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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스전] 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④끈질긴 설득으로 경영관리단 승인받아 “지성이면 감천”
석유는 ‘신의 축복’ 뒤따라야…까다로운 석유부존 조건
  • 저자 양수영
  • 승인 2017.08.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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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저자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 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현미경으로 확대한 퇴적암의 사진. 암석입자들 사이의 틈, 즉 공극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공극들 속에 원유나 가스가 들어있다.

제1장 미얀마 특명 - 우여곡절 끝에 A-1광구 광권 계약 체결

성공불융자 앞세워 경영관리단 설득

“미얀마의 A-1 광구탐사 사업은 반드시 추진해야 합니다”, “해외 신규사업은 안 됩니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신규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특히 리스크가 높은 석유탐사 사업은 곤란합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아예 싹을 잘라 버리면 어떻게 회생을 합니까? 미얀마 탐사사업은 광권을 취득하더라도 1차 탐사기에 들어가는 투자비가 소규모고, 1차 탐사기가 끝난 다음 유망성이 낮을 경우 다음 탐사기에 진입하지 않고 철수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비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투자비가 어느 정도 입니까?”, “1차 탐사기에는 기존 자료를 분석만 하면 되니까 투자비는 6십만 달러 정도입니다”, “그 이후 투자비는 얼마나 됩니까?”, “유망성이 확인되었을 때 참여를 결정하는 2차 탐사기의 투자비는 서명 보너스를 포함하여 7백만 달러이며, 그 중에서도 70%는 정부의 성공불(成功拂)융자가 가능하므로 회사의 자체 자금 투자는 2백만 달러 정도입니다”

성공불융자란 해외 석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탐사사업의 경우 투자비의 70%까지 우리 정부가 융자해 주는 것을 말한다. 성공했을 때는 원리금에 추가하여 특별분담금을 정부에 납부하고, 실패 했을 때는 원리금을 감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공불융자’라고 한다. “만약 탐사에 성공하면 회사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옵니다” 처음에는 ‘쇠귀에 경 읽기’였다. 대우그룹이 존재하고 김우중 회장이 건재하던 시절에는 정말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미얀마 석유개발사업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제 그룹이 해체되자 상황은 완전히 바뀌어 에너지 개발팀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다. 회사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던 경영진과 경영관리단에게 석유 개발 사업 따위는 전혀 관심 밖이었다.

그렇지만 에너지자원 담당 임원이었던 홍동표 상무와 팀장이었던 나는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그야말로 하소연을 했다. “미얀마 A-1광구 1차 탐사기의 투자비는 수십만 달러에 불과한 소규모입니다. 각 탐사기 완료 후에 유망성이 없을 경우 철수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지 않으면서 사업에 성공할 때는 엄청난 수익이 보장됩니다”

우리는 경영관리단을 상대로 강조하고 또 강조하였다. 그때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을 믿게 되었다. 처음에는 해외 신규투자에 대해 소극적이다 못해 반대를 일삼던 경영관리단이 우리의 설득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비록 회사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었지만, 큰 투자비 부담 없이 고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으리라. 끈질긴 설득 끝에 마침내 사업 참여에 대한 경영관리단의 승인을 받아냈다.

산 넘어 산, 미얀마 정부와의 협상

한편으로 미얀마 정부와의 협상도 만만치 않았다. 미얀마는 다른 나라에 비해 초기 투자비가 적게 들고, 유망성이 없을 경우 쉽게 철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생산물분배계약(PSC: Production Sharing Contract)이라고 하는 광권 계약의 조건들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받아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더구나 당초 미얀마 측에서 제공한 생산물분배계약서 초안에 없던 조항을 미얀마 정부가 추가로 삽입하기를 주장하여 이로 인해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다. 1998년 2월 A-1광구 참여제안서를 미얀마 정부에 처음 제출한 이후 수도 없이 미얀마를 방문하면서 미얀마 에너지부와 협의를 진행하였다. 당시 현지에 있던 ㈜대우 미얀마 무역법인장 신태철 상무와 물자 담당 주재원이었던 이호대 부장이 미얀마 정부의 진행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우리 측도 상당한 양보를 한 끝에 마침내 생산물분배계약서의 조건에 최종 합의할 수 있었다.

그 이후 회사의 내부 승인 절차와 미얀마 정부의 승인을 거쳐 2000년 8월 광권 계약인 ‘A-1광구 생산물분배계약’을 체결했다. 1998년 2월 미얀마 정부에 참여제안서를 제출한 후 무려 2년 6개월에 걸친 오랜 산고 끝에 마침내 운영권자로서 미얀마 석유탐사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석유가 모여 있기 위해서는 근원암, 저류암, 트랩, 덮개암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지하의 근원암에서 만들어진 석유는 사암과 같은 저류암으로 이동하여 배사구조 형태의 트랩에 모이게 되며, 모인 석유가 위로 새어 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불특수층인 덮개암이 위에 있어야 한다.

