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정치
MB정부 ‘군미필’ 안보라인 바늘방석
  • 소미연
  • 승인 2010.12.07 18:31
  • 댓글 0


연평도 포격 사태로 인해 사회 지도층의 병역 미필에 대한 지탄의 여론이 뜨겁다. 여권에서조차 안보라인 만큼은 병역 면제자들을 척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정도다. 실제 이명박 정부 들어 장관급 임명자 중 병역 면제자가 크게 늘은 게 사실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지는 병역문제는 위장전입과 함께 단골메뉴가 됐다. 뿐만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필두로 김황식 국무총리,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까지 병역 면제자로 알려지면서 이명박 정부 당ㆍ정ㆍ청의 수뇌부 모두가 병역 면제자라는 진기록까지 낳았다. ‘군미필 정권’으로 비난받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을 넘어서 신뢰마저 잃게 된 이명박 정부의 병역 딜레마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천안함 이어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MB정부 ‘병역’ 아킬레스건 노출

연평도 사태 마무리하는 대로 외교ㆍ안보ㆍ통일부 인선 작업 착수


우리나라가 6ㆍ25 전쟁 이후 최대 안보 위기를 맞고 있다. 군 최고 수뇌부인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경질된 상태에서 청와대 안보라인마저 초토화됐다. 청와대에서 군과 직접 관련된 최고위직인 이희원 안보특보는 북한의 도발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려나가 상당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특보는 국방부 장관 후보 1순위로 꼽혔으나 “노후에 대비한다”며 경기도 남양주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져 탈락의 고배까지 마셨다. 이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선 그동안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오던 이 특보의 지휘력이 연평도 포격 사태로 큰 상처를 입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 내 군 관련 업무를 조율해오던 김병기 국방비서관은 ‘확전 자제’ 파문으로 김 장관과 함께 경질됐고, 청와대에서 사실상 군 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김인종 경호처장 역시 ‘확전 자제’ 불똥을 맞았다. 게다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은 미국의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스크’의 영향으로 대외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됐다. 천 수석이 외교통상부 차관시절 중국 관리들을 비판한 내용을 워크리스크가 공개하면서 이번 연평도 사태 해결의 핵심 키로 중국을 설정한 이 대통령의 입장이 난감하게 된 것. 천 수석은 스스로 활동 폭을 좁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연평도 정국 최대 피해자 안상수


그러나 사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지난 4월 천안함 침몰 사건이 벌어진 직후 청와대 벙커에서 열린 긴급안보관계장관 회의 참석자 중 이 대통령을 포함해 현역으로 정식 복무한 사람은 단 두 명이었다는 사실에서 보여주듯 현 이명박 정부에선 안보위기에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군필자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안보와 관계된 장관 중에선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제외하곤 현역이 없다. 이 대통령을 필두로 김황식 국무총리, 원세훈 국정원장이 면제를 받았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4급 보충역으로 복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들은 병역 면제에 대한 의혹까지 불거졌던 만큼 국민들의 불신이 강하다.

이 대통령의 경우 1961년 대학 입학 후 신체검사에서 현역판정을 받고, 그로부터 2년 뒤 논산훈련소에 입소했으나 훈련소 내에서 실시한 신체검사 결과 기관지 확장증이 발견돼 귀향조치됐다. 이후 치러진 재검에선 징집면제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는 4차례에 걸쳐 병역을 미루다 1972년 사법고시 합격한 후 그해 받은 신체검사에서 두 눈의 시력이 차이가 나는 부동시 판정을 받고 면제받았다. 그러나 2년 후 공무원 임용 신체검사 때에는 시력이 다시 좋아진 것으로 드러나 인사청문회 당시 문제가 됐다. 이에 김 총리는 “당초 총리직을 고사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병역면제 때문이었다”면서 “군복무가 예정된 상황에서 안경을 바꾸려고 안경점에 가서야 부동시를 알게 됐다. 대입과 사법시험 준비로 공부를 아주 열심히 했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해명했으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원 국정원장도 비슷한 사례다. 1973년 행정고시 합격 후 이듬해 행정사무관 채용 신체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지만, 1976년 병역 신체검사에선 하악(아래턱)관절염으로 병역이 면제됐다.

