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 통신 기본료 폐지 끝내 무산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25% 놓고 이통3사와 줄다리기

정부의 선택약정할인율 20%에서 25%로 상향하는 내용을 포함한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에 대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정부가 사업자의 경영자율권을 침해하고 요금을 직접 규제하는 것이라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정부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간의 통신비 인하 관련 줄다리기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25% 요금 할인을 위해 이통 3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이통 3사는 이에 소송까지 각오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통신 기본료 폐지 대신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까지 끌어올리는 통신비 요금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선택약정 할인은 휴대폰 보조금을 받지 않고 매달 요금을 할인 받는 제도다.

공정위-방통위 협공 이통3사 압박

정부는 강력한 압박을 통해서라도 다음 달 통신비 인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잇달아 이통 3사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 9일 방통위와 공정위가 이통 3사에 대한 조사를 동시에 시작하면서 수위를 높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 3사가 약정할인 기간이 끝나는 가입자에게 요금약정 할인 제도를 제대로 고지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오는 25일까지 실태 점검에 착수한다고 밝혔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시민단체가 신고한 요금제 담합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시작했다. 두 부처가 같은 날 이통 3사에 대한 조사는 매우 드문 일로, 통신비 인하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특히 새롭게 출범한 4기 방통위는 ‘방송통신이용자 권익증진을 위한 주요정책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국민 모두가 풍요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해 국만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혀 통신비 인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또한 “통신시장 투명성을 강화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를 위해 단말기 판매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단말기 가격 투명화를 위해 분리공시제도를 도입한다. 분리공시제도란 이통 3사의 지원금 공시시 제조업자가 제공한 장려금과 분리해 공시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통 3사, “통신비 인하 시 연간 수천억 원 손실”

반면 이통 3사는 약정 할인율에 대한 높은 인상폭과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의 현행 법 위반이라는 반대 의견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하고 강행 시 소송까지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반대 의견서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요금 인하를 9월로 지정한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 3사는 높아진 할인율을 적용하면 연간 수천억 원 대의 손실이 발생하며,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기업의 권한을 침해하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다음 달부터 바뀐 할인율을 밀어붙인다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이라는 행정 소송에까지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통 3사는 2G 및 3G 네트워크 망 설치 및 투자 비용 회수를 목적으로 월 1만 1천원의 기본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2G는 1996년 처음 도입돼 20년이 넘었으며, 3G 도입 역시 14년이 지난 상황이다. 즉 이미 망 구축이 완료가 되고 비용 회수를 위한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본료를 징수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을 보면, 2G와 3G 가입자 수는 2017년 6월 기준으로 약 1,417만 명으로 각각 310만 명과 1,107만 명이다. 즉 2G와 3G 기본료만으로도 이통 3사가 가져가는 돈이 연간 1조 8700억 원 수준인 셈이다. 더구나 정해진 기본료는 없지만 정액제를 통해 고정비용의 성격이 포함돼 있는 LTE 가입자까지 포함한다면 그 금액은 3배 이상 늘어난다. 우리나라 LTE 가입자 수가 약 4,849만 명이기 때문이다.

또한 SK텔레콤, KT, LT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지난해 기록한 순이익은 모두 2조 9,506억으로, 그 중 SK텔레콤이 두 회사를 합친 금액보다 많은 1조 6,601억 원을 기록했다. KT가 7,978억, LG유플러스는 4,927억 원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들이 통신비 인하로 인해 연간 수천억 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통 3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구축이 완료된 통신망에 대한 설비 고도화와 철수 비용, 미래에 대한 투자비용, 기업의 이익 등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기본료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통신망 설치가 완료됐다 하더라도 상시 통화 가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이를 위해 현재 기본료 징수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기본료 폐지 약속 지켜야"…72.7% 선택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후보 시절 당시 “통신망과 관련한 설비 투자는 이미 끝난 상태”라고 지적하며,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기본료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이렇게 문 대통령이 기본료 폐지에 강한 입장을 보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 소비자정책연구원이 지난 9일 전국 1천명 대상으로 현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대책 설문 조사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통신비 인하 정책이 대선 공약에 비해 부족하다고 답변해 현재 추진 중인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약 선호도 조사에서 72.7%가 ‘모든 요금제에 대한 기본료 폐지’를 선택했다.

녹색소비자연대 ICT 소비자정책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선택약정 할인율 25% 인상안조차 국민들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행정 소송까지 이르게 된다면 실망과 불신을 느낀 국민들이 당초 약속한 기본료 폐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영민 장관, “소송까지 가는 일은 있으면 안 돼”

정부와 이통 3사의 통신비 인하 관련 줄다리기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만약 이통 3사가 행정 소송을 강행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재판이 끝날 때까지 통신비 인하는 불가능해 진다.

정부도 이점을 알고 있는 듯 통신비 인하 정책의 입장을 지키면서도 행정 소송까지는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소송까지 가는 일은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약속한 것이 있기 때문에 지혜로운 방법도 찾아야 하지만 정부가 가야할 길은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이통 3사들이 새 정부의 정책에 맞서 행정 소송까지 가기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들 통신사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5G 주파수 할당 문제가 남아있어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이통 3사는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이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5G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올 초 5G 등 미래형 네트워크 분야와 2.6GHz 구축에 2019년까지 총 6조원을 투자한다고 선언했으며, KT 역시 내년 평창올림픽에서의 5G 서비스 구현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LG유플러스도 ‘5G 기술시험센터’를 구축해 2020년 5G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즉 정부와 통신비 인하 문제로 법적 분쟁까지 불사하기에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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