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금속 활자본 프랑스 도서관에 소장, 서양 구텐베르크보다 78년 앞서

[민주신문=양희중 기자]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인쇄 강국이다. 통일 신라 시대 때 만들어진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은 현존하는 최초의 목판 인쇄물이다.  고려시대 만들어진 팔만대장경의 장대함은 몽고의 침입에 맞서 부처님의 힘으로 국가를 지키자는 의지의 산물로 세계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금속 활자 또한 마찬가지다. 독일인 구텐베르크가 만든 서양 최초의 금속 활자는 15세기 중반에 만들어 졌으나 우리나라는 구텐베르크보다 78여 년 빠른 14세기에 이미 금속 활자로 책을 찍어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최초의 금속 활자본은 아직 전해지지는 않고 있다. 고려 후기의 문장가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에 ‘상정예문(詳定禮文)’이란 책을 금속 활자로 찍었다는 기록만 전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 활자를 만들어 책을 인쇄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바로 ‘직지심체요절’가 있기 때문이다.

‘직지심체요절’은 충청북도 청주에 있는 흥덕사란 절에서 1377년에 금속활자로 찍어 낸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다. 당시에 50~100부 정도 인쇄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현재는 하권만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프랑스 국립 도서관은 ‘직지심체요절’매우 귀중하게 생각하여 단독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

‘직지심체요절’은 백운이란 호를 가진 승려 경한이 75세 때인 1372년에 성불산 성불사에서 부처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살다 간 이름난 승려들의 말씀이나 편지 등에서 뽑은 내용을 수록해 상·하 두 권으로 저술한 책이다.

그 후 승려 백운이 입적하고 난 후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 활자로 인쇄됐다. 인쇄를 주도한 승려는 석찬·달잠·묘덕이다. 석찬은 ‘백운화상어록’을 쓴 승려로 백운의 비서 역할을 했던 시자(侍者, 귀한 사람을 모시고 시중드는 사람)였고 달잠은 백운의 제자였다.

두 승려가 여승이었던 묘덕에게 재정 지원을 받아 백운의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흥덕사에서 금속 활자로 ‘직지심체요절’을 간행했다.

직지심체는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에서 나온 말로 ‘참선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보면,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라는 뜻이다.

‘직지심체요절’의 본래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현재는 ‘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심체요절’·‘직지심체’·‘직지’ 등으로 부르고 있다.

‘직지심체요절’은 현재 프랑스 국립 도서관 동양 문헌실에 보관되어 있다. 1886년 한·프 수호 통상 조약이 체결된 후 초대 주한 대리 공사로 부임한 콜랭 드플랑시가 우리나라에 근무하면서 고서 및 각종 문화재를 수집해 갔는데 이때 ‘직지심체요절’이 프랑스로 건너갔다.

드플랑시는 우리나라에서 수집해 간 대부분의 고서를 모교인 동양어 학교에 기증하였는데, 앙리 베베르가 180프랑에 ‘직지심체요절’을 구입하여 나중에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기증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와 민간조직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직지심체요절’의 반환을 프랑스 당국과 보관중인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요청하고 있으나 일체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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