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불출마까지 각오”


예산안 강행처리 반성, 물리력에 의한 의사 진행에 불참 선언


한나라당 의원 23명이 ‘차기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을 치고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거부했다. 지난 16일 자당의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에 따른 국회 폭력사태를 자성하며 향후 물리력에 의한 의사 진행에는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국회 바로 세우기’를 다짐하는 국회의원 일동 23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2011년도 예산안 등의 강행처리에 동참함으로써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폭력에 얼룩지게 만든 책임이 우리 자신에도 있음을 깊이 반성한다”면서 “앞으로 우리는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 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 앞에 약속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들은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당과 청와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단독 처리를 강행하더라도 동참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이들이 표결에 불참할 경우 여당은 단독으로 한미 FTA를 통과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한나라당 의원은 171명인데 23명이 이탈하면 148명으로, 국회 본회의 표결 시 원내 과반을 확보 하기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들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폐지하는 대신 법안 자동상정제를 도입하고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 제도를 허용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도 추진키로 했다.

‘23명의 반란’에 대한 여권 내 시각은 엇갈린다. 관건은 이들의 결속력 여부다. 한미 FTA가 현 정부의 후반기 최대 국정과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설득 작업이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일부 의원이 이탈이라도 하게 될 경우 이들의 반란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전조는 성명서 작성 과정에서도 엿보였다. 당초 29명이 성명에 가담했으나 ‘19대 총선 불출마’ 문구에 이견을 보여 막판에 7명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공동운명체적 관계’로 똘똘 뭉칠 것이란 견해도 만만찮다. 차기 총선 불출마까지 공언한 마당에 외압에 굴복할 이유가 없어서다. 향후 정세에 따라 중립지대 의원이 가세할 공산도 있어 이들이 정국의 향방을 가르는 ‘돌풍’의 주역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번 성명에는 구상찬 권영진 김선동 김성식 김성태 김세연 김장수 배영식 성윤환 윤석용 정태근 주광덕 현기환 홍정욱 황영철 의원 등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 ‘민본21’ 소속 의원들뿐만 아니라 4선의 황우여 남경필, 3선의 정병국 권영세 이한구, 재선의 진영 신상진 임해규 의원 등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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