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장관 일가도 서민상대 ‘돈놀이’

김승연 한화 회장 장인 서정화 전 의원 아들들 ‘리드코프’ 최대주주
‘A&P파이낸셜’ 계열사만 7개 국내 대부업 장악 고금리 논란 여전

 
<대부업체들이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여전히 연 40%대에 육박하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를 찾는 서민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 7월 대부업 최고금리를 연 49%에서 44%로 인하하고 서민전용 대출상품 ‘햇살론’을 출시하며 서민금융 구제에 나섰지만, 서민들은 여전히 대출 문턱이 낮은 대부업체를 찾고 있는 셈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자리잡은 ‘대부업계’의 실태를 살펴봤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업계 자산순위 1위인 ‘러시앤캐시(A&P파이낸셜그룹)’는 대출잔액이 작년 9월말 1조1,182억원에서 올해 9월말 1조3,800억원으로 23.4%나 증가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9월말 결산 기준으로 1,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말 결산 기준 당기순이익은 1,194억원이었다. ‘러시앤캐시’는 2007년도부터 3년 연속으로 1,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대부업 70% 외국계 자본
 
업계 2위(자산 기준)인 ‘산와머니(산와대부)’의 대출잔액은 작년말 7,109억원에서 올해 9월말 현재 1조30억원으로 1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덩치가 커진 만큼, 당기순이익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웰컴크레디트라인’도 대출잔액이 작년말 2,185억원에서 올해 9월말 현재 4,190억원으로 91.8%나 급증했다. 지난해 104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올해엔 15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대부업체들의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일정 부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 부서 한 관계자는 “그만큼 서민들이 대부업체를 찾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솔직히 은행과 같은 제1금융권이나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의 경우, 대출의 문턱이 여전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햇살론’과 같은 서민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절차나 조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은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결국 급전이 필요하거나 금융소외자들은 고금리 대부업체를 찾게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부업체들의 평균 대출 승인율이 20%대 이상으로, 소액 신용대출에 대한 서민들의 절대적 수요가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대부업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업체는 189만여 명에게 6조8,000여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집계됐다. 이용자는 13.1%, 대출금은 15.3% 각각 늘어난 수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2만개가 훌쩍 넘는다. 그중 외국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3%(1조5,000억원·2008년 3월말 기준)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자산규모 면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상당수 대부업체는 재일교포나 일본계 자금으로 설립된 곳이다.  
국내 최대의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는 대주주가 최윤 회장, 일본 나고야 출신이다. 그는 일본에서 벤처 캐피탈 사업을 해오다 국내에 진출, 기존 소비자금융업체인 아프로소비자금융(전 에이앤오), 프로그레스, 해피레이디, 퍼스트머니 등을 통합하여 2004년 3월 아프로그룹(APRO GROUP)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현재 A&P파이낸셜, 여성전문대출업체 미즈사랑, 예스캐피탈 등 7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부업계 ‘큰손’이다. 직원이 2,000여명에 달하는 등 웬만한 저축은행과 지방은행 부럽지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2위 업체인 ‘산와머니(산와대부)’도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대부업체다. 재일교포가 설립한 러시앤캐시와 일본계인 산와머니는 국내 대부업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유아이크레디트, 스타크레디트, 밀리언캐시 등은 재일동포 강영훈, 상훈, 길훈씨 3형제가 이끌고 있다. 미래크레디트와 하트캐싱도 나카무라 마사키, 나카무라 분쿄 등 일본 명의로 대주주등록이 돼 있지만 재일동포 이창수, 이문경 씨 형제가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 
 
서민 대상 떼돈 버는 사금융
 
국내 토종 자본으로 설립돼 코스닥 상장까지 한 ‘리드코프’는 전 국회의원의 아들들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인인 서정화 전 한나라당 의원(전 내무부장관)의 아들, 서수민(장남) 씨와 서홍민(차남) 씨가 리드코프의 최대주주다. 이들은 김승연 회장의 처남이기도 하다.
서 씨 형제는 본인들 명의 뿐만 아니라, 소유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리드코프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리드코프의 지분구조를 보면 철강 제조업체인 (주)DK 디앤아이(D&I)가 12.38%, 서홍민 씨 11.94%, 유조선 선박회사인 (주)DK마린 7.96%, (주)DKCS 6.33%로 구성돼 있다. 앞에서 언급한 회사들은 서수민 씨와 서홍민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여기에 A&P파이낸셜이 리드코프의 지분 11.33%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리드코프’는 작년말 1,361억원이었던 대출잔액이 9월말 현재 1,870억원으로 37.3%가 증가했다. 작년 147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올해는 2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리드코프와 더불어 국내 토종업체로 분류되고 있는 월컴크레디라인대부(주)와 바로크레디트는 대출잔액이 각각 4,000억원대와 2,000억원대로 일본계 대부업체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왜소하지만,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넓혀가며 무섭게 자산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이들 대부업체들은 하나같이 “돈없고 힘없는 서민들에게 힘과 희망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권으로부터 소외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그들의 주장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케이블TV나 오프라인 광고처럼 몇가지 서류와 전화 한 통이면 짧은 시간 내에 통장으로 돈을 받을 수 있다. 신용도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긴 하지만 최대 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은행에서 대출 거절을 받는 사람이 주요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금리임에도 마다치 못한다. 이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급한 서민들은 가계자금 조달 창구로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불법채권추심이 자행되고 있고, 고금리 대출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 고금리 대부업체를 향한 곱지않은 시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혜경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 활동가는 한 언론 기고문을 통해 “다른 나라들에 비해 2∼3배 이상 되는 이자상한선을 법으로 정하고 있는 한국은 외국계 대부 자본들의 성장판이 되고 있는 셈”이라면서 “일본은 이자제한선이 15∼20%이고 미국과 유럽의 나라들도 10%대로 이자상한선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 2007년 10년 만에 부활한 이자제한법은 30%로 이자상한선을 정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부업의 경우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아 49%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최고금리 추가인하 검토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최고금리 추가 인하를 신중하게 검토중이다.

이범래 국회의원이 대부업체들의 최고금리를 현재 40%에서 30%수준으로 낮추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발의의 첫 번째 목적은 IMF 위기 이후 대한민국에 만연한 고금리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일소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제도화된 대부업에서 음소화된 자금보다 더 높은 이윤을 받고 서민 상대로 돈놀이하는 것을 정상화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부업계는 중소대부업체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리인하 결정 이후에도 ‘호황’을 누린 국내 대형 대부업체들. 여전히 고금리 대출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 및 규제법안 부재와 정부의 ‘생색내기식’ 서민대출 상품 출시 등으로 인해 ‘돈 없는 죄인’ 서민들만 계속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소현 기자 coda0314@naver.com
 
 
<본지 지면 기사 게재 일자 201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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