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어트 구매팀장, 육가공납품업체 선정 대가로 5년간 7억원 뒷돈 꿀꺽
수입산 육류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 “고객 기만, 배신감” 비난 ‘신뢰추락’

 
<특급호텔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아왔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메리어트호텔’. 검찰에 따르면 메리어트호텔 구매팀장은 육가공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원산지가 허위 표시된 고기를 납품 받아 고객들에게 공급해왔다. 메리어트호텔 측은 “직원 개인의 비리”라며 “호텔 측에선 몰랐다”는 입장이지만, 외부의 시선은 그리 곱지 못하다. 조직관리 부재는 물론 심각한 모럴해저드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객들 입장에선 “특급호텔도 믿을 게 못된다”며 배신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와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 육가공업체 대표가 구속됐다. 해당 업체 대표인 김모(41) 씨는 미국, 멕시코, 브라질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12만4,000여㎏을 국내산으로 속여 병원, 골프장, 외식업체 등 130여 곳에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텔업계 ‘불똥튈까’ 전전긍긍
 
충격적인 사실은 김씨로부터 이같은 육류를 납품 받은 곳 중에는 국내 유명 특급호텔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바로 서울 강남에 위치한 ‘메리어트호텔.’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훈)에 따르면 메리어트호텔 구매팀장 원모(40) 씨는 김씨로부터 원산지가 허위 표시된 육류를 납품 받아 ‘한우’로 속여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원씨는 ‘문제점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오랜 시간동안 사례비를 받아왔다. 특히 원씨는 김씨가 운영하던 육가공업체 뿐만 아니라 다른 7개 납품업체와도 거래를 유지하면서 최근 5년 동안 약 7억2,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12일 육가공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원씨를 구속 기소하고,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업체 관계자들을 구속 및 불구속 기소 했다.
검찰 관계자는 “값비싼 특급 호텔이라고 해도 원산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특급 호텔에 지속적으로 납품하려면 정기적인 상납이 필요하고, 납품 로비 자금을 만들려면 이윤을 많이 남겨야 하는 등 원산지를 속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비리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로 괜한 불똥이 튀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국내 유명 일급호텔에서 육류의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고객들의 불신이 다른 호텔로까지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굴지의 호텔 양식당 매니저는 “레스토랑에 식사를 예약한 고객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상당수”라면서 “원산지를 묻는 고객도 있고, ‘믿을 수 없다’며 예약을 취소한 사례도 3건이나 있을 정도로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심에 위치한 특급호텔 한 관계자 역시 “메리어트 때문에 비상이 떨어진 상황”이라면서 “납품과정이나 물품 등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가뜩이나 구제역 파동과 AI 확산 등으로 전국이 뒤숭숭한 상황인데, 일급호텔에서 먹거리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우리도 곤혹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리어트호텔 홍보실 관계자는 “신문보도를 보고 (사건을) 알았다”면서 “회사 측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실 구매팀장 개인이 벌이는 일은 회사 차원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번 사안은 지극히 개인 비리일 뿐이다. 다만 재발방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내부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비난이 폭주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메리어트호텔 측은 땅바닥까지 추락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정소현 기자 coda0314@naver.com
 
본지 지면 기사 게재 일자 20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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