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매맞는 여자’와 ‘아이’까지 등장

“힘든 여성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일 뿐” 해명
시청자·시민단체 “가정폭력, 가볍게 다뤘다” 맹비난

 
 
 

▲ 케이블tv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미즈사랑> CF의 한장면.     © 민주신문


 
 
대부업계 자산순위 1위인 ‘러시앤캐시(A&P파이낸셜그룹)’의 계열사 ‘미즈사랑’이 입방아에 올랐다. 현재 케이블TV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CF광고 내용을 두고 시청자들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의 시선이 싸늘한 것.

광고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여성이 딸아이를 데리고 한 여성전용 식당을 찾는다. 여성이 자장면 한 그릇을 주문하자 딸아이가 “엄마는?”이라고 묻는다. 여성은 “난 배가 고프지 않다”고 답변했지만, 이내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이때 여성이 선글라스를 벗자 시커멓게 멍이 든 눈두덩이가 드러나고 여성은 아픈 듯 눈 주위를 계속 문지른다. 아이는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 그 아저씨 좋아?”라고 묻는다. 이때 식당 주인이 자장면 두 그릇을 내어주며 ‘원 플러스 원’이라고 말하고, 눈에 멍이 든 여성은 “그럴 줄 알았으면 탕수육 시킬걸 그랬다”며 너스레를 떤다.

해당 광고는 ‘여성전문대출’을 내세운 ‘미즈사랑’의 캠페인 광고 중 하나(‘자장면’ 편)로, ‘여성들의 비밀을 지켜주고 힘과 용기가 되어주는 대출’이라는 컨셉트다. 
하지만 이번 광고의 내용은 가정폭력은 물론, 어린아이까지 대부업 광고에 등장시켰다는 점 때문에 시민단체를 비롯한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미즈사랑 고객센터 홈페이지에는 “광고 만드는 사람 꼭 보라”는 제목 하에 “여자나 때리는 무식하고 어이없는 남자…. 광고 때문에 짜증나는 게 태어나서 처음”이라는 지적이 올라와 있다.  

한 여성 전용 카페에도 적지 않은 비난글이 올라와 있다. 아이디가 ah******인 한 회원은 “이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시추에이션?!”이라면서 “보자보자 하니 정도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고리사채 광고에 아이가 등장하고, 거기에 매맞는 엄마라니. 도대체 광고를 어떤 생각으로 만든건지 사고가 의심스럽다”라고 꼬집었는가 하면, 또 다른 카페 회원(**맘)은 “그 광고를 보면 속에서 불이 난다”면서 “아이가 무덤덤히 ‘그 아저씨 좋아?’라고 묻는 건, 폭력이 한두번이 아니라 이골이 났다는 건데, 아무리 케이블이라고 해도 인권위에 제소하고 싶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광고학 관련 네티즌들의 모임인 한 카페(***의 pr***)에서도 “가정폭력을 저런 식으로 미화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카페 운영자는 “TV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생각한다면 보다 신중하게 만들었어야 한다”면서 “‘가정폭력’이라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민감한 소재를 아이까지 등장시켜 광고로 제작한 건 해당 사안(가정폭력·이혼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인천의 한 여성단체 고위 간부는 “미즈사랑의 광고 시리즈를 가만히 보면, 여행을 가려고 대출을 받거나 여자가 임신을 하게 되어 그 수술비용으로 대출을 하는 내용들이 나온다”면서 “여성들의 비밀과 고충을 컨셉트로 한다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다. 게다가 이런 식의 광고는 갓 성인이 된 여성들에게 ‘일단 (임신 등) 문제가 생기면 대출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고금리 대출의 폐해를 ‘미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즈사랑 측은 “이혼하고 가끔씩 딸아이를 만나는 여성의 힘든 삶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여성의 힘든 상황이라는 걸 표현하려다보니 ‘멍’이라고 하는 장치가 사용된 것뿐이지, ‘맞고 사는 여성들은 고금리 대부업을 사용하라’는 메시지는 아니다. 아마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보니까 광고도 안 좋게 보여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대부업체가 케이블 방송과 일간지 등에 광고를 싣지 못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대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부업체 영업소 내부의 광고와 연 60회 이하의 주간지 광고 등을 제외하고는 광고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주간지도 여성 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광고를 할 수 없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부업체는 그동안 주로 이용하던 케이블 방송이나 생활정보지, 일간지 등에 광고를 실을 수 없게 된다.

박준선 의원은 “서민들이 대부업 광고에 부문별하게 노출되면서 대부업체를 과도하게 이용하게 되고, 결국 불법추심과 가계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경제활동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대부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고려할 때 공익을 위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현>
 
<본지 지면 기사게재 일자 201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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