제2장 검은 황금은 신의 축복 - 석유와 석유개발의 기본

석유란 무엇인가?

석유를 검은 황금에 비유하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똑같은 가치로 중시하는 황금을 빌려와 석유를 표현한다는 것은 그만큼 석유가 중요한 자원이라는 의미다. 에너지원으로서, 또한 석유화학공업의 원료로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면 황금의 비유가 오히려 가벼울 정도다. 석유(石油, petroleum)란 글자 그대로 암석(petra)에서 나온 기름(oleum)을 의미한다.

석유는 흔히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원유를 지칭하는데, 정제된 원유는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나프타 등으로 분리되어 에너지원으로서 자동차·항공기의 동력장치나 가정용의 난방·취사장치, 산업용 보일러 등의 연료로 쓰이고, 석유화학이라고 일컫는 합성화학의 원료로 폭넓게 쓰인다.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석유는 화학적으로 탄소와 수소의 복합체로 구성되어 있는 탄화수소(炭化水素, hydrocarbon) 혼합물 모두를 말하며, 이는 액체 상태의 원유뿐만 아니라 기체 상태인 천연가스를 포함한다.

실제로 원유나 천연가스는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져서 지층 속에 부존되어 있고, 단지 그 성분, 즉 탄소와 수소의 혼합비의 차이에 의해 원유나 천연가스로 구분된다. 같은 동물 중에서 암컷과 수컷의 차이라고 할까. 원유에는 그 성분에 따라 API 비중(실제 비중이 낮을수록 API 비중은 높아짐)이 높은 경질유와 API 비중이 낮은 중질유 등이 있으며, 천연가스에는 거의 기체로만 되어 있는 메탄가스와 무거운 성분이 들어있어 액화가 비교적 용이한 프로판, 부탄 등이 있다.

석유개발에서 말하는 석유란 원유뿐만 아니라 천연가스도 포함한다. 원유나 천연가스는 탐사와 개발 과정이 거의 동일하며 단지 생산 후 처리하는 과정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석유를 신의 축복이라고 하는 것은 산지(産地)가 석탄이나 다른 광물에 비하여 극히 일부 지역에만 편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中東)은 석유 때문에 열강의 이해관계가 대립하여 화약고나 다름없는 분쟁지역이 되었다. 이런 것이 무슨 신의 축복이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오일달러가 없었더라면 현재 많은 중동 국가들이 누리는 부가 가능했을까.

배사구조가 아니라도 석유가 모일 수 있는 층서트랩.

근원암, 저류암, 트랩, 덮개암 - 석유 부존의 조건들

석유가 편재하는 이유는 지하에 석유가 부존할 만한 중요하고 필수적인 몇 가지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근원암, 저류암, 트랩, 덮개암 등이 그런 요소들이다. 지층의 석유 부존(賦存) 요소들에 대해 좀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먼저근원암(根源巖, source rock)에 대해 알아보자. 석유는 지하 심부의 퇴적층 속에 묻혀 있는 유기물질이 고온, 고압 상태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진다.

따라서 석유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플랑크톤이나 나뭇잎 등 유기물질을 많이 함유한 암석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근원암이라고 한다. 근원암에 함유되어 있는 유기물질의 종류에 따라 원유가 만들어 지기도 하고 천연가스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한 처음에는 원유로 만들어졌다가 고온, 고압 상태가 지속되면서 천연가스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저류암(貯留巖, reservoir)에 대한 설명이다. 원유나 가스는 지하에서 동굴과 같은 큰 공간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극(空隙)이라고 하는 암석 내의 조그만 구멍들 속에 들어있다.

예를 들어 입자가 굵은 모래로 만들어진 사암(沙岩)에 물을 부으면 암석 입자 사이에 빈 공간이 많아 물이 스며들고, 입자가 아주 작은 진흙으로 되어 있는 셰일에 물을 부으면 암석 입자 사이에 공간이 거의 없어 물이 스며들지 않고 흘러 내린다. 석유가 들어 있기 위해서는 사암과 같이 암석 내에 구멍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다공질(多空質) 암석을 저류암이라고 한다. 저류암에는 사암 외에 석회암도 포함될 수 있으나 석회암의 경우 공극의 변화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암이 가장 양호한 탐사대상 저류암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트랩에 대한 설명이다. 석유가 모여 있게 하는 지층의 형태를 트랩(trap)이라고 한다. 지하에서는 깊은 곳에 있던 석유가 압력이 낮은 상부로 올라오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지하의 원유나 가스는 그릇을 엎어 놓은 것과 같은 돔 형태의 배사(背斜)구조에 모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을 구조트랩(structural trap)이라고 한다.

<다음호에 계속>

필자 양수영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저자 양수영  webmaster@iminj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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