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개각설이 기정사실화돼가고 있는 분위기다. 임기 중 레임덕은 없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와 최근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후폭풍이 맞물리면서 인적 쇄신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 당초 청와대는 서울 G20 정상회의 이후 달라진 안보와 경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인사쇄신의 필요성을 느꼈으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로 개각 시기를 잠시 미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청와대 안팎에선 개각 시기를 내년 1월께로 점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4일부터 29일까지 정부 22개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개각을 단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인 것. 따라서 늦어도 내년 2월 초까진 개각이 이뤄질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은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면서 인사 폭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권 4년차’ 레임덕 예방 차원의 인사쇄신 필요, 순차 개각 단행

부처별 업무보고 마무리되는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인선 돌입 예정


개각에 대한 인사수요는 충분하다. 지난 8ㆍ8개각에서 김황식 총리와 이재오 특임장관이 발탁되면서 감사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이 수개월째 공석이다. 개각 당시 교체하려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역시 후임자들의 낙마 사태로 유임된 상태다. 서둘러 임명해야 할 장관급 인사 자리만 4곳인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들 네 자리에 대한 후보자 검증작업은 상당히 진척돼 이명박 대통령이 언제든 리스트를 보고 인선할 수 있을 정도”라면서 “부처별 업무보고가 오는 29일에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인선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폭’ 이상의 개각 예고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이보다 더 많은 인사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고 있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뿐만 아니다.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대북 정보 수집과 분석, 판단의 한계를 드러낸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원세훈 국정원장 역시 좌불안석이다. 여기에 지난 개각 대상에서 제외됐던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장관 중 일부를 개각 대상에 추가할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 없다. 사실상 중폭 이상의 개각이 예고된 셈이다.

당초 성공적인 G20 개최로 윤증현 기재부 장관의 유임 가능성이 높았으나 최근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로 인한 파문에 이어 “복지 같은데 재원을 다 써버리면 결국 남는 게 별로 없게 된다”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야권에서 해임을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경우 김준규 검찰총장과 기수 역전에 따른 지휘권 문제 등으로 내부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에선 이 같은 개각 전망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개각 얘기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공석인 자리는 현재 두 곳 밖에 없다”며 입장을 분명히 한 것. 더욱이 청와대는 ‘전면개각’, ‘일괄개각’이라는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대규모 개각 때마다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을 빚어왔던 것만큼 ‘앞으로 대규모 인사는 없다’는 게 청와대 핵심 관계자 측의 설명이다.

실제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강부자 내각’이라는 신조어를 낳았고, 병역 및 위장전입 의혹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 첫 조각에서 남주홍ㆍ박은경ㆍ이춘호 3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고, 지난 개각에서도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신재민ㆍ이재훈 장관 후보자가 불합격됐다.

따라서 청와대 내 분위기는 소폭 개각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지난달 25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경질을 발표하면서 “장관은 수요가 생기면 언제든 하고 특별한 게 없으면 안 한다”면서 “일괄적으로 몇 명에 대해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게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사 수요가 생기면 그때그때 필요한 직위에 대해서만 단행하는 ‘원 포이트’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내년 1월부터 1~2명씩 순차 개각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미 인사 쇄신 후보로 떠오른 해당 부처 내부에선 하마평이 무성하다. 신임했던 인사를 다시 쓰는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로 미뤄볼 때 측근들이 재기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당장 감사원장에는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와 정동기 전 민정수석이 거론된다. 여기에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류우익 주중대사와 안대희 대법관, 조무제 전 대법관,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도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강 특보가 공직 경험이 두텁고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신뢰가 높다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정 전 수석 역시 지난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사태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이 대통령의 신임을 크게 얻었다는 후문이 전해지면서 사실상 감사원장직엔 강 특보와 정 전 수석의 박빙이 예고되고 있다. 감사원장에 이어 법무부 장관 후보군으로 불리는 강 특보의 선임이 이뤄질 경우 그 후임에는 정 전 수석이 차지하게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익위원장에는 감사원장 후보군에 오른 김 전 장관과 정운천 전 농식품부장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전 장관은 쇠고기정국으로 희생된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컴백을 하지 못한 경우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경부 장관에는 조환익 코트라 사장과 김동수 수출입은행장,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을 놓고 정밀검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문화부 장관에는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청와대 순장 3인방’으로 불렸던 이동관 전 홍보수석과 박형준 전 정무수석의 일선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지난 7월 청와대에서 동반 퇴장한 이후 두 사람은 5개월째 몸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유대관계는 여전하다. 이 대통령이 가끔씩 두 사람에게 현안과 관련된 자문을 하곤 한다는 이야기가 청와대 내에서 나돌 정도다. 실제로 박 전 수석은 지난달 말 연평도 대국민담화 직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독대했다. 박 전 수석은 문화부 장관 외에도 권익위원장 후보군에서도 이름을 올렸다.


냉각된 정국 상황 타개책


통일부 장관에는 친박계의 진영 의원 등 전향적 대북정책인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지경부 장관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에서 개각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소문상으로는 인선이 상당히 진척된 셈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단독 강행처리에 따른 후폭풍으로 냉각된 정국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개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여권 전반에 퍼져있다. 이 대통령이 개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국면전환용으로 사용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게 사실이지만 현 국면에선 개각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는 것. 연초 개각설이 힘을 받는 이유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