, 기계공업이 이 시대의 첨단산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한편, 이런 첨단산업들은 시너지를 내면서 서로 연결성을 촉진하는 필연으로 이어졌다. 석탄과 철광석을 채굴하는 탄광은 제철소나 석탄창과 연결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철도와 항만의 발달로 이어졌다.
면직공업의 발전은 자동화를 통해 일어난 혁신이다. 기존 가내수공업보다 노동절약이 이루어졌다. 철공업의 발전은 자본절약을 이뤄냈다. 기계공업의 발달은 선반, 공작기계의 제작을 통해 대량생산체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영국의 농업인구 비중은 50~60년만에 70%에서 20%로 줄어들게 된다. 그 시대의 주류산업이었던 농업분야의 일자리가 현저히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2차 산업혁명: 노동연결성

1차 산업혁명이 국가 내의 연결성 강화를 일으켰다면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2차 산업혁명은 전기 에너지의 사용으로 기업/국가간 노동연결성을 강화해 분업화를 통한 대량생산체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 발명의 아버지인 에디슨이 2차 산업혁명시대의 인물들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전기와 내연기관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공업의 모습이 갖추진다. 석탄을 동원해야 했던 거대한 증기기관과 달리 전기만 공급되면 어디서든 기계를 작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도시는 소비의 중심지뿐 아니라 생산의 거점으로 자리잡게 되며 오늘날과 같은 공업단지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노동은 분업화되기 시작했고, 전문기술이 없는 노동자가 공정별로 배치되어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기계인 자동차가 대량으로 제작되어 쏟아지게 되었다. 복잡한 기계의 부분품들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기업과 기업 간의 노동연결, 국가와 국가 간의 노동연결이 이루어지게 된다.
한편, 이런 일들로 노동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서 고용불안은 더 크게 증대되었다. 단순 노동자가 고급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력과 노동력이 더 저렴한 다른 나라의 제품이나 부분품을 수입하는 것이 자본가에게 더욱 유리해진 것이다. 해고와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조합 운동도 이때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3차 산업혁명: 사람-환경-기계의 연결성

이후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세계는 더욱 좁아진다. 바꿔말해 연결성이 강화된 것이다. 20세기 후반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IT 산업의 시대로 관통된다. 세계는 단일생활권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지리적 제약을 초월하게 된다. 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지역과 지역과의 연결, 인간과 기계와의 연결, 기계와 기계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했다. 이에 보다 정교한 자동화를 가능하게 해주었고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연결성의 기반을 점차 다져놓고 만다.
3차 산업혁명을 겪으며 기업은 기존의 대규모 인원을 관리하기에 효율적이었던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소규모 수평적 조직의 협업으로도 동일한 생산성을 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수십 명의 자금담당 부서, 경리부서가 하던 업무를 1~2명의 관리 인력이 인터넷 뱅킹과 주식 트레이딩 서비스를 통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형성된 인간의 심리적 변화는 초연결성 시대(4차 산업혁명)를 예견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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