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 5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사태수습에 나선 송 시장의 행보가 역으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치권은 물론 주민들의 불신마저 사고 있다. 폭탄주 농담, 중국 출장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한 개인의 후원금을 선심 쓰듯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송 시장의 잇단 해명은 효력을 잃은 지 이미 오래가 돼버린 것. 이에 한나라당은 연일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며 송 시장의 사퇴와 대국민 사과 등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박 논평을 통해 송 시장을 옹호하는 민주당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당 내부에서도 송 시장이 오해를 살 만한 언행을 했다는 데에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는 셈. 이에 따라 송 시장의 자중을 요구하는 당 안팎의 요구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 시장의 시름이 깊어진 이유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로 민심 흉흉, 섣부른 언행에 정치적 타격

폭탄주 농담, 중국 출장, 기부금 논란 등 잇단 해명에도 갈등 심각


사실 송영길 인천시장의 구설은 취임 직후부터 끊이질 않았다. 취임 첫날부터 협찬금 시비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것. 뒷풀이 행사를 주최한 한 시민단체가 행사비용 일부를 현지 기업 등에 요구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결국 협찬금은 ‘없던 일’로 처리됐지만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물론 송 시장은 그날 행사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던 것일 뿐 이 같은 정황에 대해 알지 못했으나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만큼 책임을 면키 어려웠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송 시장의 행정은 날이 갈수록 갖가지 논란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연나라(연세대, 전라도)’로 불리는 측근 기용, 지지부진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대형사업, 대덕호텔과 관련된 정치 후원금 문제, 적자 공기업 임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월미은하레일의 안전성 등 지난 5개월 동안 쉴 새 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사퇴까지 제기될 정도는 아니었다. 송 시장은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고, 이해를 구하면서 대처법을 찾았다.


뿔난 시민들의 비난글 쇄도


그러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은 송 시장이 의도한 바와 달리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사건이 발발한 지난달 23일 직후부터 지금까지 송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여론의 관심을 끌면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비판의 대상이 된 것. 이날 송 시장은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원인을 우리 군 탓으로 돌리는 듯한 글로 파문을 일으켰다. 팀스피리트 훈련의 다른 명칭인 호국훈련을 우리 군이 연평도 일원에서 수행하는 도중 북측의 훈련중지 경고통지 등이 있었으나 우리 군에서 북측이 아닌 방향으로 포사격 훈련을 하자 이에 자극받은 북이 우리 군 포진지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는 게 송 시장의 설명이었다.

이에 인천시청 게시판은 물론 송 시장의 트위터까지 시민들의 비난글이 쇄도했다. 우리의 주권수호를 위해 지난 15년간 해 왔던 호국훈련을 북한이 빌미삼아 군부대는 물론 민간인 학살까지 자행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이며, 더욱이 나라를 위해 희생된 군인들의 유가족들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된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시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시에선 “당시 언론보도의 흐름을 짧게 정리해 놓은 것”으로 해명하고, 민주당에서도 “그 누구보다 분노하고 가슴 아픈 사람이 송 시장”이라면서 “북한의 도발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우리나라 군의 대비책을 지적한 것”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실제 이번 북한의 폭격으로 사망한 서정우 하사는 송 시장 친구의 조카이고, 민간인 희생자 김치백씨는 지난 6ㆍ2 지방선거 때 송 시장을 도운 인사로 알려졌다. 이에 송 시장 역시 “사태 수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피해 지역 책임자를 말꼬투리를 잡아 비난하기에 열중할 때가 아니다”고 반박하고 나설 정도였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했다. 결국 송 시장은 논란을 불러온 해당 글을 삭제하고 성난 민심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다음날인 24일, 송 시장의 실수가 또다시 여론을 들끓게 했다. 연평도 현장의 한 가게 앞에서 그을린 소주병을 보며 “어, 이거 진짜 폭탄주네” 농담한 것이 화근이 됐다. 당장 한나라당은 “북의 포격으로 민간인까지 사망한 처참한 상황에서 공직자가 그런 농담을 할 수 있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라면서 “송 시장은 여당을 비난하기 전에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먼저 보이고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야당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자유선진당은 “새벽에 가장 먼저 어둠을 뚫고 연평도에 들어갔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화자찬했지만 이는 해당 지자체장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면서 “공인으로서 자질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야의 언성은 송 시장의 중국 출장을 둘러싸고 더욱 커졌다. 특히 연평도 주민들은 참아왔던 울분마저 터뜨렸다. 민간인과 군인 희생자가 발생했고, 주민은 연평도를 도망치듯 빠져나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해외 출장 강행은 시장으로서 부적절한 판단이라는 것. 실제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피난민들은 이주 대책 및 임시숙소 마련도 못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물론 송 시장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출장으로 설명됐다. 차기 아시안게임 개최 도시의 대표로 아시안게임 대회기를 인수해야 했다. 따라서 당초 지난달 24일 예정됐던 중국 출장을 26일로 연기한데 이어 다시 27일로 늦추고 당일 폐막식에만 참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정도 주민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당시 중국 광저우에 머물고 있던 이연택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과 신동근 정무부시장 등이 대회기를 넘겨받아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송 시장이 무리를 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뒤이어 29일에 열린 대회기 안치식도 논란이 됐다. 같은 시각, 연평도 사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날 방송 등 언론을 통해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지만 시가 이를 무시하고 행사를 강행한 셈이다. 특히 시는 청내 방송을 통해 공무원들의 행사 참여를 종용까지 해 빈축을 샀다. 이에대해 시는 “사전에 계획된 행사여서 불가피했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마침내 30일에는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폭탄주 농담으로 유탄을 맞은 지 4일 만에 다시 트위터에 글을 올린 송 시장은 영어캠프에 참가중인 106명의 연평도 초ㆍ중ㆍ고 학생들을 백화점에 데리고 가 옷과 신발을 사줄 계획임을 밝히며 생색을 냈으나 사실 이 비용은 20년 전 연평도에서 공중보건의로 주민들과 인연을 맺었던 외과 전문의 이상달씨의 기부금 5,000만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누가 준 것으로 하든 아이들에게 쓰였으니까 상관없지만 백화점 대신 할인마트에서 샀더라면 더 많은 물품을 아이들과 그 가족에게 전달할 수 있었는 데 하는 아쉬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금으로 생색내다 망신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시는 “옹진군청과 혼선이 있었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송 시장 또한 “시가 기획하면 옹진군청이 집행을 하는데 기부금이 쓰였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면서 생색내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여론은 잦은 송 시장과 인천시의 해명에 넌더리가 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연평도 포격 사태에 대해 시가 공식적인 입장조차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마저도 깨졌다.

사실상 연평도 포격 사태로 송 시장이 정치적 타격을 입고 있는 셈. 무엇보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피난민들의 임시거처가 바로 그것이다. 인천시는 지난 1일 경기 김포시 양촌면 양곡리의 미분양 아파트에 주민들의 임시거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주민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어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경기도로 이주하는 것은 제2의 피난생활을 하는 것과 다름없을 뿐더러 연평도 주민들의 생활권이 인천 연안권인 점을 감안한다면 김포 양촌면은 너무 멀어 생활에 큰 불편함이 따른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인천시 민영아파트나 임대아파트 단지 또는 가건물 피난소를 지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나아가 임시거주가 끝나는 대로 영구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시에서도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노력중이나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송 시장의 험난한 행보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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