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위원 3인방의 운명


 

‘김운용→박용성→이건희’
우리나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3명 모두 현재 실정법을 위반했거나 위반 혐의를 받고 있어 국제적인 망신이라는 비난과 함께 자격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IOC 위원은 모두 3명이었지만 지난 5월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2명으로 줄었다. 또한 최근에는 두산그룹 사태로 인해 박용성 전 회장의 제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에버랜드 편법증여 혐의 등을 받고 있어 국내 2명의 IOC 위원 모두 자격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또한 IOC 윤리위원회가 박용성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윤리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스포츠외교에 비상이 걸렸다.


“부패에는 어떤 배려도 없다.”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올해 IOC 총회를 앞두고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을 겨냥해 했던 말이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은 지난해 체육회 및 세계태권도연맹 운영 과정에서 공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징역 2년, 추징금 7억8,800만원의 형량이 확정되면서 지난 5월 IOC 위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김 전 부위원장은 IOC에 탄원서를 내는 등 구명활동을 펼쳤지만 지난 2월 IOC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제명 권고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하자 IOC 총회 앞둔 지난 5월 자진 사퇴한 것.
김 전 부위원장과 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퉜던 자크 로게 위원장이 김 전 부위원장의 제명을 강력히 밀어붙였다는 후문도 있었다.
이처럼 IOC가 위원의 자격에 있어 윤리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두산그룹과 삼성그룹 사태에 따라 국내 IOC 위원들의 잇단 제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IOC는 지난 99년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과 관련해 10여명의 위원이 제명 또는 자진 사퇴하도록 했으며, 로게 위원장 취임 이후 윤리규정을 더욱 강화시켜 IOC와 관계없이 자국 내에서 비리에 연루됐던 인도네시아의 밥 하산 위원을 즉각 제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국내에서 실정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용성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도 IOC 위원직에서 제명될 위기를 맞고 있는 것.
하지만 검찰이 박 전회장의 IOC 위원 자격을 이유로 두산 비자금 조성과 횡령혐의에 대해 불구속기소로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검찰은 두산 사태와 관련, 박용성 전 회장의 불구속 사유에 대해 “박용성 전 회장은 IOC 위원으로서 동계 올림픽과 IOC 총회 유치 등 현안을 맡고 있다”며 “외교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인사를 구속 수사해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국익손실과 국가 이미지 실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박 전 회장 일가가 300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한 혐의는 인정하지만 두산 비자금 조성의 핵심 인물인 박 전 회장에 대해서는 국익차원에서 처벌 수위를 낮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찰이 박 전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같은 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에 대한 처벌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또한 김운용 전 부위원장은 IOC 부위원장이었지만 공금 횡령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검찰의 박 전회장 불구속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최근 “현재 우리나라 3명의 IOC 위원(김운용, 박용성, 이건희)들은 모두 실정법을 위반했거나 실정법 위반 혐의로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사실 이들 모두 IOC 위원으로서 갖춰야할 도덕성과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지 오래다”라고 비난했다.

IOC 윤리위, 박용성·이건희 내사 착수

국내 두 IOC 위원이 실정법 위반 혐의로 도마에 오르자 IOC 윤리위원회가 윤리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크 로케 IOC 위원장은 “한국의 IOC 위원 2명 모두 윤리위 심의 대상에 포함시켜 내부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정길 대학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IOC 위원 2명은 IOC 위원직과 관계된 비리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불구속 기소가 되더라도 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고 말해 두산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 전 회장이 IOC 위원에서 제명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IOC 윤리위는 박 전 회장이 불구속 기소되자 윤리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자료 수집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이 회장에 대해서도 기초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올림픽위원회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자국 내의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가 결정되고 재판 결과가 나와야 IOC 윤리의 심의를 거쳐 제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현재 IOC 윤리위는 이러한 과정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명 문제를 거론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박용성, IOC 위원직 유지 어려울 듯

박 전 회장은 이번 두산 사태의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 및 국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은 현재까지 IOC 위원 및 국제유도연맹 회장, 국제상업회의소 회장 등 국제 직함은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도 지난 9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 회장선거에 출마해 3선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스위스 로잔 IOC 집행위원회에 참석하면서 국제스포츠협회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IOC는 자크 로게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윤리규정을 더욱 강화시켜 IOC와 관계없더라도 자국 내에서 비리에 연루됐을 경우 위원의 윤리성을 문제 삼아 즉각 제명하고 있다.
IOC는 지난해 아테네올림픽 개막에 앞서 열린 총회에서 인도네시아 군부 독재 시절 부정부패에 연루돼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밥 하산 IOC 위원에 대해 재적위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전격 제명시켰다.
또한 IOC는 최근 불가리아의 이반 슬라브코프 IOC 위원은 2012년 올림픽 유치경쟁에서 표 매수를 하려 한 사실이 영국 BBC 방송에 의해 불거지자 즉각 IOC 위원 자격을 정지시켰다.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이 300억대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로 도덕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는 점에서 타국 사례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IOC가 박 전 회장의 재판결과를 지켜보다 제명권고안을 총회에 상정할 가능성이 높다. 제명권고안은 IOC 집행위원회 117명의 위원 중 출석인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이건희, 편법증여 등으로 제명 여론 ‘솔솔’

박 전 회장의 IOC 위원직 제명 여부에 따라 삼성 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운명도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불구속 기소된 박 전 회장에 대해 IOC측에서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 회장에 대해서도 편법증여 등 삼성 사태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건희 회장의 사법처리 여부에 따라 제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국내에서 시민단체 등에서 박 전회장과 함께 이 회장에 대한 IOC 위원 자격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고, 이 회장이 현재 미국서 장기 체류하고 있어 IOC 위원으로서 활동을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 회장의 IOC 제명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게다가 이 회장은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IOC 위원으로서 구설수에 시달리면서 이미 자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이 회장은 아테네 올림픽 당시 IOC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삼성그룹의 올림픽 마케팅을 직접 챙기며 그룹 총수로서 대외활동에만 주력했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또한 당시 모 방송국 취재단 사무실에서 벌어진 ‘특별예우 및 관등성명’ 사건과 현지 기자단에 대한 고액의 격려금 전달 시도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박 전 회장과 더불어 이 회장도 재벌 총수와 IOC 위원으로서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계속 IOC 위원으로서 활동한다는 것은 국익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될 수 있다”며 “현재 미국서 장기 체류 중인 이 회장은 국내 삼성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귀국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IOC 위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naver.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