흔히 말하는 방위 출신 김 장관의 경우도 보충역 판정을 받는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1975년 신체검사에선 1급 현역판정을 받았지만 2년 뒤 재검에서 턱관절 탈구가 발견된 것. 일각에선 이를 두고 김 장관이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수를 쓴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안보를 책임지는 장관급 인사들의 병역 이행 실태가 국민들의 실망과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집권 여당의 대표까지 구설에 오르면서 정국은 병역 공방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실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보온병 파문’은 현 정권의 병역기피 논란을 또다시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달 24일 연평도 포격 현장을 찾은 안 대표가 포화에 그을린 보온병을 보고 “이게 폭탄이다”고 말한 모습이 YTN 돌발영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는데, 그 즉시 여론은 포탄과 보온병을 구별하지 못한 안 대표에게 독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에 안 대표와 연평도를 함께 방문한 안형환 대변인은 “당시 피해 현장을 둘러보던 중 안내자가 보온병을 북한 포탄이라고 설명했고, 카메라 기자 역시 포탄이라 생각해 포즈를 취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해명했다. 사실 안 대표의 착각은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포병 장교 출신으로 3성 장군을 지낸 한나라당 황진화 의원조차 착각했던 만큼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던 일이었던 것.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관련 화면을 보도했던 YTN 노조는 “연출을 요청하거나 이후 편집과정에서 방송화면을 조작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에 나섰고, 네티즌들은 안 대표가 병역 면제자라는 점에서 조소와 비아냥을 멈추지 않았다. 입영 기피, 행방불명 등의 사유로 병역 이행을 미뤄오다 고령으로 병역을 면제 받은 안 대표가 “만약 전쟁이 나면 지금 당장 입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웃음거리가 돼버렸다.

물론 안 대표 또한 자신의 병역 면제에 대해 열심히 해명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저는 군을 완전히 마치지 못했지만 군 법무관으로 입대했고, 훈련을 한 달 받던 중에 지병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하면서 퇴교당해 군에 가지 못했다”면서도 “저의 형이 육사를 졸업했고, 제 아들들도 현역을 갔다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안 대표의 병역 문제는 당내 미묘한 갈등으로 확산됐다. 지난 7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안 대표의 병역 문제로 각을 세웠던 홍준표 최고위원은 “병역의무 이행 여부가 대북 정보능력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부의 안보관계 참모만이라도 이번 기회에 병역 면제자는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홍 최고위원은 국정원의 정보력 부재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아직도 국정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몇 달 전부터 도발 징후가 있었고 김정일 부자의 수상한 동향 체크까지 확인됐었다면 국지전 가능성은 예견돼 있었다. 위성장비, 대북 첩보망을 갖고도 대비하지 못한 것은 대북 정보 관계자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구멍 뚫린 안보라인 재편 불가피


실제 국정원은 지난 8월 감청을 통해 서해5도 공격 계획을 이미 확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징후를 3개월 전에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셈. 특히 이 사실은 이 대통령에게도 보고됐으나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의 안일한 안보의식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에 전직 국가정보원 고위간부들의 모임 ‘국사모’에서도 한목소리로 원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사모 송영인 회장은 “국정원장이 감청 보고를 받으면 국방보좌관을 통해 국방부, 합참이 보고 파악했을 텐데 원 국정원장이 군대를 안 다녀와서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면서 “김정은이 지난 10월 정식으로 2인자에 등장한 이후부터는 촉각을 곤두세웠어야 했는데,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고 평상시 일반인같이 생각한다면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물론 국민정서에도 반하고 있어 김 국방장관에 이어 원 국정원장의 사퇴도 예견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안보라인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청와대 내에선 연평도 사태를 마무리하는 대로 외교ㆍ안보ㆍ통일부 등 안보 관계부처 전반에 걸친 인선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미연  webmaster@iminju.net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미연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