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흑자전환되자 고의적으로 공급가 인상


 

SK엔론의 자회사인 SK가스가 일방적으로 프로판 공급가격을 대폭 인상,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SK가스로부터 프로판을 공급받고 있는 효성은 최근 SK가스가 올해 공급가를 약 100% 인상한 것에 대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가격횡포’라며 이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특히 효성은 관련 사업부문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공정 개선 등을 통해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지만 올해 SK가스의 프로판 공급가 대폭 인상으로 경영정상화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이에 대해 SK가스는 유가와 국제운임 상승에 따라 다른 거래업체들과 동일한 조건을 제시했는데 효성만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효성과 SK가스가 프로판 직수입을 두고 갈등해온 것이 이번 공정위 신고까지 번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SK가스에서 매년 20만t의 프로판을 공급받아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하고 있는 효성은 최근 SK가스가 일방적으로 올해 공급가를 2배 정도 인상했다며 이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효성은 지난 91년부터 10년이 넘게 프로판을 공급받으면서 공급가 인상률이 매년 10%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SK가스가 올해 갑작스럽게 프로판 공급가를 무려 100%나 인상했다는 것.
특히 효성은 폴리프로필렌 생산부문이 매년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하자 SK가스가 의도적으로 공급가를 대폭 인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91년부터 적자에 허덕이고 있던 사업부문에서 원료와 무관하게 자체적인 공정 개선 등을 통해 지난해 처음으로 이익을 내자 원료 공급자인 SK가스는 공급가격을 대폭 인상해 이익을 나눠 먹으려 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가격횡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SK가스는 올해 초 공급가 대폭 인상에 대해 유가 및 운임 상승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유가와 운임은 매년 꾸준히 상승해왔고 공급가 인상률도 평균 10%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SK가스가 공급가를 대폭 인상한 이유가 불분명하고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프로판을 공급하는 회사는 SK가스와 E1 두 곳이지만 효성의 폴리프로필렌 공장이 울산에 있어 여수에 있는 E1과 프로판 공급계약을 체결할 경우 별도의 운임이 더 들기 때문에 효성은 불가피하게 SK가스와 공급계약을 매년 갱신해오고 있다.
효성이 SK가스와 프로판 공급계약을 하고있는 결정적인 이유도 SK가스의 프로판을 항만에서 직접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공급받고 있기 때문.
때문에 SK가스와 공급계약이 해지될 경우 효성은 프로판을 원료로 사용하는 폴리프로필렌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효성과 SK가스는 이러한 프로판 공급조건에 대해 매년 재계약을 통해 공급조건을 갱신하는데 매년 4월까지 운임과 부대비용, 마진 등을 모두 합친 공급가 산정 기준에 대해 협의하고, 매월 변동하는 국제 유가와 환율을 토대로 프로판 공급가를 산정하고 있다.
효성은 올해 3월 재계약 직전에 담당사업부문 사장을 SK가스에 보내 공급가 인상을 자제해줄 것으로 요청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효성은 프로판 공급가 대폭 인상 문제를 공정위에 맡기게 됐다.
현재 효성은 공급가격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3개월 동안은 기존 공급가격으로, 3개월 이후에는 가격이 합의될 때까지 공급자측이 제시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계약서 때문에 현재 인상된 가격으로 프로판을 공급받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올해 3월 사업부문 사장이 직접 SK가스를 찾아가 공급가 인상에 대해 협조를 구했지만 SK는 공급가 인상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라고만 하고 전혀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며 “SK가스는 공급가 인상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 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운임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SK가스는 단순하게 운임 상승 등을 이유로 공급가를 대폭 인상했지만 공급가는 단순하게 계산되는 것은 아니며, 부당하게 대폭 인상된 부분에 대해서 반박할 만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SK가스는 다른 거래선들과는 동일한 조건을 제시했는데 유독 효성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올해 공급가 인상은 정당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선 t당 20~30달러 수준이던 국제운임이 올해 50달러로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공급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SK가스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유가를 제외한 부대비용은 약 42달러로 이 중 운임이 20~30달러를 차지하지만 국제운임이 2배 이상 상승해 공급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공급가가 인상됐지만 마진폭은 거의 상승하지 않았고 주요 거래처인 태광산업 등과는 이미 인상된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해 가격 인상에 대해 분명한 변동요인이 있고 다른 업체들과는 문제없이 재계약을 했는데 효성만 받아들이지 않고 정부기관에 신고까지 하니 불편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또 SK가스는 지난 2000년 12월 프로판과 폴리프로필렌 가격이 역전됐을 때 효성측이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고 폴리프로필렌을 직도입하면서 효성에 공급하려고 확보했던 물량이 남아 손실을 입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SK가스 관계자는 “효성에서 생산하는 프로필렌 가격이 원료인 프로판 가격과 비슷해지자 일방적으로 6개월 동안 공급계약을 취소해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주요 거래처인 점을 고려해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효성과 SK가스의 갈등에 대해 효성이 지난 6월 산자부에 프로판을 직접 수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어 더욱 심화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타 거래처 동일조건 계약했나

SK가스가 효성을 제외한 태광산업, 용산화학, 삼성정밀화학, 코리아PPG 등 거래처와는 재계약을 마무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효성측은 대부분 공급가 대폭 인상으로 재계약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SK가스가 효성을 제외한 다른 거래처들과는 동일조건으로 계약했다고 하지만 SK가스측이 터무니없이 공급가를 인상하면서 다른 업체들과도 마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태광산업은 합의를 봤지만 코리아PPG 등은 현재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가스측은 “효성과 가장 유사한 태광사업과는 지난 9월에 재계약을 했고, 삼성정밀화학과 용산화학은 협상이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코리아PPG에는 부탄을 공급하기 때문에 효성과 계약조건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정위는 양측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 SK가스의 공급가 인상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가격횡포로 판정될 경우 공정위는 가격 인하 명령을 내리거나 매출액의 3% 이내 또는 최고 20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

김영민 기자
mostev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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