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가격 인상 입방아...신제품 출시 후 기존 제품 생산 대폭 감소

유한킴벌리 고가생리대 제품이 서울시 중구 한 편의점 판매대에 진열돼 있다. 사진=허홍국 기자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 1위인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꼼수 인상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생리대 가격 인상이 입방아에 오른 뒤 저가의 기존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겠다던 약속을 저버린 것.

더욱이 사회적 약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사용할 수 있는 생리대 제품을 공급하겠다던 입장을 밝힌 지 한 달 만에 거짓으로 드러나 충격을 자아내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와 대리점 등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5월 좋은느낌 등 자사의 여성 생리대 가격을 그 다음 달부터 최고 20% 인상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진 뒤 비난여론 등 후폭풍을 맞고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기존 생리대 제품과 신제품을 동시에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는 최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약속은 공허한 말에 그쳤다.

실제로 유한킴벌리 기존 저가 생리대 제품은 생산량이 적어 시장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지 않다. 제품 생산을 적게 해 관련 재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방 중소도시의 유통채널 거점인 유한킴벌리 대리점에서도 기존 저가 생리대 제품 재고량은 많아야 5박스(Box)정도다.

반면 신제품은 50박스 이상 보유하고 있다. 대리점은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대형마트 및 편의점 등에 생리대를 공급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지방대리점 한 관계자는 “‘좋은느낌순수’ 등 중형생리대 저가 제품 재고가 많지는 않다”며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관련 제품을 깔면 다 팔린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도 저가 생리대 제품은 찾을 수 없다. 서울시 중구 중림동에 소재한 한 편의점에는 ‘화이트’, ‘좋은느낌’ 등 브랜드의 고가 생리대 제품만 놓여 있었다.

이 같이 저가형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재고가 없는 것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리대는 각종 대규모 장치를 설치해 경상적인 생산이 가능해지는 장치산업에 속하는 제품 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 유한킴벌리가 생산한 기존 생리대 제품도 10여종 가운데 한 제품이었고 생산량도 200박스에 불과했다. 반면 고가인 생리대 신제품은 1만6000박스가 생산돼 유통됐다.

이 때문에 유한킴벌리는 고가생리대 제품을 유통해 생리대 평균 가격을 끌어 올렸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유한킴벌리 측은 당초부터 기존 제품 전부가 아닌 소비자가 많이 사용하는 일부 제품만 생산한다는 계획이었고 수요에 맞춰 공급해왔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기존 생리대 제품의 재고량과 공급 비중 등은 공개하지 않아 ‘꼼수 인상’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고가 논란이 일 때 사회적 약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저가 생리대를 사실상 생산하지 않은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 배려는 공허한 외침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유한킴벌리는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 55%로 관련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