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따라하다 가랑이 찢어질라

‘하늘의 특급호텔’ A380항공기 6대 계약체결 2014년부터 순차적 도입 예정
부채 5조·재무구조 개선 상황, 2조원대 구입자금 마련 의문 ‘과욕’ 논란


<아시아나항공(대표 윤영두)이 최고급 항공기 6대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하늘을 나는 특급호텔’로 불리는 ‘A380(사진)’이 그 주인공. 최대 800명까지 탈수 있는데다, 항공기 내부에 샤워시설, 바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최고급 항공기로 분류된다. 아시아나 측은 프리미엄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해 이번 도입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업계의 시선이 썩 좋지 못하다. 곱지않은 비난도 나온다. 이유가 뭘까. >
 

아시아나항공(이하 아시아나)이 지난 6일 항공기 제작업체인 에어버스사와 ‘하늘 위의 특급호텔’로 불리는 ‘A380’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에어버스사가 차세대 항공기로 개발한 A380은 길이 73m에 양날개 길이 79.8m, 높이 24.1m인 세계 최대 규모의 복층 규모 민항기다. 최대 800석을 수용할 수 있고 샤워시설, 바 등 각종 편의시설도 갖춘 최고급 항공기로 분류된다.
 
아시아나의 승부수, 통할까
 
이번 계약에 따라 아시아나는 오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6대의 A380 항공기를 에어버스사로부터 인도받을 예정이다. 2014년부터 도입되는 A380 항공기는 미주와 유럽노선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아시아나 측은 프리미엄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해 이번 도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윤영두 사장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경영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A380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돈이다. 아시아나가 A380 항공기 6대를 도입하기 위해 드는 돈은 총 2조456억원. 하지만 현재 아시아나의 재무구조로 봤을 때 2조가 넘는 금액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3분기말 기준으로 부채가 4조8,240억원에 달한다. 자기자본은 9,779억원. 부채비율이 494%나 되는 셈이다.

더구나 아시아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 때문에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재무구조를 개선 중이다. 더 이상 부채를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회사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지난해 최대실적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이 3,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벌어들일 순이익을 전부 쏟아 부어도 2014년 4월까지 도입 금액을 맞출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아시아나가 대한통운 매각 자금으로 항공기를 구입 대금을 충당할 계획인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아시아나가 보유한 대한통운 가치는 시가 기준으로 5,000억원 안팎.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는다면, A380 도입금액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풀이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A380 이외에 A350 도입도 추진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구입금을 모두 마련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아시아나가 대한항공과의 경쟁심 때문에 무리수를 띄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이미 A380을 도입하기로 한 상태다. 오는 5월이면 A380 1호기가 도입되고, 연말까지 총 5대가 들어온다. 2014년까지 추가로 5대를 더 도입할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A380 항공기는 총 10대가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1호기가 도입되는 시점에 이미 대한항공은 10대가 운영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한항공은 프리미엄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파격을 시도한다. A380의 한 개 층 전체를 비즈니스석으로 꾸미면서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대한통운’ 매각자금으로 충당?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최근 항공업계 분위기로는 A380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상황”이라면서 “국내외 굴지의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항공사 전략을 취하면서 최고급 항공기인 A380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아시아나도 이같은 ‘대세’를 따르겠다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경쟁사인 대한항공보다 프리미엄 시장에 3년이나 늦게 뛰어드는 셈이라,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이 A380 항공기를 주문할 당시만 해도, A380 대신 A350 시리즈를 주력기종으로 선택했다. 350석 규모의 A350XWB는 신소재를 사용해 기체 중량을 대폭 줄여 연료가 기존 항공기보다 20∼30% 적게 드는 항공기다.

아시아나는 이미 2008년 7월 중대형 차세대 항공기인 A350XWB를 30대 주문했고, A350XWB 시리즈 중 A350 XWB-900(314석)은 오는 2013년에 처음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A350XWB-800(270석)과 A350XWB-1000(350석)은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최초로 인도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3가지 기종을 각각 10대씩 주문했으며, 추가로 10대를 더 주문할 수 있는 옵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아시아나 고위 관계자는 “항공사는 비수기가 닥칠 경우도 늘 대비해야 하는데, 다양한 탑승인원을 갖춘 A350시리즈가 더 적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을 비롯해 유수의 항공사들이 A380 도입을 결정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여기에 지난해 항공 시장이 때아닌 호황을 맞았고, 아시아나 역시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뒤늦게 A380 도입을 결정한 것이다.
과연 5조원에 달하는 부채와 재무구조 개선 중인 상황에서 아시아나의 과감한 승부수가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소현 기자 coda0314@naver.com
 
본지 지면 기사 게재 일자 201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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