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식 인사’공개선언?

이석채 회장 “낙하산 논란 개의치 않고, 능력만 있으면 가리지 않고 영입”
KT 안팎 “전문성과 경험 부재한 인사, 계속 데려오겠다는 선전포고” 비난

 
 
<“능력만 있으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영입하겠다.”
그동안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이석채 KT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20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KT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인재는 국적, 출신회사, 나이 등과 상관없이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뜻 듣기엔 굉장히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철학인 듯 보인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대놓고 ‘묻지마 인사’를 선언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해 말 외부인사 영입을 두고 불거진 논란에 대해 입장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외부인력 영입에 따른 적절성 논란이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필요한 사람을 서슴없이 영입한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 정권 인사
수십명 고위직 포진

 
이 회장은 이날 “KT 내부에서는 성장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익숙한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선택은 내부인사에 의존해 고스란히 주저앉거나, 아니면 외부인사를 거침없이 영입하거나 인데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ICT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국적, 회사, 나이와 관계없이 영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글로벌 기업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라면 ‘낙하산’ 논란에 개의치 않고 필요한 외부 인사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KT는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을 콘텐츠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했다. 그러나 김 전무의 통신분야 경력이 없는데다가 해당 부서가 김 전무 영입과 함께 준비 없이 신설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에 휘말렸다.

이날 논란의 핵심이었던 김 전무의 영입은 거론되지 않았으나, 이 회장은 “국내 대기업 CEO를 만났는데 필요한 사람을 스스럼없이 영입할 수 있는 능력이 부럽다고 말하더라”면서 “논란에 개의치 않고 필요한 사람을 영입하는 것이 내 인사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소신있다” 혹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철학”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능력’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인사철학은 당연히 높게 평가받을만한 신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 회장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많다. 이 회장 부임 이후 KT에서 영입한 ‘외부인사’들이 실제 KT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었느냐에 대한 반문인 것이다.
KT는 2009년 이 회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수십명의 인사가 영입됐다. 하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정보통신 회사에 어울릴만한 프로필을 갖춘 사람인지에 대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태규 KT 경제경영연구소 전무는 대통령실 연설비서관 출신이고, 김규성 KT엠하우스 사장은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상임자문위원을 지낸 바 있다. 전 KT미디어본부장으로 근무했던 서종률 인터넷진흥원장 역시 그 이전에는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을 지냈고, 대외부문장을 맡고 있는 석호익 부회장은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경북 고령·성주·칠곡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인물이다.
 
친(親) 정부 인사
더 많이 투하(?)

 
KT 비상근 사외이사인 이춘호 EBS이사장이나 허증수 경북대 교수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기에 KT가 지난 5일 코퍼레이션센터 신사업전략담당 상무로 영입한 오세현 전 IBM 상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동생이자,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했던 이력이 있다.

이 회장 취임 후 영입한 인물들 상당수가 대통령직인수위 출신과 여당 총선 낙선자 등 현 정부 핵심인사들로, KT 고위직에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은 전문성이나 해당 분야 경험이 전무한 경우다. 이 회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능력’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능력만 있다면 누구든 뽑겠다”는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이 결국 ‘낙하산 논란’에 개의치 않고 ‘묻지마 인사’를 하겠다는, 일종의 ‘선언’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KT 직원은 “이석채 회장이 말하는 ‘능력’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전문성이나 기술적 자격기준이 아니라, 현 정부와의 친밀한 정도를 능력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친(親) 정부 인사들이 더 많이 투하(?)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직 KT 임원 역시 “일단 필요한 자리를 따져보고, 그에 맞는 자격을 갖춘 인재를 널리 구해야 하는데, KT는 사람을 먼저 챙긴 뒤 그에게 자리를 맞추려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면서 “인사 기준을 능력과 전문성 위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꾸는 것만이 이석채 회장이 강조하던 KT의 진정한 혁신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KT가 무슨 회전문입니까? 이 사람 저 사람 들락날락거려 가지고 회사가 어떻게 제대로 경쟁할 수가 있겠습니까. 구글과 애플 같은 세계적인 회사하고 국내시장에서도 경쟁해야 되는 마당에 이와 같은 비전문가들이 들어와서 어떻게 경쟁을 하겠습니까?”
전 KT 사장이었던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의 이같은 비판을 과연 이석채 회장이 어떻게 생각할지, 자못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정소현 기자 coda0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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